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도가 쫓겨난 이유는? “열악한 환경 때문”

장애인부모들 “사회복지사 법정 인원 충원하라” 부산시에 요구

  부산장애인부모회는 2일 시청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간보호센터의 관리·감독기관인 부산시에 주간보호센터의 법정인력 준수와 ‘과잉행동 삼진아웃제’ 철회를 요구했다. ⓒ부산장애인부모회

최근 발달장애인이 과잉행동을 이유로 장애인주간보호센터에서 쫓겨난 것에 대해 장애인부모들이 이는 주간보호센터의 열악한 환경 때문이라며 부산시에 사회복지사 충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부산장애인부모회(아래 부모회)는 2일 시청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간보호센터의 관리·감독기관인 부산시에 주간보호센터의 법정인력 준수와 ‘과잉행동 삼진아웃제’ 철회를 요구했다. 과잉행동 삼진아웃제란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이용 계약을 맺을 때, 과잉행동을 세 번 이상 했을 시 계약 해지를 할 수 있다’는 계약서의 내용을 가리킨다.

이러한 조항 때문에 이균도 씨(24세, 발달장애1급)는 지난 6월 15일 동료 이용자를 때렸다는 이유로 주간보호센터로부터 계약 해지를 당했다. 그 역시 이것이 '세 번째 사고'였다. 이에 대해 이균도 씨의 아버지이자 부모회 지회장인 이진섭 씨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라며 6월 18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이 씨는 “균도 소식이 알려진 뒤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비슷한 일을 당했다며 부모들이 제보해왔다”고 전했다. 즉, 이번 일은 이균도 씨만의 개별 사안이 아니라 ‘발달장애인이 처한 보편적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부모회는 지역사회에서 성인 발달장애인이 갈 수 있는 곳이 복지관, 주간보호센터밖에 없음에도 이마저도 시설 수가 적고 복지 종사자의 수도 턱없이 부족해 발생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의 『2015 장애인복지사업안내』 지침에 따르면 주간보호센터에 사회복지사는 ‘장애인 4명당 1명’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설이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주간보호센터 입장에선 이용을 원하는 대기자가 밀려있는 상황에서 적은 수의 복지사로 중증의 발달장애인을 돌봐야 하는 열악한 근무조건에 처하게 된다.

2014년 기준으로 부산시 등록 장애인 수는 16만 8663명이며 이중 발달장애인(지적·자폐성 장애) 등록 수는 1만 1503명. 부모회는 이 중 5500여 명 가량을 학령기가 지난 성인 발달장애인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이들 중 주간보호센터, 직업재활시설 등을 이용하는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이들이 갈 수 있는 시설 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모회는 “실제 성인기 발달장애인 4000여 명은 거의 다 집에서 방치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설을 이용하는 소수의 발달장애인도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에 등록된 주간보호센터는 52개로 현재 이곳을 이용하는 성인 발달장애인은 844명이다. ‘장애인 4명당 1명’의 종사자가 배치되어야 한다는 복지부 기준에 따르면 211명의 사회복지사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 종사자 수는 166명(사회복지사, 겸직 시설장, 기능직 모두 포함)에 불과하다. 부모회에 따르면 이중 부산시로부터 인건비 지원을 받는 사회복지사는 128명이다. 이러한 기준으로 보면 사회복지사 1명이 6.6명의 발달장애인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부모회는 “부산시는 사회복지사 처우에 대해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부모회는 중증의 발달장애인의 경우엔 ‘4명당 1명’도 부족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과잉행동 장애가 많이 나타나는 발달장애인 1급에 대한 인력 지원 기준은 장애인 2.5명당 1명으로 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사회복지사가 중증의 발달장애인 이용자들을 제대로 지원할 수 없는 현실임에도 이에 대한 모든 부담과 피해는 이용자들에게 가중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과잉행동 삼진아웃제’다. 따라서 부모회는 “고군분투하는 복지관이나 주간보호센터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갈 곳 없는, 과잉행동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중증 발달장애인에게 이러한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관리 위주의 시설만을 위한 규정”이라면서 “중증 발달장애인에게는 인격침해의 요소가 있으며, 이는 이들에게 집에 틀어박히거나 길거리에서 방황하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복지부 지침에 맞는 사회복지사 배치(장애인 4명당 1명, 중증장애인은 2.5명당 1명) △과잉행동 삼진아웃제 철회 △과잉행동, 신변처리 여부 등 이용자들의 성향에 대한 전수조사 △발달장애인 평생교육 센터 건립 및 지원 △발달장애인 탈시설 향후 대책 수립 및 지원 등의 내용이 담긴 요구안을 부산시에 전달했다.
덧붙이는 말

강혜민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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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리인

    과연 3번에 그랬을까요? 수십번은 될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