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송전탑 반대 2명 구속영장 청구, 8명 석방

200명 모인 삼평리 문화제 울음바다 "한전과 끝까지 싸울 것"

울다가 웃고, 다시 울고... 수년간 송전탑을 막아서다 결국 공사가 시작된 삼평리에는 눈물과 웃음이 가득했다. 한전은 21일 새벽 5시 경찰 500여 명과 함께 기습적으로 송전탑 공사를 강행했고, 10명이 업무방해 혐의로 연행됐다. 경찰은 이 가운데 변홍철 대책위 집행위원장, 마임이스트 이상옥 씨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석방된 8명의 연행자와 함께 22일 오후 7시 30분 공사장 입구에서는 ‘청도 삼평리 송전탑 공사 저지와 승리를 위한 투쟁문화제’가 열렸다. 주민을 포함한 200여 명의 참가자는 조명등을 밝히고 이날 오후 9시께 석방된 주민과 청도345kV송전탑반대대책위(대책위)활동가들을 기다리며 2시간 함께 울고 웃었다.

8명이 문화제 말미에 도착하자 좌중은 울음바다가 됐다. 애태우던 삼평리 주민들은 모두 일어나 석방된 이들을 얼싸안았다.



입감됐던 삼평리 주민 이은주 씨는 “한전 개××들, 씨×××들이다. 이제 나오는 건 욕밖에 없다. 그들이 빼앗은 건 재산과 건강이 아니라 할매들의 인생이다. 할매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았다”며 “유치장 안에서는 철탑 서는 게 걱정이 아니고 할매들이 땡볕에 어떻게 앉아 있을까만 걱정이 됐다”며 울음을 보였다.

이보나 대책위 상황실장은 “대책위 활동가들이 다 잡혀가서 할머니들이 고생한다는 생각에 유치장에서 잠이 안 왔다. 연행자들 모두 유치장 안에서도 108배와 기도도 했다”며 “애간장이 다 타들어 가는 줄 알았다. 앞으로 투쟁이 험난하겠지만, 끝까지 막아서 나중에 소도 잡고 축제도 열자”고 북돋았다.

백창욱 대책위 공동대표는 “대체집행에만 신경 쓰다가 허를 찔리고 공사 진행을 막지 못해 너무 속상했다. 유치장 안에서 종일 자책했다. 연행 당시 한전 직원이 우리를 잡아 경찰에게 인계했다. 명백한 불의”라며 “경찰이 해야 할 일을 한전이 했다. 저렇게 하지 않으면 정당하게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삼평리 주민 이은주 씨

한편, 시작 당시 참가자가 80여 명으로 다소 조촐했던 문화제는 시간이 갈수록 200여 명까지 늘어 삼평리 밤하늘에는 축제 분위기가 조성됐다.

밀양에서 주민들과 함께 송전탑 건설에 맞서 싸우던 남어진 씨와 밀양 주민 김옥희 씨가 기타반주와 함께 노래를 부르자 삼평리 할머니들도 같이 따라 부르며 흥을 돋웠다. 남어진 씨는 ‘고래사냥’을 밀양의 경찰을 비꼬는 가사로 개사해 불러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삼평리 할머니들이 결성한 ‘감자꽃 합창단’의 노래 공연은 앙코르를 세 번이나 받을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빈기수 대책위 공동대표는 목이 쉰 쇳소리를 내며 “귀농 8년 차, 투쟁 6년 차 동안 만든 평화공원이 하루아침에 다 망가졌다. 망루와 장승 그리고 대책위가 가꾼 채소와 꽃이 다 짓밟혔다. 너무 분통해 잠을 잘 수가 없다”며 “아직 송전탑 투쟁은 갈 길이 멀다. 밀양, 청도 싸움도 이제 시작이다. 공사를 막고 절대로 이런 식으로 강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말

박중엽 기자는 뉴스민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민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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