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사회화’처럼 ‘주택 사회화’도 가능하다

[특집호]


주택 정책의 가장 핵심적인 목표는 주거 불안 해소와 주거의 안정화다. 주택이 투기화해 주택가격이 상승하면 무주택자나 청년, 빈곤계층은 물론, 지가상승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택소유자도 주거가 불안정해 진다. 집값 폭등에 따른 주거와 자산 불평등 또한 더욱 확대한다.

주거 불안 해소에는 크게 두 가지의 상반된 해법이 있다. 하나는 주택공급 즉, 주택소유 확대를 통한 주택가격 안정화와 노후 자산의 안정성 확보다. 다른 하나는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통한 주거 불안정 해소다. 지난 10월 말, SNL코리아에 출연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빚내서 내 집 마련하기”와 “장기임대주택에서 빚 없이 살기” 중 하나를 고르라는 질문을 받았다. 주택문제의 해법이 그대로 압축된 질문이었다.

주택의 개인소유는 주택시장 민영화 정책

역대 정부들은 ‘1가구 1주택’으로 표현되는 주택 소유와 부동산 시장 육성을 중심으로 주택 정책을 펼쳤다. 주요 목표는 택지개발을 통한 주택공급과 주택 소유 확대였다. 여기에 저소득층, 청년 등 주거 빈곤층을 대상으로 공공임대주택이나 주거비 지원 등이 부가됐다. 그 결과 주택보급률은 꾸준히 확대돼 2008년 100%를 넘긴 후 2019년 말 104.8%까지 올랐다. (다만 서울만 수십 년째 95~96% 수준이다.)

그런데, 자가점유율1은 2005년 55.6%, 2010년 54.2%, 2015년 56.8% 2020년 57.9%로 큰 변동이 없다. 자가보유율2도 2005년 60.3% 2010년 61.3%에서 2020년 60.6%로 거의 변화가 없다. 또한, 주택 소유율도 56.1%(1,173만 가구)로, 43.9%(919만7000가구)는 여전히 무주택이다. (특히 서울의 주택 소유율은 48.4%로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이를 개인별로 보면 2020년 11월 기준, 전체 주택 1852만6천 호 중 개인이 소유한 주택은 1596만8천 호로 86.2% 차지한다. 공공임대주택의 건설에도 개인의 주택 소유율은 수십 년째 큰 대차가 없다. 또한, 주택 소유자는 1469만7천 명으로 연령별로 보면 70대(70.3%), 60대(68%), 50대(63.5%), 80세 이상(60.3%), 40대(59.3%), 30대(40.2%), 30대 미만(10.5%) 순이다. 이는 30대 이하의 주택보유율 증가가 일시적인 현상임을 보여준다. 아울러 주택 소유가 노년층에 갈수록 높아진다는 것은 주택이 노후 자산으로 애용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주택보유율 확대(105%)에도 자가점유율, 자가보유율, 주택 소유율은 수십 년간 일정하다. 이 같은 이유로, 가구 분화에 따른 가구 수 증가를 들기도 한다. 4인 가구 중심에서 1~2인 가구로 분화하면서 가구 수가 증가했고, 주택보급에도 주택 소유율이 상대적으로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구 수 증가보다 더 많은 주택보급이 있었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이는 사실 주택공급 정책과 관련이 있다. 정부의 주택 소유 정책은 ‘1가구 1주택’ 소유를 향한 주거 사다리 정책이었다. 월세에서 전세로, 그다음 자가소유로 향하는 구조다. 하지만 집을 사기 위해서는 최소한 집값의 20~60%의 자산을 보유해야 했다. 때문에 국가의 주택 소유 정책은 주택 구매 여력이 가능한 계층이 집을 사도록 하는 데 집중됐다. 그렇게 중산층 가계에 금융지원이 집중됐고, 이를 위한 주택공급과 부동산 시장 육성이 이뤄졌다.

반면 정부가 8% 수준이라고 주장하는 공공임대주택의 실제 재고율은 5% 내외로 추산된다. 현재 공공임대주택은 영구·국민임대·매입임대·행복주택·전세임대·10년 임대 후 분양 등 다양한 유형이 존재하고 임대방식과 기간이 모두 다르다. 이 중에는 국제적인 수준에서 공공임대주택이라 부를 수 없는 유형도 존재한다. 경실련은 매입임대, 전세임대, 행복주택, 10년 임대 후 분양주택 등은 공공임대주택에서 제외하고 있다. 실제 공공주택사업자가 건설 또는 매입한 주택이 아니고 공공임대에 맞지 않게 임대료가 지나치게 높으며, 임대 기간이 짧고 추후 민간분양 되기 때문이다. 공공임대주택에 부합하는 것은 영구·50년·국민·장기전세 등 4개 유형뿐이다. 2019년 기준 158만4천 호의 공공임대주택 중 실제 공공임대주택은 89만6천 호다. 이 기준으로는 공공임대주택 재고율이 4.2%에 불과하다.


이처럼 정부의 주택정책은 사실상 중산층 혹은, 중산층 이상에 대한 주택 소유 재생산 정책과 다름없다. 이들의 부동산 가격을 지지해주기 위한 부동산 시장 육성 정책인 것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과 주택가격 상승으로 자산 · 주거 불평등 또한 확대됐다. 지난해 11월 주택 자산 가액 기준 상위 10% 가구의 평균 집값은 13억9000만 원으로, 1년간 2억600만 원이 올랐다. 반면 하위 10% 가구는 2,700만 원에서 2,800만 원으로 100만 원 오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주택 소유 가구 중 상위 10%가 보유한 주택 자산 가격이 하위 10%의 47배에 달했다. 그나마 이 통계는 주택 소유자 사이의 격차일 뿐이다. 집 없는 무주택 가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불평등이 커졌다.

한편, 주택 소유 정책에는 민간개발 중심의 주택공급을 포함해, 대출 규제 완화와 같은 금융지원 정책도 뒤따른다. 특히 주택 소유와 안정적인 주택가격 인상은 필수적인 노후 생활 대책으로 인식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고용불안과 공적 복지의 미비는 중산층의 부동산 의존성을 더욱 심화시켰다. 이는 부동산 시장의 붕괴가 곧 노후복지의 붕괴로 이어짐을 의미했다.

주택이 중요한 개인 자산의 가치를 갖게 된 것은 노후생활에 대한 국가복지가 부실했기 때문이다. 노후에 대한 책임이 개인으로 전가되며 주택 소유와 주택 가격의 안정적 인상을 위한 부동산 시장 육성 정책이 결합했다. 그 결과 주택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아지며 주택 소유의 불평등, 하우스푸어, 가계부채 폭증을 낳았다. 2021년 6월 말,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72.4%로 이미 가처분 소득을 훨씬 넘어섰다. 또한 가계대출 1,705조 원 중 주택담보대출은 948조 원으로 가계 부채의 절반 이상(55%)이 주택 마련이나 전 · 월세 보증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이처럼 지난 수십 년간 주택 소유 정책, ‘1가구 1주택’ 정책은 사실상 신화로만 존재했다. 이것은 중산층 주택 소유의 재생산으로 제한됐을 뿐이다. 심지어 한정된 국가 자산인 토지를 민간소유로 만들고 시장경쟁과 진입장벽을 높여 가계부채를 더 양산하게 했다. 국민의 노후를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에 내맡겼으며, 무주택자는 노후에도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노년층의 높은 주택 소유율에도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다시 말해, 주택 정책은 민간주택 및 부동산 시장 활성화로 주거 불안정을 야기하는 ‘주택시장 민영화’와 같은 것이다.

주택의 사회화

부동산 시장에서는 주택 소유를 늘리려 할수록 수요가 더 커져 주택가격이 오른다. 이 때문에 주택 소유 정책으로는 대다수 국민이 주택을 소유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주택 소유와 토지의 제한성 때문에 주택은 다시 부동산 투기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주거 불평등을 해소하고 주거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주택이 매매의 대상이 되는 개인 소유를 지양하고, 사회적 재산인 ‘사회적·공공적 소유’로 전환해야 한다. 이 정책은 국민건강보험제도를 바탕으로 공공병원 등 공공의료기관 중심의 의료전달 체계로 구성된 ‘의료의 사회화’와 같다. 그래서 이를 ‘주택의 사회화’라 부른다.

주택을 사회화하고 주거권을 보장한다는 것은 개인 소유가 아닌 국가와 공공의 소유인 토지에서, 택지 개발 이익을 개인이 아닌 사회가 환수하고 공공 개발을 진행하는 것이다. 또한 기존 주택은 물론 신규 주택 공급 또한 개인 소유나 분양(소유)이 아닌, 국가·자치단체·기관 등의 공적 소유를 확립해 (공공)임대주택에서 무상 또는 저렴한 주거비로 생활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주택 사회화 정책은 토지 소유와 택지개발, 기존 주택 소유 형태, 신규 주택공급 형태, 주거형식 모두에서 사회화 또는 공적 공급체계로 구성된다.

첫째, 토지와 택지의 국유화 또는 공적 소유를 확대하고, 기존 및 신규 주택을 사회적 소유로 전환한다. 이를 위해 토지임대부주택(토지는 임대하고 건물만 분양) 방식의 분양제를 도입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택지는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택지 소유 상한제를 실시할 수 있다. 또한 투기 불로소득과 개발이익을 환수해 이 재원으로 국가나 지자체 소유 택지를 확대하고 기업 등이 보유한 유휴부지를 공공 택지화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토지와 택지의 국유화, 주택의 사회적 소유를 확립해 가는 과정에 조세정책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택지개발, 주택공급이나 재개발에 따른 개발이익을 완전히 환수해 투기적 주택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다. 아울러 토지 및 주택 보유세를 획기적으로 강화해 주택보유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차단함으로써 주택 사회화의 유인을 확대할 수 있다.

둘째, 택지의 공공 소유에 기초해 낮은 임대료의 공공임대주택을 대폭 공급한다. 주택 소유에 대한 국민의 욕구는 높지만, 대다수가 ‘주거 안정’을 그 이유로 꼽는다. 민간 임대 시장은 불안정하고 공공임대는 부족하기 때문에 자가 소유 외에 주거 안정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공임대주택은 주거권 보장과 주거 안정성을 위한 가장 핵심적인 정책이다. 현재 100~170만 호로 추산되는 공공임대주택을 대폭 확대해 최소한 무주택 가구 전체(920만 가구)가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현재 주택보급률은 105%에 달하므로 공공임대주택 건설과 함께 민간임대 주택과 자가점유주택을 사회화하는 것을 진행할 수 있다. 특히 도심 내 확보 가능한 유휴 토지의 규모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기존 주택을 공공이 사회화해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할 필요가 있다. 다주택에 대한 사회화 방식은 여러 층위가 있을 수 있으나, 우선 공공선매권 제도를 도입해, 민간에서 주택을 매도할 때 공공이 우선 선매권을 갖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편, 공공임대주택 확대와 전환은 장기간 진행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주택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민간임대 주거비 지원 확대, 민간임대시장에 대한 공적 통제 등 주거 중립적 정책이 과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특히 민간 전·월세 주택도 공공주택과 같이 장기거주(계속 거주권)가 보장되고, 임대료를 통제(인상률 제한, 공정임대료제)하며, 주거의 품질이 적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주택 문제는 주택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취약한 복지제도가 주택 소유를 노후 복지의 주요 수단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이후 한국의 복지는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돼 ‘높은 부채’로 품은 ‘주택 소유’로 지탱된다. 그러므로 노후자산으로서 주택 소유의 역할을 대신할 국가 책임의 노후 대책이 필수적이다. 주거뿐 아니라, 의료와 간병 및 노후 기초생활 보장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이를 통해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노후 생활이 보장될 때, 주택 소유의 수요가 획기적으로 감소할 것이다.

넷째, 한국은행을 통해 주택 사회화를 확대할 수 있다. 한국은행의 핵심 자산인 외환보유고(외화채권 등)를 줄이지 않고 다른 준비자산(reserve)을 변경할 수 있다면,
화폐가치를 손상하지 않고 준비자산(reserve)을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있다. 가령 현재 가계부채 증가와 가계 신용의 부실화가 큰 문제인데,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비중이 가장 큰 주택담보증권(MBS)을 시중 은행과 교환해 자산으로 대체 보유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행이 외화자산을 줄이거나 양적완화를 하지 않고 자산을 대체하면 통화가치 변동에 영향을 주지 않고 가계 신용의 부실화와 이에 따른 은행의 부실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또한 이를 장기적으로 지속하면 주택의 사회화 및 주택의 사회적 소유에 큰 진전을 이룰 수 있다.


2020년 말 기준, 한국은행의 자산 중 외화채권은 375조 원, 국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473조 원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외화채권을 상당수의 주택담보 대출 채권과 교환할 수 있다. (그림❹) 은행은 외화채권과 교환한 후 다시 해외에 팔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지급준비금으로 예치(❻)하도록 한다. (은행이 지급준비금으로 외화채권을 한국은행에 예탁하면 한국은행은 자산 항목에 외화채권이 다시 들어오고 부채 항목에 은행지준예금이 같은 액수만큼 늘어난다.) 그러면 한국은행은 법정지급 준비금이 초과한 것이므로 초과지준에 대한 이자(지준부리)(❽) 지급으로 모든 교환은 끝이 난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행이 보유하던 외화채권은 그대로 한국은행이 보유하고, 은행이 가지고 있던 국내 주택담보채권은 한국은행이 소유하게 되며, 대신 한국은행은 시중은행에 대해 초과지준에 대한 이자(지준부리)를 지급하는 형태가 된다.

(한국은행을 거치지 않고 시중은행이 보유한 MBS 자체에 제한과 규제를 가해 주택의 소유권을 공공의 것으로 변경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주택연금 전환에 따른 은행의 비용 증대로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유동화 된 MBS가 다시 부동화되는 것이라 은행의 가용자산이 경직되는 문제 등으로 시중은행의 반발과 함께 은행 부실이 가중될 위험을 안고 있다.)

이는 국내 주택시장과 가계부채를 안정시킬 뿐만 아니라 한국은행을 통한 주택 사회화의 기반을 형성할 수 있다. 미국 연준처럼 MBS가 준비자산으로 들어오지만, 외화자산의 변경이 없기 때문에 통화가치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한국은행이 MBS를 매각하지 않고 계속 보유하면 사실상 주택 소유권이 한국은행으로 넘어오게 된다. 특히 이자 부담이 큰 하우스푸어나 노후소득보장 용도로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노년층의 주택 소유권을 넘겨받으면 원소유자 또는 세입자에게 해당 주택의 임대 입주를 보장해 줄 수 있어 (주택연금 또는 역모기지) 주거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고도 주택의 사회화를 지속해서 이룰 수 있다.


<각주>

1 자신이 소유한 주택에서 자신이 사는 주택의 비율
2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주택을 소유한 가구의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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