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평가의 죽음과 ‘현대차 비판’ 전면광고

[1단기사로 보는 세상] ‘풍자와 조롱’ 사이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폭탄 모양의 터번을 쓴 사람으로 묘사한 만평을 그려 ‘무슬림 혐오 vs 표현의 자유’ 논쟁을 불렀던 덴마크 만평가 쿠르트 베스테르고르가 7월 18일 86살의 나이로 숨졌다. 그가 2005년 9월 30일 보수 일간지 율란츠포스텐에 문제의 만평을 그렸을 때 나는 그의 만평이 무슬림 혐오로 비판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공론장에서 비판받고 무슬림 이해의 폭을 넓히길 바랐다. 하지만 당시 논쟁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슬람 세계는 그를 처형 대상으로 여기며 저주의 언어를 쏟아내며 테러로 맞섰고, 유럽은 이를 다시 무슬림 혐오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활용하면서 논쟁다운 논쟁 없이 저주와 분노만 키웠다.

급기야 3년 뒤 무슬림 3명이 그와 해당 신문사에 위해를 가하려고 침입하려다가 체포됐고, 파키스탄 주재 덴마크 대사관에 폭탄테러가 일어나 8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다쳤다. 2010년엔 28살의 소말리아 무슬림 청년이 그를 살해하려고 흉기를 들고 그의 집에 침입했다가 체포됐다. 그는 2008년부터 죽을 때까지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으며 살아야 했다. 그는 살해 위협에도 불구하고 86살까지 천수를 누렸다.

[출처: 동아일보 7월 20일 28면.]

그의 만평이 신문에 실리는 건 표현의 자유지만, 그가 이슬람 문화를 편견에 사로잡힌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비판받아야 했다. 프랑스 시사잡지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2015년 샤를리 에브도에 가해진 끔찍한 살인사건이 정당화될 순 없다. 그가 이슬람 창시자 대신 기독교 창시자인 예수를 테러리스트로 묘사했으면 유럽 사회는 어떻게 나왔을까?

풍자는 늘 세상을 발전시켰지만, 금도는 있다. 나치주의나 종교 혐오까지 비판 없이 수용할 순 없다. 그런 의미에서 대구에서 발행하는 매일신문 3월 18일 자에 실린 5.18 혐오 만평은 만평이 아닌 ‘만행’이었다. 이렇게 한때 진보의 무기였던 ‘풍자’는 요즘 들어선 보수 매체가 더 즐겨 사용한다. 원래 풍자는 힘없는 사람들이 사용했던 저항의 무기였는데 요즘은 힘 가진 자들이 약자를 짓밟는 조롱의 무기가 되고 있다. 이쯤 되면 풍자가 아니라 ‘혐오’다.

[출처: 경향신문 7월 24일 6면.]

7월 23일 자 영국 신문 파이낸셜타임스(FT) 5면에 현대차를 비판하는 전면광고가 실렸다. 광고는 현대차가 겉으론 기후위기 대응 등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개선) 경영을 강조하면서, 안으로는 해외에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광고엔 시커먼 연기를 내뿜는 석탄화력발전소 굴뚝 앞에 ‘IRONIC’이라고 쓴 전기자동차가 서 있다.

광고는 호주의 환경단체 ‘마켓 포시스’가 실었다. 현대차 친환경 전기차 ‘아이오닉’을 그것과 발음이 비슷한 ‘아이러니(모순적인)’로 비틀어 풍자였다. 이 환경단체는 최근 현대건설이 수주한 베트남 대형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비판한다. 현대차는 현대건설 최대 주주다. 현대차는 ‘전체 가치사슬에서 환경적 가치를 추구한다’고 내세우며 전기차 아이오닉을 홍보한다. 이 단체는 “현대차는 더러운 석탄발전소를 만들면서 지속 가능성을 추구한다고 말한다”며 현대차의 모순을 꼬집었다. 아울러 “베트남 발전소 건설을 중단해 진정으로 기후를 위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풍자 광고에 그치지 않고 현대건설에 항의 서한도 보냈다. 현대건설은 이 단체에 보낸 답신에서 10년 전부터 베트남 화력발전 사업을 준비해왔다고 해명했다. 현대건설은 별도 보도자료를 내고 “향후 국내외 석탄 관련 투자, 시공 사업의 신규 사업 참여를 전면 배제하겠다”라고 밝혔다. 화력발전은 이번으로 끝내겠다는 거다.

파이낸셜타임스 광고 이야기를 보면서 생각이 들었다. 왜 이 광고를 한국 신문이 아닌 영국 신문을 통해 접해야 할까? 만약 환경단체가 이 광고를 한국 신문에 싣겠다고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광고가 실리기나 했을까? 한국 환경단체가 항의 서한을 보냈다면, 현대건설이 답신했을까? 답을 했더라도 “향후 화력발전을 짓지 않겠다”라고 발표했을까? 머리가 복잡하다.

[출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7월 23일자 전면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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