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21일 간 대선 쟁취 파업 끝에 좌파 후보 승리

아르센 사회주의 후보 당선은 민중의 승리

볼리비아 유권자 절반 이상이 사회주의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1년 전 우파가 부정선거 시비 끝에 강행한 쿠데타는 이로써 약 1년 만에 실패했다. 이번 대선 결과는 볼리비아 민중의 승리이다. 볼리비아 노동자, 원주민이 이번 선거를 투쟁으로 쟁취한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남미 위성방송 <텔레수르> 등에 따르면, 18일 실시된 볼리비아 대선 결과, 사회주의운동당(MAS)의 루이스 아르세 후보가 선두를 달리며 승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최종 결과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아르세 후보가 52%를 득표하여 20%를 앞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파 경쟁자 자니네 아녜스 후보도 패배를 인정하고 아르세 후보에게 “볼리비아를 민주적으로 이끌어 달라”라고 제안했다.

[출처: 텔레수르]

아르세 후보는 2006년부터 13년 간 에보 모랄레스 정부 시절 경제장관으로 일했던 인물이다. 그는 당시 볼리비아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빈곤을 감소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받는다. 개발주의 정책으로 환경과 원주민 생존권을 침해했다는 비판도 있다.

아르세 후보가 속한 사회주의운동당은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다. 모랄레스는 2006년 볼리비아 최초 원주민 대통령으로 선출돼 천연자원 국유화, 토지개혁, 자치권을 확대하는 개헌 등의 사회주의 정책을 추진하며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우파가 지난해 10월 치러진 대선에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미주기구(OAS)가 이에 가담하며, 경찰과 군대까지 지지를 철회하면서 멕시코로 망명했다가 아르헨티나로 망명지를 옮겨 이곳에 체류하고 있다. 이후 권력 공백 속에서 아녜스 상원의원이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고 선거를 신속하게 치르겠다고 약속하며 집권했으나 그는 대신 권력을 공고히 했다. 그는 집권 기간 야당 지지자와 인권 단체를 박해했고 모랄레스가 추진한 사회정책을 후퇴시키며 양극화를 더욱 부추겼다. 또 당초 출마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었지만 이번 대선에 출마했다. 아녜스 정부는 또 대선을 신속하게 치르겠다는 당초 약속과는 다르게 대선을 4차례나 연기했다. 올 초 코로나19가 확산한 뒤로는 1160만 명의 인구 중 약 8,400명 이상이 사망하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도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주의자 루이스 아르세 후보가 압도적인 표 차로 승리하자 이 결과를 두고 무엇보다 유권자가 우파 정책을 거부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사회주의운동당은 볼리비아 좌파로부터도 비판을 받고 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집권기간 경제 성장과 사회적 정의를 동시에 추구했지만 여러 상흔을 남겼다. 자연 자원을 무분별하게 착취하며 원주민의 토지와 삼림을 파괴했고, 빈곤을 줄이는 등 사회정책에 상당한 성과를 기록했음에도 기득권층에 점점 가까워지면서 민심을 잃었다.

그래서 이번 대선 결과는 볼리비아 민중의 승리라고 보는 시선이 많다. 볼리비아 노동자, 원주민이 우파 정부에 맞서 이번 선거를 투쟁으로 쟁취한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선거일을 4차례에 걸쳐 계속 미루고, 선거에 개입하기를 원했지만, 전국적인 사회운동과 노동조합이 대선 실시를 요구하며 도로 봉쇄를 일으켜 전국을 계속해서 마비시켰다. 대중파업만 21일 동안 지속됐다. 또 지난 해 선거 부정 시비로 계속된 전국적인 시위에서도 최소 36명이 사망했다.

루이스 아르세 후보는 당선이 확실시 되자 첫 번째 조치로 반빈곤 기금을 창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쿠데타 이후 갈라진 여론을 통합할 조치에도 나선다는 입장이다.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체류 중이다. 앞서 볼리비아 선거 당국은 모랄레스가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모랄레스가 귀국할 경우에는 테러혐의로 기소될 예정이었다. 그는 조만간 귀국할 전망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미주기구가 모랄레스에게 제기한 부정선거 혐의는 대부분 근거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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