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중동 비핵화 위협하는 이스라엘

[INTERNATIONAL3]

2021년을 한 달여 앞둔 11월 말부터 이스라엘 군 장성과 정치가들은 연일 이란 핵시설 폭격을 예고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스라엘은 2021년 4월 이란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재개 후 이란에 대한 위협 수위를 높여왔다. 2021년 10월에는 이란 핵시설 공격을 위한 예산안도 통과했다. 11월엔 아랍에미리트 연합국 및 바레인, 미 해군과 첫 합동 군사훈련을 했다. 협상 결렬 시 이란 핵시설을 파괴한다는 시나리오 기반의 합동 군사훈련도 미국과 논의했다. 앞서 나프탈리 베넷 이스라엘 총리는 “핵 합의가 복원되더라도 이스라엘은 당사국이 아니며 그 합의를 지킬 의무가 없다”라며 미국 없이도 단독 행동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중동 유일의 핵무기 보유국으로 추정되는 이스라엘은 오랫동안 이란의 핵무장을 저지하겠다며 때론 미국과 발맞춰, 때론 독자적으로 이란을 공격해 왔다.

이란 핵 합의


2015년 7월 14일, 이란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및 독일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10년에 걸쳐 엄밀한 제한을 가한다는 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 합의했다. 이란은 핵무기에 쓰일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을 개발하지 않고, 서방 국가들은 이란 제재를 해제한다는 것이 그 골자다. 유엔 안보리는 곧바로 이란 제재를 공식 해제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8년 5월 일방적으로 핵 합의 탈퇴를 선언하며 이란에 제재를 부과하고 동맹국에 제재 동참을 강요했다. 협정이 이란에 강력한 제한을 가하지 않기 때문에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인정한바, 이란은 미국의 일방적인 탈퇴 후에도 합의안을 충실히 이행했지만 1년 후 협정 준수를 그만두었다. 2019년 5월부터 비축량 한도와 농축도 상한선을 고의로 위반하기 시작한 것이다.

2015년 핵 합의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도를 원자력 발전용인 3.67%로 제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2021년 초 이란 원자력 당국은 우라늄 농축도를 20%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11월 핵 합의 복원 7차 협상 재개를 앞두고는 20% 농축 우라늄의 비축량이 210kg을 넘고 60%의 비축량도 25kg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참고로 핵무기 제조에는 90% 농축 우라늄이 필요하다. 아무튼 이란은 여전히 핵무기 개발 의사가 없으며 원자력 발전용으로 개발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IAEA도 이란이 90% 농축을 시도하지 않고 있다고 확정했다. 7차 협상 중 이란은 그간 거부했던 IAEA의 방문에도 동의했다. 카라즈 핵시설의 파손된 감시 카메라를 교체하기 위해서다. 2021년 6월, 원심분리기 부품 생산을 감시하는 IAEA의 카메라를 훼손한 것은 바로 이스라엘의 폭격이었다.

이란 핵무기 개발 막겠다는 이스라엘의 ‘준비’

이스라엘 정부가 2004년 해외 첩보 기관 모사드에 이란의 핵무기 취득을 막으라고 명령한 이래 모사드는 이란 핵연료 농축 시설에 대한 파괴 공작과 사이버 공격을 수행해 왔다. 또한 2007년부터 이란의 핵 과학자 5명을 암살하고 1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특히 2020년엔 이란 핵 개발의 책임자급 과학자인 모센 파크리자데를 인공지능 카메라를 장착한 기관총으로 원격에서 살해했다. 이전에도 그의 암살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다. 2018년 4월에는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가 이란 핵 개발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해 빼낸 파크리자데의 사진을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바 있다. 2011년엔 모사드가 장거리 미사일 개발 책임자인 장군과 팀원 16인을 살해하기도 했다.

2012년 미국이 이란과 핵 협상을 시작하자 이스라엘은 핵시설 공격 및 과학자 암살 작전을 일시 중지했다. 그러나 2018년 트럼프가 핵 합의를 폐기하자 모사드는 트럼프, 국무장관, CIA 국장과 여러 차례 회의하며 암살 재개, 폭격 등 이란 핵 개발에 타격을 입힐 계획을 공유했다. 물론 이란에 대한 직접적 공격을 중단하는 동안에도 이스라엘은 ‘전쟁들 사이의 전쟁’이라는 명칭을 붙여가며 이라크와 시리아, 레바논을 수백 차례 폭격했다. 이들 나라가 장차 이란이 이스라엘에 쏠 미사일의 발사대가 되지 않도록 막겠다는 명분이었다.

2021년 10월, 이스라엘은 이란 핵시설 공격을 목적으로 국방 예산에 50억 세켈(약 1조 9천억 원)을 할당했다. 이스라엘이 새로 조달할 군수물자에는 요새화된 지하 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군수품을 포함해 각종 항공기, 첩보 수집용 드론이 포함돼 있다. 특히 예산이 통과되기 불과 며칠 전 미 공군이 지하 깊은 곳의 구조물을 파괴할 수 있는 벙커 버스터 ‘GBU(Guided Bomb Unit)-72 첨단 5K’의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는데, 이스라엘은 곧바로 신형 벙커 버스터 구매 의사를 밝혔다. 이스라엘은 2009년에 5천 파운드급(2,268kg) GBU-28을 처음 구입한 이래 미국 정부로부터 지속해서 폭탄을 공급받았다. 하지만 이걸로는 이란 핵시설을 부술 수 없다며 신무기를 사들이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은 GBU-72의 성능을 어떻게 실험했는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주기적인 공습을 퍼부어서 확인했다. 그리고 그 실험 결과를 미 공군에 제공해 다시 신형 무기가 개발되는 데 일조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건설한 지하 터널을 파괴하기 위해 GBU-28을 사용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가자지구처럼 인구밀도가 높은 곳에 이런 폭탄을 떨어뜨릴 때 “부수적 피해”, 즉 인명 손실을 막기 위해 매우 정밀하게 조준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미 2012년 11월, 2014년 8월, 그리고 2021년 5월에도 가자지구를 대규모 공습하며 민간인 거주지에 GBU-28 폭탄을 투하해 수많은 민간인을 폭살했다. 앞서 2008~2009년 가자 학살 땐 이스라엘제 벙커 버스터 미사일을 쏟아부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육·해·공을 봉쇄한 2007년 이래, 가자지구는 명실공히 각종 이스라엘 무기 성능의 실험장이 됐다. 이렇게 인명 학살 실험으로 얻은 데이터를 토대로 미국과 이스라엘은 또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고, 그 무기로 또 다른 전쟁을 예고하는 악순환이 펼쳐진다.

이스라엘만 되고 이란은 안 되는

주지하다시피 이스라엘이야말로 중동의 유일한 핵보유국이다. 현재 이스라엘은 핵탄두 300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핵무기 보유를 시인하지도, 부인하지도 않는 것이 이스라엘의 공식 입장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도 하지 않았고, 핵무기 사찰을 받은 적도 없다. 이 때문에 이란은 국제사회, 특히 IAEA의 ‘이중잣대’를 지적하며 반발해 왔다. 최근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한 인터뷰에서 이란 핵 개발 프로그램에 쏟는 노력을 이스라엘에 쏟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이스라엘과 우리의 관계는 우리가 NPT 비당사국을 상대할 때와 동일하다. 이스라엘은 조약의 당사국이 아니고, 나는 이에 대해 좋다 나쁘다 평가하지 않는다.” 반면 이란은 1970년 NPT에 가입했다. NPT는 “핵전쟁이 모든 인류에게 엄습하게 되는 참해와 그러한 전쟁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할 의무에 대해 논한다. 하지만 오직 가입 당사국만이 정밀한 사찰을 받아야 하고, 비당사국은 비밀리에 핵무기를 제조·보유하고 있는 현실은 핵무기 확산을 방임하는 것과 다름없다. 애초 핵무기를 보유한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가장 우선시 된다는 근본적 한계가 있긴 하지만. 현재 IAEA 이사회 의장국은 한국이다. 2022년 9월까지 1년의 임기 동안 과연 유엔과 발맞춰 북한 비핵화처럼 이스라엘 비핵화도 논의에 부치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2021년 12월 7일 유엔 총회는 ‘중동 비핵지대(Middle East Zone Free of Nuclear Weapons)’ 설립 결의안을 178개국의 압도적 찬성 속에 통과시켰다. 반대국은 오직 하나, 이스라엘뿐이었다. 미국과 카메룬은 기권했다. 이란이 찬성국에 속했음은 물론이다. 결의안은 모든 중동 국가가 핵무기를 개발·제조·실험·반입하지 않을 것과 핵무기를 배치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IAEA의 안전조치를 따르는 동시에 NPT에 가입하길 요청한다.

같은 날 유엔 총회는 ‘중동 핵 확산 위험’에 대한 결의안도 157개국의 찬성, 6개국의 반대, 24개국의 기권으로 통과시켰다. 반대국은 이스라엘, 미국, 캐나다 등이었다. 반대국과 기권국이 앞선 결의안보다 많은 이유는 여기에 “이스라엘은 NPT에 가입하지 않은 유일한 중동 국가”라며 이스라엘을 지목해 NPT에 가입하고 IAEA의 핵사찰을 받을 것을 촉구하는 문구가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NPT 유일한 비당사국 이스라엘이 반대하는 한 중동 비핵지대 설립은 불가능하다. 이미 2015년에도 이스라엘의 반대로 논의가 무산된 바 있다. 이번 논의 중에도 주 유엔 이스라엘 대표는 “NPT 가입국들이 반복적으로 조약을 위반하는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NPT 자체로는 역내의 독특한 보안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오히려 이란 핵시설 폭격에 대한 미국의 동의를 끌어내려는 한편 독자적 공격도 가능하다고 떠들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 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 조사에선 이스라엘 유대 인구의 58%가 미국의 동의 없이도 이란 핵시설을 공격하는 데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이미 이스라엘은 적국의 원자로를 부수겠다며 1981년엔 이라크를, 2007년엔 시리아를 단독으로 폭격한 바 있다. 이스라엘의 폭주를 막을 국제사회의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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