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학자 출신 양심수의 서신 검열 마음대로 해도 되나?

불법 서신검열 국가배상청구 소송 1심 패소

교도소 내에서 서신을 검열 당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의 판결까지 받은 양심수 이병진 정치학자가 제기한 국가배상청구 소송에서 1심 민사부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에서 인정한 서신검열의 불법성에 대해 뒤집는 판결 내용이 담겨 있어 다소 파장이 예상된다.

이병진씨는 인도 정치 전문가로 20대 인도 유학 시절 두 차례 북한을 다녀온 것이 문제가 되어 지난 2009년 법원으로부터 징역 8년(국가보안법 위반)을 선고 받고 전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6년째 복역 중인 이병진씨에 대해 전주교도소는 지속적으로 서신 검열을 해왔다. 이씨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2013년에는 115건을 검열했고, 204년에는 83건을 검열했다. 또한, 2012년에는 월간지 <작은책>에 보낸 원고 2건에 대해 발송 불허했다.

이에 이씨는 2013년 1월 발송 불허와 서신검열에 대해 행정소송을 냈고, 작년 5월 대법원은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이씨의 <작은책> 원고가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 느낀 감상을 수필형식으로 기재한 것으로 북한을 무조건 찬양하거나 고무하는 내용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며 이적표현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 승소 후 제기한 국가배상청구 소송에서는 다른 결론을 내놨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1 현용선 판사는 “집필문의 내용과 불허처분의 경위 등에 비추어보면... (발송 불허)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까지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고 전주교도소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인권단체들은 26일 논평을 통해 “이씨의 원고 내용이 이적표현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까지 깔아뭉갠 것”이라면서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전주교도소가 이씨의 원고 발송을 불허하더라도 책임을 추궁할 길이 없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병진씨는 항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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