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아시아, 한국 의류공장 노동자들의 위기

[인터내셔널]

  코로나바이러스에 일하지 못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노동자들 [출처: https://cleanclothes.org/]

의류 산업부터 덮친 코로나19

세계 의류 산업은 애초 한계에 부딪힌 상태였다. 저임금을 원하는 자본과 일자리 창출을 원하는 개도국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동유럽과 아프리카를 거쳐 아시아와 중남미에 이르기까지 의류 하청공장들은 저임금 경쟁을 하며 확대해 왔다. 여기에 일자리가 필요한 이주노동자들도 가세하면서, 의류 산업은 임금뿐 아니라 보건안전이나 결사의 자유까지 최악인 업종이 됐다.

여기에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 상황은 열악했던 의류 산업 노동자들에게 엄청난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세계 최대의 의류 산업 대응 시민사회 네트워크인 ‘클린 클로드즈 캠페인(Clean Clothes Campaign)’이 지난 3월 17일 낸 보고서¹ 는 이러한 상황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보고서에 따르면, 의류공장들은 중국에서 오는 원자재 부족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있고, 브랜드사들은 소비자의 수요 감소로 주문을 줄이고 있다. 의류 소매상이나 의류 매장들도 이동제한 여파로 문을 닫으면서 수요는 더 감소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밀집 노동이 이뤄지는 의류공장의 특성상, 공장가동 자체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의료보험을 포함해 생존할 수 있는 사회적 네트워크마저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4월까지 북미와 유럽에서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는 이 위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의류 산업의 최대 시장이 북미와 유럽이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노조탄압, 열악한 노동환경을 모두 가지고 있던 의류 산업 노동자들은 일자리 자체가 없어지는 최악의 상황에 맞닥뜨리게 됐다.

한국 의류기업과 공장의 상황

벤더(vendor)라 불리는 한국 의류기업들은 오래전부터 한국 수출의 한 축을 맡아왔다. 한국에 사무실을 두고 원자재 수입과 생산을 총괄하는 형태다. 주로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공장을 자체 운영하며 생산하지만, 한국 벤더들의 하청을 받는 한국인 공장들도 이 의류 산업의 일부였다. 한국 벤더들은 미주와 유럽의 브랜드사로부터 주문을 따낸 후, 원자재 수입(주로 중국)과 생산을 자기 비용으로 지불하고 납품 후 3개월 뒤에 브랜드로부터 대금을 입금 받는 방식을 취해왔다.

문제는 브랜드사로부터 주문이 끊긴 상황에서, 기존 주문 생산량을 납품한 후에도 공장을 운영할 수 있느냐다. 당장 기존의 납품 대금마저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자사 운영 공장에 대한 정리해고는 물론이고, 한국 본사 직원에 대한 정리해고도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한국 벤더로부터 하청을 받던 공장의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한국 벤더들의 여건은 좋지 않았다. 미국의 대형 의류업체인 포에버21의 파산으로 14개 한국 벤더들이 약 2,000억 원의 대금을 받지 못해 위기에 처해 있었다.² 포에버21의 회장인 한국계 미국인 장도원 회장이 LA에 세운 교회 앞으로 한국 벤더 업체 대표들이 원정투쟁을 가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리고 포에버21의 파산 여파는 해외 진출 한국 공장에까지 미쳤다. 지난 1월 모 한국 하청업체의 임금체불로 현지 노동자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결국 이 한국 업체 경영진은 야반도주한 상황이다. (포에버21 파산으로 피해를 입은 한국 벤더 업체들은 장도원 회장이 TV조선의 2대 주주임에 주목하고, 현재 TV조선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포에버21 파산과 같은 이슈가 아니더라도 한국 벤더와 이들에게 하청을 받는 동남아시아 지역 한국 공장에서는 휴업과 폐업 및 야반도주 사례들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이 같은 상황들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바이러스에 일하지 못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노동자들 [출처: https://cleanclothes.org/]

한국 의류공장 노동자들의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해외 한국 의류공장의 노동권 침해 문제에 대응해왔던 한국단체들과 국제노동단체들 또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동권을 탄압하고 악질적으로 ‘먹튀’하는 의류기업들에 대응하던 기존의 방식으로는 현 상황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국제단체들은 브랜드들을 상대로 책임을 묻고 있다. 그동안 의류산업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이용해 부를 축적해왔던 의류 브랜드들에게 기존의 주문을 취소하지 말고, 대금을 우선 지급하며 납기일을 연장해 노동자 일자리부터 보호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³ 그리고 무엇보다 브랜드들과 유통업체들이 모든 노력을 다해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한다.

브랜드의 눈치를 보는 한국 의류 벤더와 하청공장에는 두 가지의 과제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운영하는 공장의 노동자들을 해고하지 않으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한국 의류공장은 동남아시아 국가마다 수만 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그 가족의 생계가 절박한 상황이다. 현 상황을 개별 기업들이 해결하기 어렵더라도 당장의 해고는 막아야 한다. 한국 정부와 기업, 한국 시민사회는 해고를 막고 노동자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는 의류 브랜드들을 상대로 한 압박 투쟁도 포함돼야 한다.

한국 의류 공장에서는 노동권 침해가 만연해 왔고, 국제사회는 한국 정부가 이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오랫동안 비판해 왔다. 한국이 적어도 현재까지 코로나19 방역에서 국제사회에 모범이 되고 있다면, 이 사태가 파생시킨 동남아시아 대규모 해고 사태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 이것은 한국 벤더 업체에서 일하는 한국 노동자들의 문제이자,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신남방정책 국가들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규모 해고 사태이기 때문이다. 또한 근본적으로는 세계화라는 이름에서 자행돼온 의류산업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구조의 문제이기도 하다.

초유의 팬데믹 사태가 기존의 의류 공급망 체계는 물론 이에 대응해왔던 국제사회의 운동에도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해답이 쉽게 보이지는 않지만 의류산업 시스템에서 누가 가장 이득을 보았고, 그 속에서 한국은 어떤 위치인가를 자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당장 초유의 대량해고 사태를 막기 위한 방안 마련에 모든 주체가 적극적으로 나설 때이다.

1.https://cleanclothes.org/news/2020/brands-must-urgentlytake-steps-to-minimise-impact-of-the-coronavirus-on-garmentworkers-health-and-livelihoods
2. http://www.koreatimes.com/article/1301675
3. https://cleanclothes.org/news/covid-19-short-term-demands-indefense-of-garment-workers-in-global-supply-cha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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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점

    경기순환에서 더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볼 수 없을 때는 지배계급에 의한 반동기와 혁명세력에 의해 소유관계를 바꾸는 시대로 진입합니다.

  • 옛 공장 아저씨

    ㅎㅎㅎㅎㅎㅎㅎ좀도둑 좋아한다.ㅎㅎㅎㅎㅎㅎㅎㅎ니도 참 순둥이다.ㅎㅎㅎㅎㅎㅎㅎㅎ공장을 안다녀봤구나ㅎㅎㅎㅎ

  • 아저씨

    수탈

    부르주아들은 지주의 땅을 수탈했다.
    미국은 아메리카 땅을 수탈하고 돈으로 샀다.
    히틀러는 소련의 땅을 수탈하다가 함정에 빠져 패배를 하여 자살하였다. 스탈린은 동유럽까지 거대하게 수탈을 했다.

    수탈은 도둑질인가 경제학인가.


    실상 기업들의 인수합병도 잘 들여다보면 약간의 수탈이 존재한다. 가치의 완전한 등가교환은 없다. 한쪽이 손해를 본다싶으면 한쪽이 이익을 보는 것이 인수합병이다.

    수탈은 혁명성과도 닿아있다. 수탈자를 수탈하라는 말처럼 극소수가 배부르게 살고 절대 다수가 곤궁에 시달릴 때는 극소수자도 과거에 수탈자였기 때문에 절대 다수가 그 수탈자를 수탈하라는 것이다. 이 개념은 인민(빈농, 노동자, 빈민, 실업자,)해방에 가깝다.

    이렇게 볼 때 조금 털면 좀도둑이었지만 많이 털면 털수록 혁명가요, 해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