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美 흑인 비정규직 착취 논란

美 흑인 인권 성지에서...“현대차, 노동 착취 중단하라”

“우리는 현대차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이 지역에서 가장 큰 고용주 중 하나죠. 우리의 이 투쟁은 50년 전 불평등에 맞서 일어난 흑인 민권지도자들의 투쟁이기도 합니다.”

이 말은 앨라배마 주 셀마에 위치한 현대차 납품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킴킹의 말이다. 이 공장은 인근 몽고메리 시에 위치한 현대차 공장에 시트 폼을 납품하고 있다. 셀마는 미국의 대표적인 흑인 인권 성지로, 1965년 3월 7일 이곳에서 시작된 행진 시위가 도화선이 돼 흑인들의 투표권이 보장된 지역이기도 하다. 지난 7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수천 명이 ‘피의 일요일’ 50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찾기도 했다. 반백 년이 지난 현재 셀마의 처지는 달라졌을까? 흑인이 다수인 셀마 주민의 3분의 1 이상은 여전히 빈곤하다. 지역 중간치 가계 소득도 앨라배마 주의 약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작업장도 노동자 건강에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리고 현대차 하청공장에서 일하는 킴킹은 이러한 경제적 불평등에 현대차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현대차 하청공장에서 일하는 김킹 씨가 미국 흑인 인권 성지 셀마 몽고메리 다리 위에서 임금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출처: msnbc 화면캡처]

최근 미국 언론 MSNBC 기고문에 따르면, 킴킹은 현대차가 앨라배마 주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공공보조금을 받으면서도 임금 인상을 하지 않아서 정체하고 있는 저임금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본다. 킴킹 자신만 하더라도 거의 10년 동안 이 공장에서 일했지만 쥐꼬리만한 임금을 받는다고 하소연한다.

킴킹은 현재 1시간 당 12.25달러(13,720원)를 받고 있다. 이 액수는 이 직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받을 수 있는 임금 중 가장 높은 것이다. 얼마나 오래 일했건, 얼마나 일을 잘하건, 모두 상관 없다. 한국 금속노조에 따르면, 한국 현대차 노동자들과 비교할 경우 기본급으로만 보면 다소 많은 편이지만, 통상급으로 치면 훨씬 적은 편이다. 미국 GDP가 한국의 2배가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적은 액수인 것만은 틀림 없다. 그래서 현대차 하청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이렇게 낮은 월급 때문에 빠듯한 생계를 꾸려야 한다.

10년차 노동자, 쥐꼬리 월급에 호흡기 질환

저임금도 문제지만 노동 여건도 위험하다. 킴킹은 화학물질을 다루는 작업장에서 일한 뒤 만성 천식과 기관지염을 앓게 됐다. 그래서 매일 흡입용 마스크와 코 스프레이를 사용해야 한다. 병원에 방문하려면 일을 줄여야 하고, 그러면 통장 잔고도 줄어든다.

시트 폼을 만들려면 호흡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TDI라는 위험한 화학물질을 사용해야 한다. 미국 노동부 소속의 직업안전건강관리부(OHSA)는 지난해 현대차 공급업체가 연방건강및안전법을 위반했다면서 9,350달러(약 1,050만 원)의 벌금을 내렸다. 하지만 그 후로도 이 공장은 사내에 알맞은 통풍 공급이나 손 보호와 같이 기본적인 안전을 위한 조치를 개선하지 않았다.

공장 검사 후 김킹을 비롯한 최소 3명은 생산 라인에서 떨어진 새 자리를 제공받았다. 그러나 이들 모두는 회사가 제공한 일자리를 거절하고 현 일자리에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투쟁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우리를 TDI로부터 떼어 놓는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는가?”라고 말한다.

노동자들은 현대차가 일자리를 안전하게 하여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지 말아야 하는 책임이 있고, 그럴 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대차 같은 대기업들이 이들 공급업체에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라고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임금이 정체하고 있다고 본다.

현대차 측의 입장은 묵묵부답이다. 현대차 본사 관계자는 셀마 노동자들의 요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참세상>에 대해 “직접 고용된 근로자도 아니고, 해외이다 보니 잘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만 밝혔다.

그러나 킴킹을 비롯한 셀마 노동자들은 50년 전 용감한 인권 활동가들이 대중들과 함께했을 때 실제적인 변화를 쟁취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던 것처럼 자신들도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셀마노동자조직위원회의 대표이기도 한 킴킹은 50년 전 선거권 불평등에 맞서 싸우다 수많은 이들이 다친 몽고메리 다리 위에서 지난 7일, 현대차에 대해 경제적 불평등을 종식하라고 호소했다. “셀마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는 문구가 50년 전 미국 정부에서 현재는 현대차를 향하고 있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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