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치 통일 재편 불가능...지역당 체제로”

민주노총 정치세력화 2차 토론회...진보재편 논의 통합진보당 첫 참가

양경규 노동·정치·연대 대표가 “진보정치의 통일과 재편은 불가능 하다”고 논쟁적인 진단을 내려 눈길을 끌었다. 2011~12년 진보대통합 실패 이후 노동·정치·연대가 진보정치 통일과 재편을 꾸준히 추구해 왔다는 점에서, 양경규 대표의 진단은 논쟁적이었다.

양경규 대표는 진보정당의 분리 정립 구조를 넘어서는 통일 재편의 흐름을 위해, 다시 역동적인 노동자정치운동 흐름을 만들 수 있는 지역중심의 노동자정치 운동체로서의 지역당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기존 진보정당 중앙 조직의 구조를 넘어서자는 것이다.

지난 28일 오후 3시 서울 정동 민주노총 건물 15층 교육원에선 ‘제2기 노동자정치세력화 길찾기 2차 연속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엔 윤현식 노동당 정책위의장, 김은희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조승수 정의당 정책위 의장, 이의엽 통합진보당 정책위 부의장, 양경규 노동정치연대 대표가 한자리에 앉았다. 통합진보당이 중앙당 차원에서 다른 정치세력과의 재편 논의에 처음 제안을 받고 참가한 점도 주목된다.

  [사진/ 윤지연 기자]

그동안 지지부진한 노동자정치세력화 논의에 논쟁적인 쟁점을 던져준 토론자는 양경규 대표였다. 양경규 대표는 “진보정치의 새로운 전망을 위한 몇 가지 과제들 중 진보정치의 통일과 재편은 불가능하다”며 이 같은 진단 배경으로 △노동현장의 정치적 분열구조와 냉소 △자기당 중심의 성장전략 △(이념, 활동방식에서) 끊임없이 배타적 차별성 강조하는 구조 △과거 분리 정립과정에서 배태된 관계의 문제 △해결 난망한 권력의지 혹은 패권 문제 △이어지는 또 다른 분리.정립 등을 들었다.

양경규 대표는 “진보혁신회의에서 노동당과 정의당의 요청으로 통합진보당이 빠져있다”며 “혹자는 아예 통합진보당이 진보정당이 아니라고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진보정치 재편을 아예 건드리지도 말 것인가라는 고민에 빠졌다. 진보혁신회의를 통해 최소한의 재편을 시작해 보자고 했지만 실패했다”고 토로했다.

양경규 대표는 이어 “노동당은 혼란스러워지기 때문에 진보혁신회의 운영을 당에 홍보도 하지 않는다”며 “노동당 입장에선 정의당 같이 진보정당의 가장 오른쪽에 있는 정당과 이야기하기 싫다는 것도 있다”고 작심발언을 이어갔다. 양 대표는 “작년 이맘 때 천호선. 이용길. 저, 진보교연, 민주노총 위원장이 나와 토론회를 했는데 노동당 홈페이지에는 공지도 안 된다. 기관지에도 중계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양경규 대표는 “정의당도 마찬가지다. (진보정치 재편에) 최선을 다 한다고는 하지만 진보혁신회의에서 느꼈던 것은 ‘안을 내면 검토하겠다’는 태도”라며 “한 번도 안을 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구조는 일종의 트라우마에서 발생했다”며 “진보대통합 과정에서 통합연대를 만들어 진보신당을 나간 것은 치명적인 상처가 있다. 어떤 건설적인 논의도 불가능하게 만드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양 대표는 “진보혁신회의 내에서 지방선거와 7.30 선거를 맞았지만 어떻게 연대할까에 대해 양당은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재편은 불가능하다”면서도 “그럼에도 현장 대중이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진보정치 통일 재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 대표는 통일 재편이 가능한 방안이 있다고 밝혔다. 질풍노도 같은 대중운동으로 모든 문제를 뒤엎으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양경규 대표는 “통합과 재편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민주노동당 같은 단일한 정당으로 하자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다원적 정당 체계로 가지만 흐름을 만들기 위해 모여서 이야기 해 보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시점에서 노동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지역적으로 노동자 정치운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절대 중앙 조직은 재편되지 않는다”며 “각 당으로부터 독립해서 노동중심의 지역적 노동자당을 건설하고, 지역당에서 중앙당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재편의 움직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비판과 제안을 두고 조승수 정의당 정책위 의장은 “내부 회의에서는 현재 단계에서 진보재편과 관련해 진보혁신회의 결과를 존중하고 노력을 함께 하지만 성과를 내기에는 각 당의 상황이 어렵겠다는 진단도 있었다”며 “오늘 토론회도 어떤 분들은 ‘통합진보당이 들어가 있는 이런 회의에 들어가는 게 맞나?’하는 당내 문제제기 있었지만 ‘논의의 주요 축인 통합진보당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지 않느냐‘고 반박하고 나왔다”고 전했다.

윤현식 노동당 정책위의장은 “현재 진보정치 구도가 지금과는 달리 바뀌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며 “하지만 단순 과거처럼 가면 지금 같은 분립구도로도 큰 무리가 없다. 진보정치가 바라봐야 할 것은 보수와 진보, 좌와 우 이원 구분을 정립하는 방향으로서 정치방침을 만들고 실현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의엽 정책위 부의장은 “저희는 연대 활동에 소홀하거나 거부하거나 그런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작년이래 배제대상이 돼 있었고 진보혁신회의의 주체가 되지 못했다”며 “오늘 토론회에 진보당이 자리를 함께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통합을 지향하지만 어느 정도 될 수 있는가는 현재 상태를 반영한다”며 “불신이 쌓인 조건에서 지역차원에서부터 공동 연대활동 토대 있어야 신뢰가 회복되지 않을까 싶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한 위에서 신뢰를 쌓아 나가자. 오늘 토론회가 그런 공동의 모색 자리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김은희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은 “당장 정당개편 논의보다 지금 위치에서 연대할 수 있느냐를 실험해보는 것이 필요하다”며 “자기정체성을 유지하며 연대할 수 있는 횡단의 정치를 보여주면 대중의 진보정당에 대한 오해가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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