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대, 재난안전교육한다며 제식훈련에 얼차려까지

1박 2일 교육...총학, “'교사로서 학생에게 제식훈련 시키는 방법 가르쳐”

대구교육대학교가 재난안전교육을 한다며 학생을 대상으로 군대식 제식훈련을 진행해 논란이 예상된다. 학생들은 교관에게 휴대폰을 수거당했고, 얼차려를 받기도 했다. 또, 학교는 참가 학생들에게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제식훈련을 시키는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대구교대는 올해 10월 31일부터 2일간 전라북도 무주군의 무주종합수련원에서 ‘재난안전교육’을 진행했다. 대구교대는 ‘D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어 교육 프로그램을 주관토록 했고, D업체는 2일간 ‘몸의 근육 활용하기’, ‘학생 인솔 및 이동법’, ‘해상안전 및 건물탈출’등의 교육을 진행했다.

당시에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교육 분위기와 교육 내용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군대식 제식훈련이 진행되며 교관이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으며 “프로그램도 재난안전과는 전혀 무관했”다는 이유다.

당시 교육에 참여했다가 중도에 귀가한 대구교대생 A씨에 따르면, 해당 교육에서는 학생들은 휴대전화를 회수당했고, 팀을 나눠 ‘좌향좌’, ‘우향우’를 반복하는 제식훈련을 받았다. 교관이 구호를 외치게 해서 소리가 작은 팀에게는 얼차려를 주기도 했다.

A씨는 “책자를 미리 받지 못해 자세한 교육 내용을 보지 못했다. 교육에 참여해보니 훈련받기 직전에 휴대폰을 다 가져갔다. 3분 준다며 연락할 거 다 하고 내라고 했다. 부모님께 부재중 통화를 남기고 수거당한경우도 있다”며 “훈련 분위기도 즐겁지 않았고, 남학생 여학생이 같은 팀인데도 같이 팔짱을 끼고 바닥에 누운 상태에서 윗몸일으키기를 시켰다. 여학생들이 잘 못하자 교관이 구호를 붙이며 반복해서 시켰고, 그러면서 비오는 데 밖에 나가서 하고싶냐고 윽박지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무리한 교육이 진행되면서 학생들의 항의가 터져 나왔다. 학생들은 학생처와 D업체 측에 강하게 항의했고, 중도 귀가를 하는 학생도 나왔다. <뉴스민>이 대구교대에 정보공개청구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교육에 참가하려 했던 학생은 126명이었으나 당일(31일) 아침 불참 13명, 당일 개인 사유 조기 귀가 1명, 당일 저녁 무단 귀가 4명, 이튿날 아침 중도 귀가 17명으로 총 35명이 교육에 불참하거나 중도 귀가 했다.

재난안전교육 훈련, 의미모를 교육에 예산 2천 7백만 원 지출

재난안전교육 계획서에서 대구교대는 “예비초등교사의 교육현장에서 발생가능한 안전사고와 응급상황에 초기 대처할 수 있는 준 안전전문가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으로···세월호 참사, 경주 리조트 붕괴사고 등의 계기로···학생 행복과 삶의 안내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는···전문 교사 양성을 위한 것”이라고 소개한다.

안전 교육이 필요하다고 해도, 교육의 내용과 예산 지출이 합당했는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다. 교육 중 소요된 예산은 27,253,100원으로, 세부적으로는 무주수련원 측에 7,568,000원을, D업체에 11,440,000원, 음악 특강료로 835,000원, 버스 임차료로 4,400,000원, 보험료로 18,150원, 호루라기 구입비로 1,380,000원, 다과비로 1,382,950원, 교육자료 인쇄비로 264,000원을 지출했다.


A씨는 “학생을 인솔하는 교사입장으로 교육에 참여한 건데 오히려 교관들에게 인솔을 받았다. 주객이 전도됐고 군대식 제식 훈련을 아무리 배워도 학생들에게는 적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또 프로그램 중 해상안전 건물 탈출, 심폐 소생술은 배울만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학교 강당에서 해도 충분한 교육을 굳이 이런 교육을 1박 2일로 무주까지 가서 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관련해서 대구교대 총학생회도 지난 6일 성명서를 내고 학교 측을 비판했다. 총학생회는 “행사의 이름은 재난안전교육이지만 명백한 군사 훈련이었다. D업체는 해병대캠프, 극기훈련 전문업체다. 재난안전교육과 극기훈련은 상관이 없다”며 “교육대학교에서 당당하게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제식훈련을 시키는 것'에 대해 가르쳤다. 이는 마치 일제 강점기에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군사훈련을 했던 시절을 떠올릴 정도로 시대착오적 발상이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처장의 태도도 굉장히 권위적이었다. 원치 않는 교육을 받고 인격적으로 무시당했으나 학생처장은 책임자로서 사과는 고사하고 오히려 항의한 학생들을 두고 ‘재난사태가 되면 아이큐가 40 떨어진다. 먼저 간 아이들이 그런 경우가 아니었나 싶다’고 비꼬았다”며 학생처와 학생처장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대구교대의 해명을 듣기 위해 박정화 학생처장과 통화했으나, 입장 밝히기를 거부했다.
덧붙이는 말

박중엽 기자는 뉴스민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민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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