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개복동 성매매 집결지 화재 국가 책임있다"

20일, 서울고등법원 유가족에게 정신적 피해보상 판결

서울고법, 경찰과 업주의 결탁 눈감아 준 것은 직무 유기

2002년 1월, 전북 군산시 개복동 성매매 집결지에서 있었던 화재사건으로 15명의 성매매 여성들이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이 당시 화재사건은 업주와 경찰의 결탁으로 여성들이 갇힌 채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눈감아준 것으로 밝혀져 더욱 충격을 주었다. 이에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그 당시 사망한 성매매 여성들의 유가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1심에서는 국가의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법원은 "군산 성매매 화재사건은 국가의 책임이 있다"고 1심의 결정을 뒤집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23부는 20일, 화재사건으로 사망한 여성 13명의 유족들이 국가와 전북, 군산시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국가는 사망자 한 사람당 1000∼2000만 원씩 모두 2억 5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경찰관들이 뇌물을 받고 피해 여성들이 성매매 업소에 감금된 채 성매매 행위를 강요받고 있는 사실을 눈감아주는 것은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므로, 국가는 피해 여성들과 유족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을 배상해야 한다"며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무원들의 직무유기가 종업원들의 사망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소방공무원들이 소방시설이나 피난·방화시설을 설치, 유지하는데 필요한 조처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화재 발생에 대한 책임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물을 수는 없음을 밝혔다. 지난 3월 하월곡동 화재사건 유가족들도 소송을 준비하고 있어 이번 판결이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하월곡동 성매매 집결지 화재사건 당시 그림 영정

조진경 다시함께센터 소장, "성매매 여성들 피해사실 이야기 할 수 있게 해야"

이에 대해 조진경 다시함께센터 소장은 "개복동 화재사건 당시 윤락행위방지법이 있었지만 실효성이 전혀 없었다. 성매매 여성들도 처벌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여성들은 피해사실을 이야기 할 수 없었고, 업주들과 경찰들의 유착관계는 화재사건의 주된 원인이었다. 이런 상황을 국가의 책임으로 인정한 이번 판결은 당연한 것이다"며 "업주들과 경찰, 공무원을 지도감독하지 못한 국가의 책임을 요구하는 소송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다"고 이번 판결의 의미를 밝혔다.

이번 재판부의 판결에서는 화재사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일정 인정한 것에 의의가 있지만 화재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을 소방공무원들의 직무유기로 볼수 없다고 판결에 모순적인 부분을 가지고 있다. 조직경 다시함께센터 소장은 "경찰, 공무원들과 업주들의 유착관계 속에서 벌어진 불법적인 용도변경과 전기시설, 소방시설의 미미는 당연히도 이런 것들을 눈감아준 경찰, 공무원의 직무유기이며 이를 지도감독하지 못한 국가의 책임이다. 이런 인과관계들을 전체적으로 보고 판결을 내려야 하는데, 이것을 파악하지 못한 재판부의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진경 다시함께센터 소장은 "지금 실시되고 있는 성매매방지법의 경우에도 성매매여성들을 자발과 강제로 나누어 사회가 만들어놓은 기준에 맞추어 자신의 피해사실을 증명하지 못한 성매매 여성들은 처벌받고 있다. 이는 윤락방지법의 효과를 그대로 가질 것이다. 그래서 이후 성매매 여성들은 어떤 이유가 있든지 처벌되지 않는 방식으로 성매매특별법은 개정되어야 한다"며 현재 성매매특별법의 한계를 지적했다.

호성희 사회진보연대 여성국장, "화재사건 재발 방지위해 제대로 된 소방시설 마련 필요"

이에 대해 호성희 사회진보연대 여성국장은 "개복동 화재사건은 분명히 성매매를 방조했던 국가의 책임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판결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고, "지금의 많은 성매매 업소들도 화재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다시는 이러한 끔찍한 화재사건이 나지 않기 위해서는 성매매 여성들이 일하고 있는 공간에 제대로 된 소방시설이 마련될 수 있는 방안 또한 국가가 마련해야 할 것이다"며 화재사건 방지를 위한 국가의 대책을 요구했다.

이어 "개복동 화재사건 당시의 윤락방지법도 그러했지만 현재의 성매매방지법 또한 음성적 성매매에 대해서는 국가에서 단속의 의지가 없다. 성매매방지법이 이런 상황을 해결하고 법적 장치를 만들어야 하는데 집결지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성매매 단속은 음성적 성매매를 더욱 확장시키고 있다"며 이에 대한 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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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 성매매방지법 , 군산 개복동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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