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 대교 부정 업무 근절 요구에 해고로 답해

전국학습지산업노조 기자회견 열어
해고철회, 부정 업무 근절, 학습지 노동자 노동3권 요구

높은 빌딩사이로 찬바람이 몰아치는 서울 봉천동 눈높이 보라매 센터 앞. 30여 학습지교사들은 추운 날씨에도 팔뚝을 내 뻗으며 국내 최대의 학습지회사 눈높이대교에 의해 이뤄진 동료 교사의 부당한 해고에 대한 분노로 달아올랐다.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학습지노조)은 1월 7일 “눈높이대교 부정업무 피해사례 발표 및 부당해고 철회를 위한 기자회견”과 “강제해고 철회·부정 업무 근절을 위한 투쟁선포식”을 개최했다. 학습지노조는 이 날 기자회견과 투쟁선포식을 통해 눈높이대교에 의해 최근 내려진 부당한 계약해지 조치를 철회시키고, 업계에 만연한 부정 업무가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며, 학습지 교사들도 노동자로서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투쟁해 나갈 것을 결의했다.

지난 12월 23일 눈높이대교는 인천삼산지점에서 근무하는 한주희 교사에세 재계약 해지를 통고하였다. 표면적인 사유는 업무 성적이 저조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학습지 업계에서 저조한 업무 성적을 이유로 회사가 교사와 재개약을 거부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과중한 업무와 일방적인 계약조건, 최소한의 기본권도 존중받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 항상 교사가 모자란 탓이다.

한주희 교사의 동료인 조정란 교사에 따르면 한 교사가 회사로부터 개약을 해지 당하게 된 원인은 회사의 부당한 요구에 끈질기게 저항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주희 교사는 2004년 1월 5일 150여만 원의 미납금이 있는 교실을 인수받아 근무를 시작하였다. 교실을 인수받은 당시 관리자는 자신이 미납금을 해결할 것을 약속하며, 해당 교실을 한 교사에게 떠넘겼지만 얼마 되지 않아 회사를 그만두고 말았다. 한 교사는 미납된 회원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생각에 관리자에게 해당회원들을 휴회(학습지 구독의 중지) 처리해 줄 것을 꾸준히 요구하였다. 하지만 관리자들은 미납된 회비를 교사가 완납 해야만 휴회 처리할 수 있다며, 한 교사의 요구를 계속 묵살했다.

이렇게 부당한 업무처리에 꾸준히 항의를 하는 한 교사를 눈엣가시처럼 생각한 관리자는 2004년 9월 3일 한 교사의 다섯 교실 중 네 교실을 일방적으로 다른 교사에게 인계하며 노골적으로 해고 협박을 자행했다. 이에 한 교사가 각급 언론에 상황을 제보하기 시작하였고, 급기야 MBC, KBS 등 공중파방송이 사건에 대해 심층취재를 시작하기에 이른다. 9월 6일, 사회적 질타를 우려한 회사가 한 교사에게 교실을 돌려주고 체납회비 회원을 휴회 처리하여 사건은 종료되는 듯했다.

하지만, 회사는 교사들에 대한 갈취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11월 교체된 새 관리자가 12월 23일 한 교사에게 재개약 불가 입장을 일방통고한 것이다.

학습지 업계의 부당한 영업행위가 지적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가짜 회원을 만들어서라도 목표한 실적을 강요하는 것은 예사고, 어려운 경제에 회비를 체납하는 회원이 늘자 그 책임을 교사에게 전가해 급여에서 공제하는 것(학습지 구몬의 경우)도 모자라, 관리자가 사채업자를 소개하면서 대납을 강요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곤 한다.


눈높이대교 송탄서정지점에서 근무하던 권미현 교사는 “지역국에 한 교사당 평균 25명, 많은 경우 70명의 부정회원(실제 회비를 납부하지 않고, 서류상으로만 등재한 회원)이 있었다. 매달 150~200만 원씩 회비 납부 책임이 교사에게 떠 넘겨진 것이다”며 업계에 만연한 부당 영업행위의 실태를 한탄했다. 권미현 교사는 그런 행태에 조직적으로 항의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5명의 교사들 중 한 명이다.

갓 출산한 몸으로 관리하기에는 힘든 지역을 배정하자 이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다 ‘못 하겠으면 나가라’고 계약해지를 당한 구몬 출신 이은옥 교사는 “대교, 구몬, 웅진, 재능 모두 남한 100위 안에 드는 재벌회사들이다. 회사가 이렇게 성장하는데 학습지 교사들의 무수한 피눈물이 있었지만, 회사는 교사의 가장 기본적인 요구조차도 들어주지 않는다”며 성토했다.

비정규직 중에서도 가장 열악하다고 하는 특수고용 노동자. 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 요구가 거세지자 정부에서는 “유사근로자”라는 애매한 규정으로라도 이들을 보호하겠다고 하더니 그조차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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