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자 샌더스 지지하는 밀레니얼 여성들…“버니빠 낙인에 반격”

온라인 해시태그 운동 ‘#핫걸포버니’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 후보 버니 샌더스를 밀레니얼 여성들이 지지하고 나섰다. 이들은 자신도 밀레니얼 세대이자 샌더스 지지자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관행적 성적 재현 방식에 도전하며 ‘#핫걸포버니’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고 있다. 참가자들은 이를 두고 민주당 주류가 샌더스 지지층에 붙인 ‘버니빠’ 낙인에 대한 반격이라고 말한다.

[출처: 트위터 화면캡처]

미국 아이오와 코커스가 진행되던 2월 초, SNS에선 버니 샌더스를 지지하는 이른바 ‘썰스트 트랩(thirst trap)’ 게시물이 파도를 탔다. 썰스트 트랩이란 ‘시선을 끌기 위해 성적 매력을 발산한 SNS 사진이나 글’을 말한다. 이 썰스트 트랩은 지난 1월 초 미국 배우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가 샌더스를 지지하는 사진을 포스팅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런데 아이오와 코커스를 앞둔 1월 말에는 SNS에서 더욱 노골적인 ‘#핫걸포버니(#hotgirlsforbernie)’라는 해시태그가 붙은 게시물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핫걸포버니’ 해지태그 운동은 미국 시카고에 사는 20세의 여성 대학생 다나카 카토비치 씨가 1월 12일 트위터를 통해 ‘핫 걸’ 샌더스 지지자들과 단체 채팅을 하고 싶다고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친구 1명과 함께 채팅 그룹을 만들었고, 이 두 명은 50여 명을 초대했다. 그런데 몇 분 만에 이 채팅 그룹에 수백 명이 합류했고 이들이 #핫걸포버니 해시태그 운동을 시작하면서 SNS 트랜드를 이루고 있다.

이 밀레니얼 여성들은 예를 들면, #핫걸포버니 해시태그와 함께 “보편적 건강보험이 도입된다면 나는 더 ‘핫’해질 거야”, “부티지지 후원자는 월스트리트야”, “또 다른 버니 브로”, “그린 뉴딜 도입, 이민세관단속국(ICE) 폐지” 등 샌더스 지지 게시물을 SNS에 올리고 있다. 이들이 함께 게시한 사진은 성적 매력을 의도적으로 드러낸 것이 많다. 그러나 재치 있거나 귀여운, 또는 유머러스하거나 기괴한 장면도 적지 않다. 20대 여성들이 시작했지만 젊은 성 소수자나 남성도 #핫걸포버니 해시태그를 달고 자신이 연출한 장면을 올리기도 한다.

[출처: 트위터 화면캡처]

#핫걸포버니 해시태그 운동을 시작한 이들은 이를 두고 민주당 주류의 낙인에 반발하는 SNS 운동이라고 말한다. 민주당 주류는 버니 샌더스의 부상이 심상치 않자 그의 지지층이 백인 남성이나 중년에 국한할 뿐 젊은 여성은 없다고 공격해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특히 ‘버니 브로스(Bernie Bros)’를 문제로 샌더스와 트럼프가 다를 바 없다며 중도 후보를 지지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버니 브로스는 일명 ‘버니빠’로 버니 샌더스를 지지하는 백인 남성 청년들을 말하는데, 샌더스 지지자 중 일부가 경쟁 후보에 대해 여성 혐오식 비난을 하거나 극단적으로 공격하며 문제가 된 바 있다. 특히 아이오와 경선을 앞두고 힐러리 클린턴이 샌더스를 공격하며 버니 브로스를 문제 삼으며 논란이 됐다. 그러자 샌더스를 지지하는 젊은 여성들이 민주당 주류가 논란거리인 버니빠만을 샌더스 지지층으로 한정하여 낙인찍고 있다며 이에 반발하여 ‘#핫걸포버니’ 해시태그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미국 언론 <복스(Vox)>에 따르면, 이 채팅모임을 함께 시작한 하드야 아프잘 씨는 ‘핫 걸’이라는 용어에 대해 “관행적인 딱지가 아니라 가장 유명하게는 (가수) 메건 더 스탤리언의 ‘핫 걸 섬머(hot girl summer)’의 밈(짤)처럼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종종 이용하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스탤리언은 ‘핫 걸 섬머’에서 기존의 아름다움이나 영향력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을 사랑하고 원하는 것을 행하는 것이 가장 본질적이라는 의미에서 ‘핫 걸’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아프잘 씨는 또 이 해시태그 운동에 대해 “수많은 여성 지지자들을 보이지 않게 하는 버니 브로스 내러티브에 대한 반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그것이 다소 유치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이것이 멋진 것은 ‘a)네가 소녀가 되길 원한다면 너는 소녀야’ 그리고 ‘b)네가 버니를 지지한다면 너는 핫해’라는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의도적으로 분리적인 이성애 중심의 미의 기준을 해체하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출처: 트위터 화면캡처]

#핫걸포버니는 아이오와 코커스 경선일이었던 지난 3일 미국 해시태그 1위를 기록할 만큼 폭발적이었다. 이 해시태그에 이어 ‘lonely girl(외로운 소녀)’, ‘ugly girl(못생긴 소녀)’ 등 기존에 페미니스트 공격에 동원된 지칭을 역전시켜 해시태그로 사용(#lonelygirlsforbernie, #uglygirlsforbernie)하거나 #hotboyforbernie, #babiesforbernie 등 다양한 변주도 나오고 있다. 또 성 소수자와 젊은 남성들도 ‘#핫걸포버니’를 단 게시물을 올리면서 이 해시태그는 버니 샌더스를 지지하는 다양한 청년층의 상징적 표현이 되고 있다.

한편, <복스>는 “2020년 선거에서 버니 지지자들은 훨씬 더 다양한 연령층을 보이고 있다”며 “2018년 11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샌더스는 백인보다 유색인종에게 더 인기가 많을 뿐만 아니라 여성도 최소한 남성만큼 그를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은 지난 3일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으로 막을 열었다. 경선은 대선이 실시되는 11월까지 56개 지역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아이오와에서 버니 샌더스는 1, 2차 일반 투표에서 1위를 기록했지만 대의원 집계에선 0.1% 차이로 2위에 머물렀다. <뉴욕타임즈>는 이 경선을 두고 “오류와 불일치로 가득 찬 아이오와 코커스 결과”라고 보도한 바 있다. 2번째 경선이 실시되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선 버니 샌더스가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