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C, ‘민주당이 허락하는 사회주의’ 넘을 수 있을까?

[지금, 여성사회주의자] 미국 민주당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의 행보가 우려스러운 이유

[출처: AOC 트위터 계정]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원피스 복장으로 민주당원들에게 여성혐오 발언을 듣기 열흘 전. 미국에선 또 다른 최연소 여성 의원이 남성 의원들로부터 ‘바보 같은 X’이라는 욕설을 들었다. 미국 의회에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AOC) 연방하원의원이 범죄가 빈곤과 상관있다 말하자 돌아온 험담이었다. AOC는 이후 ‘빻은’ 사과를 거부하고 여성에 대한 폭력과 그 권력을 지탱하는 전체 구조의 문제를 설파해 큰 박수를 받았다. 그가 여성 혐오 발언을 들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출마 직전까지 웨이트리스로 일한 덕에, 여성 노동자들이 얼마나 많은 성적 괴롭힘에 시달리는지 이골이 나도록 경험했다. 공직 생활 후론 그의 외모나 옷차림도 종종 입방아에 올랐다. 직업만 바뀌었을 뿐 여성 혐오는 어디에서나 있었다. 그럼에도 AOC는 지난 6월 23일 민주당 경선에서 우파 미셸 카루소 카브레라를 꺾고 다시 당선됐다. 여성과 성소수자, 노동자와 유색인종을 옹호하는 그의 정치에 힘입은 결과였다.

AOC는 2018년 6월 민주당 연방하원 예비 선거에서 10선의 현직 의원을 물리친 후 본선에서 75%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선했다. 그가 승리한 직후 사회주의 검색 빈도는 1,500% 증가했고, 그가 속한 미국 민주적사회주의자(DSA) 회원도 기존 1만 명에서 4배가 급증했다. AOC의 활약은 당선 뒤에도 계속됐다. 그는 2018년 11월 의회 오리엔테이션 첫날부터 낸시 펠로시 원내대표 집무실 밖에서 연좌시위를 하던 선라이즈운동 대열에 동참해 힘을 보탰다. 지난해 2월에는 에드워드 J. 마키 상원 의원과 그린뉴딜 결의안을 공동 제출해 하원에서 관철했다. 현재 AOC는 민주당 초선의원 전체와 맞먹는 정치력을 가졌다고 평가받는다.

‘미래 없는 청년’ 세대의 아이콘, 민주당 셀럽으로

그러나 그로부터 2년이 지난 현재, AOC의 최근 행보는 예전과는 크게 달라졌다. AOC는 2018년 6월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승리한 뒤 진보적인 후보자들을 찾아 지원 유세를 펼쳤다. 하지만 이번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그가 지지한 후보는 DSA가 지지하는 인물만은 아니었다.(1) 2016년 샌더스 선거 캠페인 이후 결성된 정치행동위원회(PAC) ‘정의민주주의자들(JD)’ 소속 신진 후보 중에서도 AOC가 지지한 인물은 단 2명에 불과했다. 더구나 이들 모두 그리 특별한 이력이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2018년에는 민주당 예비선거에 출마한 블랙라이브즈매터(흑인 생명이 소중하다, BLM) 활동가 코리 부시를 지지했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2) 부시는 흑인 싱글맘이자 BLM의 대표적인 활동가로 최근 미주리주 연방하원의원 경선에서 우파후보를 물리치며 이변을 낳은 인물이다. AOC는 샌더스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중도 포기한 뒤에는 활동가 출신의 의회 보좌관을 해임하고 정치 전문가로 교체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그는 과거 자신이 ‘민주당의 마마베어’라고 힐난한 낸시 펠로시 같은 다른 의원들에게 더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승리한 직후에는 그의 태스크포스(TF)팀에 합류해 그린 뉴딜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AOC가 바이든을 두고 “다른 나라였으면 그와 나는 다른 정당에 속했을 것”이라고 말했던 지난 1월 대선 경선 초기와는 크게 달라진 입장이었다. 또 바이든이 성폭력 혐의를 받은 지난 4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에는 반대하지만 다른 선택지가 여성에게 소름 끼치는 역사를 가진 사람이 라는 사실에 정말 분개한다”고 말했다.(3) 그러나 그는 최근 “이 문제는 분명하지 않다”고 말을 고쳤다. 이제 AOC가 바이든과 샌더스 진영을 연계하는 ‘교각’이라는 평도 나온다.

민주당 우파의 손짓, 미약한 의회 내 동맹

이 같은 AOC의 우향우 행보는 그를 둘러싼 몇 가지 배경에서 비롯됐다. 우선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2016년 민주당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가능한 한 AOC를 가까이 두려고 하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샌더스 지지파의 이탈이었다. 그래서 바이든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반 트럼프 선거를 위한 ‘통합 민주당’ 전선을 강조해 왔다. 샌더스도 이에 동조하며 바이든을 지지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샌더스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해 진보적 의제 일부를 수용했다. 지난 7월 말 발표된 민주당 정강·정책(4)은 ‘강하고 공정한 경제’라는 이름으로 노동자 임금과 권리 강화, 월스트리트 규제를 주요 사안으로 다룬다. 15달러 최저임금을 비롯해, 제한적이더라도 공적의료보험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며 유아의무교육도 수용한다.

그러나 최근 미국 의회 전문지 〈더 힐〉이 지적했듯, “AOC가 (바이든의) 배를 몰고 있는 것은 아니”(5)다. 대표적으로 바이든 공약이 될 민주당 정강·정책에는 그동안 AOC가 의회 결의안으로 관철한 ‘그린 뉴딜’이 포함되지 않았다. 그린 뉴딜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달성 및 탄소제로 실현을 위해 에너지 전환과 일자리 창출을 연계해 대규모 공공정책을 이행하여 모든 공동체와 노동자에게 공정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이뤄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정강·정책은 그린 뉴딜의 핵심 요소가 모두 빠졌다는 평을 듣고 있다. 대표적으로 탄소제로 기한은 2030년에서 늦어도 2050년 까지로 미뤄졌다. AOC가 중점을 둔 ‘모두를 위한 메디케어’나 그린 뉴딜, 이민세관단속국(IOC) 폐지와 프래킹 금지도 포함돼 있지 않다. 진보적 민주당원들을 지지하는 정치행동위(PAC) ‘진보적변화운동위원회(PCCC)’ 애덤 그린 공동설립자가 지적했듯, 미국 민주당 주류는 “AOC의 영향력은 바이든을 좋아하지 않는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데 이롭다는 것” 이상으로 보고 있지 않는 듯하다.

다른 하나는 AOC가 의회 내에서 연합정치를 추구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AOC는 민주당 의원일뿐더러 그가 적을 둔 DSA도 독자적인 정치 세력화보단 민주당 내 재편(6)을 추구하기 때문에 이상한 일은 아니다. 정책적으로도 AOC가 스스로 추구한다고 밝힌 북유럽식 사회민주주의 모델은 민주당 일부 소수의 진보의원들의 이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의 의정 활동도 같은 선상에 있다. 미국 하원 의정 활동 데이터에 따르면, AOC는 임기 중 법제정안 21개, 결의안 2개, 법개정안 6개를 발의했는데, 주로 노동자 권리를 우선하고,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며, 프래킹 금지와 같이 환경 기준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법안 처리 결과를 보면, AOC가 하원에 당당히 들어간 때와는 달리, 그의 실적은 크게 떨어진다. 잘 알려진 ‘그린 뉴딜 실행을 위한 연방 정부의 의무’를 포함한 2개의 결의안 외에는 아무런 법안도 통과되지 못했다. 공동발의한 의원도 대부분 0명에서 10명 이하에 그쳤다. 이 같은 상황에서 AOC는 민주당이 그의 의정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당내 결속을 강화하고자 했을 수 있다.

여성 노동자가 다수인 노조도 민주당 우파 선호…노동계급의 외면

이러한 AOC의 우향우는 그 자신의 탓만은 아니다. 지난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샌더스 진영의 저조한 실적은 AOC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임한 버니 샌더스는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2016년 보다 더 저조한 성적으로 다시 패했다. 샌더스는 2016년 경선 결과, 43.13%를 얻어 클린턴(55.23%)에게 패했지만, 올해 바이든과의 표차는 24.83%까지 벌어졌다. ‘99%의 정치혁명’이라는 구호에 열광했던 대중들의 지지가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이는 민주당 우파가 반 트럼프 공세를 펴며 ‘당선 가능한’ 후보 전술로 경선을 주도한 탓이 크다. 그러나 민주당 우파나 상업언론의 공세에도 지지층을 붙들어놓을 만한 기반이나 집권 전략이 부실한 이유 때문이기도 했다.

  뉴욕주 민주당 예비경선에서 승리한 후보들. 모두 DSA 소속이다.

사회주의 정치의 계급적 기반인 노동 운동의 다수, 특히 여성 노동자가 다수인 노조들이 DSA보다 민주당 기득권층을 우선한 결과 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최근 치러진 뉴욕주 하원의원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DSA 소속 후보 5명이 출마해 승리했으나, 그들 모두 전미서비스노조(SEIU)나 여성 조합원인 다수인 뉴욕교사연맹(UFT), 미국주군시공무원연맹(AFSCME)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심지어 UFT는 소속 조합원 자바리 브리즈포트 대신 기업형 학교인 차터스쿨을 찬성하는 민주당 우파 후보를 지지했다. 역시 여성 조합원이 다수인 진보적 간호사 노조 뉴욕주립간호사협회(NYSNA)도 소속 간호사인 파라 수프란트 포레스트 DSA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다. UFT가 자바리 후보를 외면하자, 그나마 현장 교사 노동자들이 ‘자바리를 위한 교육자’를 만들어 AOC를 지원했고, DSA 노동위원회도 현장 조합원들이 소속 후보를 지지할 수 있도록 뛴 것이 전부였다.(7) AOC 역시 2018년 노조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현재 미국 사회주의자들은 지난 2016년 대선 이후처럼, 민주당 재편과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 노선을 두고 토론하고 있다.(8) 한편에선, 1930년대 산업노동자계층이 민주당에 대거 편입된 이후 코로나19나 대중운동의 부상으로 선거 정치가 가장 중요해진 시기라며 민주당 내 재편 전략이 더욱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미국 사회주의운동이 노동계급과의 관계를 강화하지 않는 한 민주당에 계속 의존해야 한다며, 사회운동과 노조 조직에 기초한 독자 세력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본다.

결국 AOC는 전자의 발걸음을 먼저 뗀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행보가 일전에 자신이 경험했던 웨이트리스 같은 저임금 여성 노동자와 이주민, 싱글맘, 유색인종 여성 노동자계급을 옹호할지는 미지수다. 자본가계급을 붙들고 있는 한 민주당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잘해야 계급 타협의 정치임을 지난 오바마와 클린턴, 카터 등 민주당 출신 정부가 이미 충분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이 없듯 ‘민주당이 허락하는 사회주의’도 없지 않을까?

[각주]
(1) https://www.leftvoice.org/does-alexandria-ocasio-cortez-represent-the-politics-of-the-dsa
(2) https://thehill.com/homenews/campaign/510688-absolutely-incredible-ocasio-cortez-
congratulates-cori-bush-on-defeating
(3) https://www.cbsnews.com/news/alexandria-ocasio-cortez-joe-biden-its-legitimate-to-
talk-about-allegations/
(4) https://www.demconvention.com/wp-content/uploads/2020/08/2020-07-31-Democratic-Party-Platform-For-Distribution.pdf
(5) https://thehill.com/homenews/house/511844-eyes-turn-to-ocasio-cortez-as-she-
seeks-to-boost-biden
(6) 이주용, “민주당이라는 무덤, 그리고 ‘민주적 사회주의’, 변혁정치, 101호
http://rp.jinbo.net/change/66978
(7) https://www.labornotes.org/2020/08/viewpoint-pro-labor-candidates-are-upending-new-york-politics-where-are-unions
(8) https://jacobinmag.com/2020/08/the-two-paths-of-democratic-socialism-coalition-and-confron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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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잔뼈 굵은 노동자

    미국은 사회주의 노선의 정립이 덜 된 것 같습니다. 한국도 활발하기는 하지만 일련의 노선 정립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 미국은 대선유세가 마무리 시점입니다. 한국은 국민의 힘의 존재감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문재인 정부와 더민주당이 미국의 민주당 전철(잘할 때는 두번 이상 집권하고 여차할 때는 한번에 끝나는)을 밟는 것 같습니다.

    오늘 아파트 단지에서 3~6세의 유아와 어린이들을 보았는데 전부 잠을 못 잔 눈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부모님들의 형편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 통속적 이야기

    네 그래서 인류사에는 이원론이라고 하는 철학적 분류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것을 살펴보면 정신세계와 물질세계인데요. 정신세계는 곧 토속신과 같은 신앙, 하느님과 같은 종교를 뜻하였습니다. 물질세계는 흙, 물, 공기, 불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바로 이러한 논쟁은 정신세계와 물질세계 중 과연 무엇이 1차적 존재냐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자, 글쓴이의 물음에 더 다가가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죄인! 죄인을 하느님이 잡아갈 수 있느냐 하는 물음이었습니다. 이러한 부분을 철학적 분류로 볼 때는 종교 등의 정신세계에 의탁하여 인간이 잡아간다로 나옵니다. 이러한 부분은 영화에도 나옵니다. 바로 고대의 제사에는 과학을 동원한 함정을 파놓고서 무고한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어 희생양을 삼기도 하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보면 바로 인간이 행하였지만 신에게 의탁하였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역사는 냉정해집니다. 우리는 문명의 전환과정에서 수많은 피의 전쟁사를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인종전쟁, 종교전쟁, 민족전쟁, 이념전쟁이라 하겠습니다. 그 정도 죄인은 그러니까 길거리에서 죽거나, 호의호식을 하다가 죽거나, 공무원이 정직하게 잡아가거나에 해당할 것입니다. 한마디로 위 전쟁들과 비교가 될 때는 구차하다는 것입니다. 네 글을 보니 어딘가 부족할 것입니다. 바로 물질세계에 대한 의문입니다. 시간이 짧아서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한국은 1980년대 말에 철학적 논쟁을 거의 탈피하여 경제적 논쟁으로 전환되었습니다.

  • 통속소설

    와, 그곳에서 다른 집안 이야기를 들여놓노. 양가(현대집안 삼성집안)를 우러러 보란 말이가 뭐이가. 자칫 하다간 양가 간에 피 튀긴다. 아들이 보머 찝찝해 하면서도 울컥해가 화들짝 놀라겠구만. 근디 네들은 부자가 철학이 있는 것 봤드나. 최근 세계를 보면 조지 소로스하고 빌 게이츠가 명언 같은 말은 다 하더만, 그런데 나아진 것이 없잖어. 돈 밝히는 사람들이 자본주의의 철학자들이가. 원래 철학은 배를 곯아야 나오는 것 아니가, 원래 돈 많은 사람들하고 권력자들의 스승은 철학자들이 아니었나. 이제 돈 많은 사람들이 세상의 스승이란 말이가 뭐이가. 꼭 "골빈 가스나"가 돈 많은 사람을 짝사랑하는 꼴일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