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또 이유없이 선출된 대학총장 임용 거부

교육부, 경북대 총장 임용제청 거부...“이게 민주주의인가”

교육부가 경북대가 추천한 총장 후보자 임용 제청을 거부하자 대학 구성원은 물론 지역사회까지 반발하고 나섰다.

16일 경북대는 교육부로부터 선거를 거쳐 대학이 추천한 총장 후보자를 임용 제청하지 않기로 했다는 공문을 받았다. 교육부는 총장 후보자를 재선정해 추천할 것을 통보했다. 문제는 교육부가 임용 제청을 거부한 구체적인 이유도 밝히지 않은 점이다. 이에 경북대 구성원들은 물론 지역사회까지 교육부의 독선적인 태도를 비판하고 나섰다.

총장 후보자 1순위 김사열 교수는 “당황스러운 통보다. 이번 교육부의 통보는 대학의 자치를 심하게 훼손시키는 것이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경북대 모든 구성원과 지역사회도 관심이 있으리라고 본다”며 심경을 밝혔다.

공주대학교는 지난 7월 교육부가 구체적인 이유 없이 총장 임용 후보자 재추천을 요구하자,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내 승소한 바 있다. 김사열 교수는 “갑작스럽게 소식을 들어서 법적인 대응은 검토하지 못했다. 대학 구성원들과 지역사회와 논의해서 앞으로 대응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북대 교수회도 총장 후보자 거부 사유를 교육부에 정보공개 청구하기로 했다.

문계완 교수회 의장은 “경북대는 지난 24년간 직선제를 해 왔다. 민주적인 절차로 이뤄지는 직선제를 교육부의 간선제로 바꿀 것을 요구했고, 쉽지 않게 간선제로 바꾸었다. 추천위원을 임의 추출하고, 지역 유관단체를 포함하는 등 최대한 민주적인 선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교육부에서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번 통보로) 경북대 구성원들의 자긍심에 금이 가고, 대학 발전에 큰 걱정이 놓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경북대 학생들은 ‘총장 임명 거부를 거부한다’는 페이스북 페이지(http://on.fb.me/1sEfJXf)를 개설하기도 했다. 17일 오전 개설된 페이지는 약 570여 명의 학생이 가입했다.

페이지를 개설한 경북대 학생은 “현재로선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학생들과 교직원들 탄원서 모아서 교육부와 청와대에 보내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며 “총장 직선제를 폐지할 때 교육부의 논리가 사실 우리가 알고도 다 속아 넘어간 것이다. 자기 손으로 자기 대표자 못 뽑는 이 상황이 과연 민주주의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경북대 총장임명 거부를 거부한다' SNS 페이지 갈무리 [http://on.fb.me/1sEfJXf]

제대로 된 총장직선제 통해 잘못된 지배구조 개편해야

경북대비정규교수노조(한국비정규교수노조 경북대분회)는 이번 사태가 교육부의 잘못된 대학정책이 불러온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시활 경북대비정규교수노조 교육환경개선위원장은 “(이번 사태는) 경북대 총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한국방송통신대학과 공주대학의 경우 교육부가 이유 없이 총장 임용 후보자를 거부했다”며 “교육부의 대학정책, 즉 총장 간선제를 정권 의도대로 관철시키고 그에서 비롯되는 부정적인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정규교수노조는 17일 성명서를 통해 “교육부가 총장 직선제 폐지를 강요한 것은 ‘잡음과 비용 발생 예방’때문이 아니라 ‘국립대를 교육부의 하수인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번 사태는 총장 간선제가 얼마나 잘못된 제도인가를 드러내 준다. 앞으로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수, 비정규교수, 교직원, 학생이 모두 동등하게 참여하는 총장 직선제 도입을 위해 싸우자”고 제안했다.

박근혜 정부의 통치 방식의 문제를 꼬집기도 했다.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경북대 사회학과)은 “뭐 때문에 임명하지 않았을까. 따지고 보면 없다. 김사열 교수는 과거에 국가보안법 폐지 요구, 박근혜 대통령 대선 부정 선거 규명 요구 등을 했다. 박근혜 정부가 자신의 의사에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한 복수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북대는 국립대 법인화, 총장직선제 등 교육부 요구에 가장 오래 버틴 국립대다. 이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전국 대학이 같은 문제에 처한다”며 “국립대학교에 대한 지배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비판과 함께, 학내 구성원들이 동등하게 참여하는 직선제다운 직선제로 다시 전환하는 투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의당 대구시당과 대구참여연대도 17일 성명을 내고, 각각 “국공립대의 총장직선제 폐지는 친정부성향의 인사들로 총장을 임명하기 위한 것”, “관료독재 이념편향 교육”이라며 이번 사태를 비판했다.

경북대는 지난 6월 총장 간선제를 치렀지만, 선거 규정 논란으로 재선거를 하면서 4개월째 총장이 공석인 상황이다. 지난 10월, 재선거에서 1순위 김사열 생명과학부 교수, 2순위 김상동 화학공학과 교수가 선정돼 늦어도 내년 1월 총장 발령이 날 예정이었다.

경북대는 총장직선제 폐지 이후, 교수, 외부위원 등 42명으로 총장임용후보자 선정관리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이 총장임용후보자 2인을 결정하고, 두 후보를 교육부에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차기 총장으로 임용한다.

한편, 교육부의 이유 없는 총장 임명 제청 거부와 관련 지난 10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지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한국체대, 공주대, 한국방송통신대 등 국립대 총장 임명 제청이 늦어져 대학에 큰 혼란을 빚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덧붙이는 말

김규현 기자는 뉴스민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민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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