잇따른 집회금지 조치, 정말 방역을 위한 것일까

“코로나가 광장·거리를 비워야 하는 이유는 되지 못해”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 지자체의 집회금지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집회와 방역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며,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은 시민들이 안전하게 집회·시위를 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공공운수노조 및 13개 시민사회단체는 2일 오후 1시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는 더욱 절실히 필요한 권리이지 활동”이라며 “이미 집회참가자들은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발열 체크와 같은 방역수칙들을 지켜가며 집회·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대부분 옥외에서 개최되고, 사전신고체계 등을 갖춘 집회·시위는 오히려 방역이 용이하다. 집회금지조치가 정알 방역을 위한 것인지 진지하게 되묻게 된다”고 지적했다. 40여 명의 사람은 2미터 현수막 20여 개를 잡고 늘어서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집회금지 당한 이들…“어디에 말하란 말이냐”

이태의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종로구청의 고 문중원 기수 농성장 철거 행위를 규탄했다. 이 부위원장은 “(고 문중원 기수는) 공공기관 마사회의 온갖 갑질과 적폐 때문에 유서를 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런데 어느 부인과 가족이 가만히 있을 수 있겠나. 억울해서 장례를 못 치를 거다. 그래서 유가족 신분으로 부인이 시신을 안고 광화문에 분향소를 차린 것”이라며 “감염의 위험이 이 사회에 가장 급한 상황이냐. 아니면 멀쩡한 가장이 아이들을 놔두고 유서를 쓰고 죽은 것이 우리에게 긴박한 상황이냐”고 말했다. 지난 2월 27일 오전 7시 30분경 종로구청은 공무원 100명과 용역 200여 명, 경찰 병력 12중대 등을 동원해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인근에 설치된 고 문주원 기수의 농성장을 강제 철거한 바 있다.

아울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코로나19 위기에 처한 상황을 알리기 위해 서울시청과 광화문 등에 대한 집회 신고를 했지만, 지난 4월 28일 서울시와 경찰청은 감염병예방법을 들며 집회금지를 통보했다. 이에 이들은 애초 집회 신고 당시 밝힌 대로 마스크와 방진복을 착용하는 등의 조처를 하며 5월 1일 노동절 집회를 진행했다. 하지만 종로경찰서는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감염병의예방및관리에관한법률(감염병예방법)'을 근거로 집회의 주최인 ‘비정규직 이제그만’ 및 참가자 약 18명을 대상으로 내사를 진행했으며, 주최 측에 따르면 현재 12명은 출석요구서를 받았다.

이에 대해 유흥희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집행위원장은 “거리로 나오는 것 너무나 힘들다. 일터에서 일손을 놓고 그 시간에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코로나 위협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왜 광화문, 청와대, 종로한복판이 집회금지 돼야 하냐”며 “노동자, 서민들이 ‘악’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죽어 나가고 있다. 죽임당하기 싫다고 얘기하고 있다. 제발 들어달라는 말”이라고 전했다.

아시아나항공 하청노동자들은 금호아시아나 본사 앞에서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노숙 농성 중이다. 김정남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지부 지부장은 “지각 한 번 없이 7년, 10년 일해 온 우리는 하루아침에 해고를 당했다. 사회적 약자들이 부당해고라고 외치고 있음에도 이 나라의 공권력은 재벌은 비호하며 우리 목소리는 매일 같이 짓밟고 있다. 당신들이 보호해야 할 대상이 누구냐. 당신들이 비호하는 세상이 누구냐”며 “종로구청은 지난 5월 18일 농성장을 강제철거하고 일주일 만인 26일에 집회금지 고시를 했다. 청와대에 항의했으나 서울시 소관이라며 책임을 전가했다. (공권력을) 남용하는 자들은 천진데 피해자를 책임지겠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싸울 것”이라고 전했다.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의 농성장은 현재까지 세 차례 철거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집회 불허는 위법 행위”

서채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변호사는 정부가 감염병 위기 상황을 이유로 농성장을 강제 철거하고 집회를 불허하는 것은 위법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헌법재판소는 평화적 집회, 그 자체가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위험이나 침해로써 평가돼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즉 집회를 한다는 것만으로 처벌 대상, 위법행위로 평가하지 말라고 선언한 것”이라며 “그 이유는 평화적 집회는 약자의 목소리를 국가에 알리고 코로나19라는 엄혹한 상황에서 어떻게 인권 침해 문제들을 해결할지 국가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서 변호사는 “감염병예방법 자체가 법률적으로 문제가 많기 때문에 사법부가 위헌성의 인정이나 위법성을 포기한다면 법치주의를 포기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공익인권변론센터는 여러 집회금지 사례들을 모으고 있으며, 앞으로 헌법소원, 행정소송 등의 대응을 할 계획이다.

고운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 활동가는 “거리를 둬야 할 것은 사회적 재난을 만들어낸 뿌리 깊은 불평등이다. 점점 더 많은 존재가 멈추고 관계가 차단될수록 코로나가 만들어낸 불평등의 뿌리는 더 깊어질 것”이라며 “코로나19의 극복은 신규확진자 0명이 아니다. 더 이상 숫자로 위기를 설명하지 마라. 확진자가 0명이라 해서 우리가 안전한 것이 아니다. 확진자가 50명이라고 해서 광장과 거리를 비워야 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서울지역 집회금지 일지 [출처: 공공운수노조 및 공권력감시대응팀, 다산인권센터 등 13개 시민사회단체(기자회견 주최 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