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 칼바람 속에서 '약속은 지킨다'

이수종, 김주익 노동자 고공농성 중 전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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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부터 내린 비에 아침에 내린 첫 눈까지, 갑작스런 추위에 고공농성장 주변에서 취재를 벌이던 기자들의 입에서 "정말 춥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춥지 않으시냐"는 질문에 "생각보다 괜찮다"고 김주익 조합원은 말했지만, 지상 50미터 높이의 찬 물기 서린 타워크레인에서 맞을 바람이 어떨지는 따로 상상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민주노총이 총파업에 진행하는 오늘, 왜 4명의 비정규 노동자들이 그 위태로운 타워크레인 고공농성에 돌입했는지 김주익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조합원, 이수종 타워크레인노조 위원장에게 들어보았다.

김주익 조합원, "현 정부의 연기 운운을 마치 성과인 것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

"지금 상황은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 공이 비정규직개악안을 올해 통과하지 않고 유보하겠다고 흘리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26일 전면 총파업을 결의했던 것과 달리, 오늘 총파업은 6시간 부분 파업으로 29일 역시 집회로 변경되었다.

과거처럼 이 시기가 지나고 투쟁동력이 유실되면 언제든지 정부는 비정규개악안을 다시 들고 나올 거다. 환노위 상정 연기 차원이 아니라 분명하게 정부안을 철회하고 파견법 철폐, 비정규직 철폐를 천명하고 싸워야 한다. 힘이 있다면 우리가 밀고 나가겠지만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상징적으로나마 국회 안 타워크레인으로 밀고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

올라오기 전에 울산 현대자동차 파업 상황에 대해 들었다. 예전의 파업에 비해 적은 수의 조합원이 모였다고 전해 들었다. 29일 보고 2일 재파업에 돌입한다고 하지만, 조합원들은 오늘이 지나면 끝난다고 인식하고 있다. 전국의 동지들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긴급 중집 중앙위의 결정 사항(19일 결정한 26일 전면 파업, 29일 파업)을 뒤집은 투본회의(24일 결정한 26일 6시간 파업)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 현 정부의 연기 운운이 마치 성과인 것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 다시 사회적 합의주의로 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조합원들 동지들이 힘내서 같이 싸워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편 고공 농성 돌입 직후 농성장으로 바로 달려온 것은 박대규 비정규 연대회의 의장과 타워크레인노조 조합원들이었다.

경찰의 진입로 차단으로 농성장을 먼발치로 안타깝게 지켜보는 한 조합원은 "파견법이 적용이 없을 때도 건설현장, 그리고 전 영역에서 불법파견이 판을 쳤다. 그런데 그걸 다 열겠다는 정부의 작태를 그냥 눈뜨고 두고 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래서 위원장님과 동지들이 저기 올라간 거다. 위원장님이 저 위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고, 우리는 이 아래서 목숨을 걸고 싸울 거다"며 결의를 밝히는 모습이었다.

조합원은 "위원장과 조합원들 믿고 올라간 거 안다. 우리 조합원 끝까지 믿고 건강하게 내려오셔야 한다..."며 말을 흐렸다.

이수종 위원장, "비정규직 스스로 투쟁하는 것 보여주고 싶었다"

"이번 법안은 정규직이 더 위기감을 느껴야 할 내용임에도 아직 그렇지 못한 거 같아서 안타깝다. 민주노총은 초기 16만의 강력한 파업대오를 약속했는데, 그렇지 못 한다는 것 모두 알지 않나.

결국 법안을 다루는 곳이 국회이니 상징적으로 국회 안에서 고공농성에 돌입했지만, 열심히 투쟁해 달라. 그 투쟁 자체가 바로 우리를 건강히 지키는 것이고 그래야 그나마 이번 고공농성의 성과가 될 것이다.

강력한 총파업을 조직하고 밀어부칠 힘은 없다 해도, 구속이든 해고든 무엇이든 감내하며, 비정규직 스스로 투쟁하는 것 보여주고 싶었다. 위에서 잘 버틸테니 걱정하지 말아라."


국회 동문 앞, 4명의 노동자가 타워크레인을 점거한 후 노동자들이 현장으로 달려왔고, 고공 농성자들에게 힘을 싣는 연대 발언이 이어졌다.

이남신 서울본부 부위원장은 "이제 조금 있으면 70만 민주노총 정규직, 비정규직 최초의 역사적 연대 총파업이 시작된다. 6시간 부분파업 선회에 대한 의견들이 많지만, 총파업을 독려하고 조직한 지도부와 현장의 동지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또 "96, 97년 가열찬 투쟁을 죽쒀서 개주게 했던 경험을 기억하지 않는가. 98년 파견법을 받아들이고 얼마나 피눈물을 흘렸나, 2002년 근로기준법 개악을 유보시키고 다시 2003년 수용했던 것 기억하지 않는가"라며 이번 투쟁의 중요성을 환기했다.

이남신 부위원장은 또 "정규직을 무한 비정규직화 하겠다는 이번 비정규개악만은 제대로 싸우자. 비록 힘에 밀려, 저들이 강행 처리하고, 그래서 진다 해도 끝까지 투쟁해나간다면 성과는 반드시 남을 것이다"라고 말하고 "아무 것도 두렵지 않다. 비정규개악안 철회, 파견법 철폐, 비정규직권리입법 쟁취까지 투쟁하겠다는 비정규직의 약속을 지킬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또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비정규직 법안을 즉각 폐기하지 않으면 두 번째, 세 번째, 40명, 400명의 선도투가 이어질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의 경고를 명심하고 들으라"며 경고 발언을 하였다.

다시는 외롭게 투쟁하는 사람 없게 어깨 걸고 싸우자

지난 10월 17일 이현중, 이해남 열사 1주기 추모제에서 백순환 금속연맹 위원장은 "작년 투쟁은 살고자 하는 마지막 몸부림이었고 그 와중에 많은 동지들이 자신의 목숨을 던져 동지들을 지키려 했다. 올해는 일부가 외로이 울면서, 괴롭고 쫒기는, 도무지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웃으며 어깨 걸고 싸우자”고 말하였다.

4시부터 진행되고 있는 민주노총 6시간 총파업 시간 동안, 4명의 비정규 노동자들은 50미터 타워크레인에서 칼바람에 맞서며 지상에서의 약속이 지켜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국회 타워크레인 점거농성에 들어가며 - 김경진 사무연맹 비정규직특위 위원장

노동자 다 죽이는 비정규직 개악법안 박살내고 노동해방 쟁취하자!!

조합원 동지 여러분 !

지상 45m의 타워크레인 위에서 부는 바람이 살을 에는 듯이 차갑습니다.
12월 26일 1시 현재 저는 구속을 각오하고 비정규직 연대회의 동지들과 함께 국회안에 있는 타워크레인 고공농성에 돌입합니다. 이번 농성이 비정규직 철폐 투쟁에 작은 밀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그리고 한동안 뵙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그동안 투쟁의 현장에서 항상 함께했던 사랑하는 동지들과 조합원 여러분께 드립니다.

그동안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위한 투쟁에 목숨을 걸었던 숱한 노동자들의 모습이 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학습지 교사동지들의 선도적인 투쟁과 노동조합 결성, 악독한 구사대에 의해 아킬레스 건이 끊긴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의 모습, 한통계약직 동지들, 캐리어 사내하청 동지들, 늘 고공에서 생활하는 타워크레인 동지들, 2003년 노동자대회장을 뒤덮었던 화물연대 동지들의 모습, 그리고 이제는 우리곁을 떠나 영원히 볼 수 없는 이용석 열사, 박일수 열사, 더 이상 죽이지 마라며 울부짖던 김진숙 지도위원의 모습이 떠 오릅니다.

비정규직 문제는 이 땅 전체 노동자가 사활을 걸어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입니다.

지금 그 누구도 이런 사실을 정면으로 부인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위기의식에는 정도의 차이가 있어서 우리 스스로 그 절박함이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정부의 비정규직 개악입법 예고로 촉발된 이번 민주노총의 총파업투쟁이 중요한 것은 그 때문입니다. 오늘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개악입법 저지 총파업투쟁이 있기까지는 열악한 환경속에서 오늘의 투쟁을 예비하며 목숨을 던져왔던 많은 동지들의 헌신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정부의 비정규직 개악입법은 신자유주의 고용정책의 완결판과도 같습니다. 이번 정기국회를 통해 정부가 강행하고자 하는 법안은 한마디로 전체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만들겠다는 선전포고가 아닙니까?

총파업투쟁의 불길이 솟아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도 우리 연맹의 비정규사업은 너무도 미미했습니다. 이 엄중한 시기에, 다만 한차례의 강연회와 수차례의 거리선전전 정도에 머무를 수 밖에 없었던 연맹의 역량이 못내 안타깝습니다. 비정규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저로서는 무거운 책임감과 참담함으로 조합원 동지들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조합원 동지 여러분!

지난 11월 24일에는 연맹산하 비정규노조 대표자 3명(저와 자산관리공사비정규직노조 오승헌 위원장, 전국보험모집인노동조합 고성진 위원장)이 사무금융연맹 비정규 투쟁에 선봉이 되겠다고 삭발식과 구속결단식을 여러 비정규 동지들과 함께 가졌습니다. 1500여명의 민주노총 조합원 동지들이 함께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투쟁현장 어디에도 우리 연맹 조합원 동지들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것이 현재 연맹의 안타깝지만 숨김없는 모습입니다.

우리 모두 비정규직 개악입법 저지투쟁에 힘을 보탭시다.

그러나 비정규직 법안 개악은 연맹 내 자산관리공사 비정규직 노동조합이나 보험모집인 노동조합, 그리고 서울경인사무서비스노동조합처럼 비정규노동자들만의 문제가 결코 아닙니다. 이번 법안 개악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다름 아닌 정규직 노동자들입니다. ‘우리의 오늘’만이 아니라 ‘모두의 내일’을 생각한다면 이번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절체절명의 위기이자 다시올 수 없는 기회입니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문제가 아닙니다. 법안이 개악된 후 정규직 노동자들이 땅을 치며 후회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온 힘을 다해 법안저지와 나아가 비정규직 철폐 투쟁의 전선에 함께 할 것인지 분명히 결정해야 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망설일 시간에 투쟁에 나섭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새 비정규직으로 추락한 초라한 우리들의 모습만이 남을 것입니다.

최근 양대노총 위원장이 이부영 열린 우리당 의장을 만난 후, 정부에서 무리하게 법안통과를 하지 않겠다는 말이 나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총파업 수위의 변화와 97년 노동법개악저지투쟁의 쓰라린 기억을 떠올리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설혹 법안이 내년으로 연기 된다 한들 우리의 투쟁이 끝나는 것입니까? 잠시의 연기로 법안통과를 늦추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음은 길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우리의 투쟁목표가 단순히 법안저지 뿐만 아니라 법안 자체의 폐지와 나아가 비정규직 철폐라는 것 역시 재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참담한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사무금융연맹 사무처 활동가들에 대한 부당해고 및 부당징계로 촉발된 서울경인사무서비스 노동조합의 연맹위원장실 농성이 90일을 지나고 있습니다. 투쟁국면을 핑계로 우리 스스로의 부끄러운 모습을 돌아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볼 때입니다. 우리 스스로 조직의 잘못을 바로잡지 못하고 조직내 민주적 질서를 회복하지 못한채 패권적으로 치달아 나간다면 우리의 투쟁조차 모래위에 쌓아올린 성처럼 부실해질 것입니다. 하루빨리 부당하게 징계해고된 연맹 사무처 동지들을 원직복직시키기를 간절히 촉구드립니다.

조합원 동지 여러분!

다시 뵙게 되는 그날도 비정규개악입법을 저지하고 비정규 노동자의 모든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투쟁의 현장이 되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

2004년 11월 26일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 비정규직특별위원회 위원장 김경진
태그

총파업 , 점거농성 , 비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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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서사노조합원

    인터뷰 기사 잘 보았습니다.
    정말 마음이 착찹하네요.
    김경진 위워장 사진이 잘못 들어갔네요..^^

  • 맞습니다.

    김경진 위원장 사진이 맞는데요...
    날도 추운데 넘 안타깝네요....

  • 새벼리

    최하은 동지의 취재 활동이 무수한 불꽃들의 '풀무질'로 역할할 것입니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부르는 뜨거운 불꽃,,, 고공 농성 투쟁에 나선 4명 비정규 노동자들의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밀착 취재해 주신 최하은 동지에게 감사를 전하며,,,

    이 인터뷰기사는 (아까 말씀하신대로) 피플타임즈 메인으로 가져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