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자들 “노동자 중심 서울 만들자” 정책 대안 발표

“여당, 보궐선거 이유 기억도 못 해” 서울시정 모니터링단 등 출범 예정

4.7 서울시 보궐선거를 앞두고 사회주의자들이 노동자·시민이 주인인 서울로의 전환을 위해 투쟁하겠다고 나섰다. 이번 선거가 코로나19로 인한 불평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단지 시장을 선출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진단 때문이다. 이들은 이번 선거가 여성이 폭력·차별에서 자유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공론의 장’,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민들의 논의 마당’으로 위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사회변혁노동자당(변혁당) 서울시당은 지난 22일부터 8일 동안 노동자·시민 중심의 서울을 만들자는 내용으로 ‘레드서울 만들기 프로젝트’(레드서울) 제안자를 모집했다. 변혁당 서울시당은 31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한 사업을 101명의 제안으로 공개했다.

노동자·시민 주인, 자연과의 공존을 위한 ‘레드서울’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정부의 코로나19 정책을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는 K-방역을 성과로 내걸고 있고, OECD 국가에서 경제적 피해를 가장 적게 기록했다고 자랑하고 있다. OECD 국가에서 경제적 피해를 가장 적게 기록했다고 자랑하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해 경제활동이 덜 위축되고, 사회적 거리두기 정도가 덜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는 더 많이 감소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만큼 이 사회에서 노동자는 존중 받지 못했고, 권리는 외면당한 채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은 불안정한 일자리를 가진 노동자에게 집중됐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우리는 두 보수정당에서 출마한 후보들만의 경쟁이 된 4.7 보궐선거가 체제 전환의 시대적 과제와 요구를 담아내지 못하고, 또다시 개발과 성장, 자연과 인간착취를 기저에 깔고 있는 공약과 정책이 난무하는 현실을 비판한다. 그리고 여성 폭력이 사라지고 성평등이 실현되는 사회, 혐오의 차별·배제가 없는 사회에 대한 기대를 접게 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접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때문에 “우리는 지금 이 시간부터 우리가 사는 서울특별시란 장소에서 이윤 중심의 개발과 성장이 아니라, 생명과 삶이 중심이고 노동자 시민이 주인인, 자연과 공존하는 사회체제로의 전환을 향한 실천을 ‘레드서울’이라 이름으로 시작하려 한다”라고 밝혔다.

레드서울의 목표는 △기후정의를 실현하는 생태도시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배제하지 않으며 성평등을 기반으로 한 평등도시 △주거 안정을 실현하는 안정도시 △공공의료를 중심으로 건강권을 보장하는 건강도시 △공공돌봄을 통한 지역사회 돌봄시스템이 구축된 돌봄도시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이 보장되는 노동자도시 등이다. 또 이 목표에 따른 주거, 의료, 노동, 기후, 교통, 여성, 돌봄, 성평등, 차별 금지, 청년 등과 관련한 35가지 요구를 발표했다.

“돌봄·가사, 개인의 몫이 아닌 지역사회가 책임져야”
"서울시 미래, '기후 관점' 필요'"


여성노동자인 이지수 씨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성폭력 사건으로 인해 치러지고 있음에도 선거 과정에서의 반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당헌개정까지 해서 서울시장후보를 선출하고, 피소사실을 유출했던 사람을 선대본부장으로 배치하는 모습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왜 다시 치러지게 되었는지를 기억조차 못하는 것 같다”라며 또 한편에서는 “성폭력사건을 단지 경쟁후보를 공격하고 비난하기 위한 당리당략에 활용하고 있을 뿐이지, 성찰하고 반성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더구나 선거 과정에서는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문제 발언들도 쏟아졌다. 이지수 씨는 “상대후보를 ‘아줌마’로 지칭하면서, 여성후보 따위에 질 수 없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후보도 있었었다.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를 보살피고 기를 마음가짐, 딸의 심정으로 어르신을 돕는 자세를 갖춘 후보’라고 자당의 후보를 옹호하는 정치인도 있었다”라고 꼬집었다.

여성일자리와 관련해 이지수 씨는 “서울시 여성노동가능인구중 46%가 비경제활동인이다. 경력단절 여성 35만 명 중 30대가 45%를 차지”한다며 “서울에서 취업하지도, 취업을 위한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여성 청년층이 24만 명에 달하는데, 그중 가사돌봄 등에 의한 사유가 78%를 차지한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돌봄과 가사는 개인의 몫이 아닌 지역사회가 책임져야 한다. 또 다른 여성에게 열악한 노동조건을 전제로 맡겨져서는 안 된다. 노동과정 전반의 성별격차를 끊임없이 찾아내고 드러내야 한다”라며 “낳을 권리와 낳지 않을 권리 모두가 온전하게 보건의료시스템을 통해 보장돼야 한다.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서울은 안심화장실과 안심귀가서비스 등으로는 결코 만들어질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레드서울의 여성 일자리 정책은 서울 소재 전 사업장의 임금공시제 시행·성평등 단체협약 체결 등이 있다. 임금차별, 승진차별, 경력단절 등 성차별적 노동 환경 감시단을 운영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돌봄노동과 관련해서는 보편적 국공립 보육·노인돌봄시설 확충을 통한 지자체 책임의 돌봄 시스템 구축, 공동부엌, 공동세탁 등의 공공재 방식의 사회서비스 시설 확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성폭력 요구로는 성폭력 대응 신고센터 운영, 원스톱 피해자 회복 지원체계 구축, 가정폭력 피해자 쉼터 확대·자립 지원 등이 있다. 차별금지와 평등 관련 서울시 조례 제정, 포괄적 성교육 의무 조례제정을 통한 서울 소재 기관, 기업 학교 등에 성평등 교육 의무화 등의 과제도 있다.

기후정의 활동가인 서린 씨는 기후위기 상황에서 ‘기후 관점’을 갖고 서울시의 모든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지율 1위라고 말하는 오세훈 시장은 서울은 산이 많아서 탄소배출 걱정없다고 했다”라며 그러나 “서울시는 전 세계에서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도시로 선정되기도 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서 그는 “기후 문제에 절박한 후보는 찾아보기 힘들다. 말뿐이거나, 심지어 기후위기를 심화시킬 공약을 내세운다. 불과 1년 임기임에도 큰 규모의 토건 공약들이 난무하기도 한다”라며 기후위기 대응은 서울의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 정책으로는 서울시 모든 건물의 태양광 설치 의무화, 공공중심의 친환경 일자리 창출, 공공기관부터 채식식단 의무화·채식식단 인증제 실시, 서울시 기후위원회 설치 등이 있다.


일자리 구하지 못한 청년, 플랫폼 노동으로 내몰렸다

전 고객센터 상담 노동자 허성실 씨는 비정규직 일자리 문제를 지적했다. 허성실 씨는 “코로나19로 저성과자를 면담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한다. 일도 힘든데 저성과자로 찍힐까 걱정이 앞선다”라며 “코로나19로 서울시 10명중 1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그리고 그 중 85%가 비정규직이다. 서울시 해고노동자들이 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박영선 캠프를 점거한 일도 있었다. ‘노동존중특별시 서울’은 어디로 갔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내 친구는 취업이 안된 것은 내 탓이고, 쿠팡에 일하는 것도 내 선택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하는데 말이 안 된다. 최악의 고용위기, 플랫폼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 속에서 내 친구는 자발적이 아닌 강제적으로 선택당했다”라고 전했다.

이들은 노동정책으로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적용을 요구했다. 또 플랫폼 노동자, 돌봄 등의 필수노동자의 노동권과 관련해 직접고용과 기본급 보장, 공공배달물류앱을 통해 중간착취를 근절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공공일자리 확대를 위해 구 단위까지 사회서비스원을 설치하는 내용도 있다. 이밖에 실업수당의 기간확대, 자격완화 등의 요구를 담았다.

다주택 공영화 요구
“청년 집중 주거 시설, 공공주택 전환해야”


원룸 세입자인 고근형 씨는 “서울에 올라와 산 지 6년, 그동안 이사만 세 번을 다녔다. 원룸, 고시원, 다시 원룸. 한 방에 평균 2년 동안 거주한 셈”이라며 “계약 기간이 끝나서, 월세를 올리겠다고 해서 더 싼 방을 찾아 서울을 떠돌아다녔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세훈 후보는 취임 일주일 만에 재건축 안전진단부터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그 후보들께 묻고 싶다. 우리 세입자들이 들어갈 수 있는 집은 어디인가”라며 “우리에게는 누구나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이 필요하다. 서울 무주택가구는 200만, 그러나 공공임대주택은 겨우 30만 채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레드서울은 주거 정책으로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법 제정, 재벌의 비업무용 부동산 환수를 얘기했다. 환수한 돈을 통해 다주택 공영화로 1가구 1주택을 실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졸업을 앞둔 있는 김건수 씨는 열악한 일자리로 인해 대학 이후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서울시는 청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청년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 정책인지는 의문”이라며 “주거정책의 경우 청년 스스로 수백만 원을 지출할 때에만 성립될 수 있고, 고용의 경우는 질 낮은 비정규직 일자리를 양산하는 것에 그친다”라고 꼬집었다.

김건수 씨는 “우리는 공정성이 아니라, 공공성을 통해 청년의 권리가 보장되는 서울을 원한다. 일할 권리, 거주의 권리는 시장과 경쟁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닌, 태어나면서 당연하게 보장되는 기본권”이라고 말했다.

레드서울은 청년 실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그린뉴딜·신산업 일자리를 국가책임일자리로 만드는 방안을 제시했다. 비정규직을 통한 숫자 채우기 식 일자리 정책이 아니라, 노동권이 보장되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청년 주거와 관련해서는 고시원, 원룸 등 청년층이 주로 거주하는 주택을 공공주택으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주거 안정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장호 변혁당 서울시당 대표는 “레드서울은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생명을 갉아 먹지 않고, 지구를 파괴하지 않고, 누군가를 차별하고 배제하지 않는 그런 도시”라며 “‘세계의 중심’, ‘대한민국의 중심’이 아닌 노동자와 시민이 중심되는 도시, 청년들이 하루하루 힘겨운 삶을 살아내야 하는 도시가 아닌 내 삶을 구상하고 실현할 수 있는 도시 서울을 만들어 가는 투쟁과 실천에 함께 하자”라고 제안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2022년 지방자치단체 선거 시기까지 사업을 이어간다. 4.7 선거 직후에 보궐선거 당선자 공약을 평가하는 이슈페이퍼를 발행할 계획이다. 또한, 5월에는 레드서울을 제안하는 토론회를 개최하고 하반기에는 레드서울 실현을 위한 ‘서울시정 모니터링단’을 출범한다. 또 서울시를 상대로 요구안들을 실현하는 실천사업을 전개하고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법 제정 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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