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남성들, 미니스커트 입고 성폭력 반대 시위

"바지 대신 스커트" 온라인 행동도 확산

“당신이 할 수 있다면 내가 치마를 입고 탁심 광장 주변을 걷겠다.”

터키 남성들은 어떤 주장을 하거나 베팅을 할 때 보통 이런 문구를 사용한다. 하지만 이 말은 21일(현지시각) 현실이 됐다. 수많은 남성들은 이스탄불의 아이콘인 탁심 광장으로 치마를 입고 걸어가면서 소셜미디어에서 지난 며칠 간 약속했던 말을 지켰다고 터키 <후리예트데일리뉴스>가 21일 보도했다.

[출처: 후리예트데일리뉴스 화면캡처]

터키에서는 지난 13일 남부 메르신 주 타르수스 군에서 한 마을 버스 기사가 버스에 마지막으로 남은 승객인 여대생 외즈게잔 아슬란을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살해하고 인근 하천에 유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성폭력에 분노한 시위로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버스 기사는 11일 여대생이 최루액을 뿌리며 저항하자 흉기와 둔기로 살해한 뒤 아버지와 친구를 불러 사체를 하천에 유기했으며, 증거를 없애기 위해 손을 자르고 시신을 불태운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후 보수 언론들이 여성들의 ‘도발적인’ 옷차림새가 성폭력과 추행을 야기한다고 말하면서 희생자를 처참하게 살해한 범행에 대한 공분에 기름을 부었다.

14일 오전부터 이스탄불 등에서는 성난 사람들의 시위가 터져 나왔고 시위는 이날 저녁에 이미 전국으로 확대됐다. 16일에는 전국에서 수만 명이 거리로 나와 여성에 대한 폭력에 반대했다. 이어 17일에는 한 남성이 외즈게잔 아슬란을 추모하며 여성에 대한 폭력에 반대한다는 취지로 탁심광장에서 미니스커트를 입고 시위하고 이를 언론들이 보도하면서 소셜미디어에서는 동조 시위에 참여하자는 제안이 퍼져나갔다.

이 때부터 터키 네티즌들은 ‘미니스커트를 입자’는 뜻의 터키어인 “#ozgecanicinminietekgiy”라는 해시태그로 미니스커트를 입은 사진을 찍고 소셜미디어에 게재하는 온라인 행동을 벌였고 21일에는 급기야 오프라인 행동으로 이어졌다.

[출처: @DomandoAllLobo]

21일 시위에 나선 한 남성은 “우리는 이 나라의 민주적이며 지성적인 남성으로서 여성의 자유, 표현의 자유, 여성들의 동등한 권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시위대는 보수적인 에르도안 정부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고 있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 세즈긴 탄르쿨루 의원에 따르면, 성범죄 처벌을 경감시켰던 에르도안의 정의개발당 집권 기간 성범죄는 400%, 여성 살인 피해자는 1400% 급증했으며 지난해에만 여성 294명이 숨졌다. 에르도안 대통령 스스로도 지난 11월 남성과 여성은 동등하게 대우받을 수 없다며 이는 인간 본성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해 공분을 산 바 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계속해서 미니스커트를 입고 시위하는 터키 남성들의 사진이 올라오고 있으며 세계 곳곳에서도 지지를 표현하는 사진이 공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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