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시청로비 점거농성에 '불관용' 원칙 천명

"점거 농성자와는 대화나 타협 없다" 못박아

서울시가 서울시청 로비를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는 단체나 개인에 대해 사실상 '불관용' 원칙을 천명하고, 법적조치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후 점거농성을 하는 단체에 대해서는 2~3차례 퇴거 안내를 하고, 그 때에도 해결되지 않을 시에는 경찰과 협조해 강제퇴거 조치 및 고소·고발 등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2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앞으로 점거 농성자와는 어떤 대화나 타협을 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시는 "청사를 시민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공유하는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시민청, 하늘청사 등 다양한 시민공간 조성과 로비 등을 활용하여 사진 공예 전시회 개최, 시민 발언대 운영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심지어 로비를 무단으로 점거하고 시위를 벌이는 행위에 대해서도 강제퇴거나 고발을 유보하고 인도적인 차원에서 이해 당사자 간 대화나 협상을 통해 점거자의 자발적 퇴거를 유도한 바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단 점거 농성이 반복됨에 따라 자진퇴거 설득은 한계에 다다랐고, 전시회 관람이나 민원을 위해 신청사를 방문한 다수 시민들에게 적지 않은 불편을 주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농성 중 벌어지는 청사 내 기자회견, 구호제창 등 소란행위와 인쇄물 부착, 대립하는 단체 간 충돌 등 각종 불법·무질서행위로 인해 ‘열린 청사’의 지속 운영이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이유로 "공공청사를 무단 점거해 시위 등을 하는 행위는 건조물침입 또는 퇴거불응, 업무방해죄 등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라는 점에서 경각심을 갖고,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태도를 견지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라며, 점거농성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이 서울시민인권헌장의 선포를 요구하며 서울시청 로비를 점거하고 있는 모습.

이번 조치는 사실상 지난해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갈등을 빚으며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이 로비를 점거했던 일 등의 재발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외에도 2013년 6월 시외버스 운수체계 개편을 요구하는 공공운수노조의 3일 동안의 점거농성이 있었고, 지난달 9일에도 버스중앙차로 청소노동자들이 용역업체의 부당 해고에 항의하면서 로비를 점거한 적이 있다.

서울시가 점거와 같은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점차 차단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조치는) 순수하게 청사 방호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그 성격과 무관하게 어떤 단체가 로비를 점거하더라도 청사 방호에 위협이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원칙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성을 하는 단체들에 대해 대화와 토론보다는 강경 대응을 앞세우는 것이 오히려 갈등을 조장할 우려가 있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시 관계자는 "불법적인 방식의 시위에 대해서 엄정 대응하겠다는 것"이라며 "시장과의 주말데이트 또는 시민발언대 등 정당한 의견 제시에 대해서는 보장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권단체는 이번 조치에 대해 즉각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권운동사랑방 명숙 활동가는 이에 대해 "영혼없는 행정의 전형"이라고 지적하며 "사실상 더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공론장에서의 (소수자 등에 대한) 혐오발언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이런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이 내몰린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서만 엄격한 잣대를 제시하는 것이 과연 박원순 시장이 내세우는 참여시정인가"라고 되물었다.

명숙 활동가는 또 "왜 약자들이 시끄러울 수밖에 없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면서 "결국 이 사회가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기 때문인 것인데, 서울시는 이런 목소리를 그저 소음으로 취급하겠다는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주의는 원래 시끄러울 수밖에 없는데, 서울시에는 이런 목소리들을 모아 평화롭게 토론할 수 있는 적절한 인권 행정 철학이 부재한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보수적 논조의 경제지들은 서울시의 이번 조치에 대해 이례적으로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매일경제>는 "불법시위 열받은 박원순 “청사 점거땐 강제 퇴거”"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고, <헤럴드경제>도 "서울시 신청사 '수난의 역사'..개청 이래 3차례 무단점거"라는 기사를 통해 서울시의 조치에 힘을 실었다.
덧붙이는 말

하금철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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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원순

    그 놈의 불관용 원칙은 근혜한테 배워냐....
    힘없고 빽없는 사람들의 저항애 불관용 원착을 적용하면 힘있고 배경 좋은 놈이 사고치면 관용을 배풀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