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오케스트라, 무기제조사 점거...음악으로 군축시위

음악인들 공장 앞 콘서트로 무기 수송 봉쇄

음악이 무기를 포위했다. 3일 독일 오케스트라 그룹 ‘레벤스라우테(Lebenslaute, 삶을 외쳐라)’가 무기제조사 ‘헤클러&코흐(Heckler & Koch)’를 봉쇄하고 점거 콘서트를 벌였다.

100여 명의 합창단과 연주자들은 ‘헤클러&코흐’에서 생산된 무기에 의해 14분마다 1명이 희생되고 있다며 무기 제조 중단을 요구했다. 독일 오베른도어프에 위치한 무기제조사 ‘헤클러&코흐’ 앞에 모인 음악인들은 공개 콘서트를 열어 공장 안팎으로의 무기 수송을 중단시켰다.

[출처: http://www.lebenslaute.net]

합창단과 오케스트라 시위자들은 3일 오전 4시 40분부터 15~30명씩 모여 ‘헤클러&코흐’ 생산공장 5곳의 모든 입구에서 차량 통행을 막았다. 어두컴컴한 새벽 여명 아래 3~5명의 연주자들이 작은 음악회를 벌이며 문을 봉쇄했다.

본격적인 콘서트는 오전 10시부터 시작됐다. 공장 정문엔 헨델의 “알렉산더의 향연”을 편곡한 “화기는 재앙만을 낳을 뿐”이라는 제목의 아리아가 울려 퍼졌다.

공연이 시작되자 정문 앞은 수백 명의 관중으로 가득 찼다. 결국 헤클러&코흐 정문은 음악가와 관중에 의해 완전히 둘러싸였다.

[출처: http://www.lebenslaute.net/]

이들은 콘서트에서 볼프강 파스콰이의 “평화성악극”, 레오슈 야나첵의 “오 전쟁”, 쿠바 음악인 “관타나메라”와 함께 이번 시위에 나선 음악인들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는 슈베르트의 “미완성교향곡”을 연주했다. ‘레벤스라우테’의 단원들은 26년 전 미국의 ‘퍼싱 II 미사일’ 배치에 반대하는 첫 번째 콘서트 시위에서 이 곡을 연주한 바 있다.

연주회가 5시간 동안 진행되는 사이 ‘헤클러&코흐’ 노동자들은 뒷길을 통해 작업장으로 들어갔다. 시위자들이 정문을 완전히 봉쇄하지 못했지만 공장운영에 영향을 미쳤다.

‘레벤스라우테’ 대변인 마르쿠스 보이어(Marcus Beyer)는 독일 일간지 <융예벨트> 4일자에 “우리는 무기제조와 수출이라는 광기에 대한 반대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고자 했다. 우리의 목적은 무기제조사 앞에서 연주하는 것뿐만 아니라 작업과정 자체를 가로막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출신의 ‘레벤스라우테’ 음악인들은 1986년부터 1년에 한 번씩 핵폐기물 집하장, 군사훈련소 등에서 클래식 콘서트를 열어 평화와 인권운동을 진행했다. 이번 콘서트 시위는 무기 수출에 반대해 독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국적 연대 운동의 일환이었다.

무기제조사 ‘헤클러&코흐’는 1949년 자동차 생산업체로 설립됐지만, 1950년대부터 무기를 생산해왔다. 현재 6백 명의 직원이 있고 지난해 약 2억5천만 유로의 매출, 약 3천만 유로의 수익을 기록했다.

‘헤클러&코흐’가 생산한 무기는 무기수출입금지에도 불구하고 여러 나라에서 발견돼 비판을 받고 있다. 독일연방검사는 지난해 리비아에서 발견된 ‘헤클러&코흐’의 무기에 대해 조사를 벌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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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운동 , 예술행동 , 무기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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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혜연

    무기수송봉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