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성 문제 아니래도!

실체 드러낸 인터넷실명제, 진보네트워크 등 반대 성명서 발표

13일 진보네트워크, 문화연대 등 24개 정보·인권단체는 ‘인터넷실명제 도입에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는 논의만 난무했던 ‘인터넷실명제’가 12일 토론회를 통해 그 윤곽이 드러나면서 나온 것이다.

‘익명성에 의한 역기능 연구반’의 연구를 토대로 입법안 마련

12일 정보통신부는 한국전산원 회의실에서 ‘익명성 폐해 최소화 및 피해구제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대책토론회’를 열어 포털사이트 게시판에서 본인확인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인터넷실명제 도입안을 발표했다. 또한 이해 당사자 등이 이의를 제기한 분쟁 게시물에 대해서 우선 차단조치를 실시, 제3의 기관이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하는 '인터넷 가처분제도'도 도입된다. 정보통신부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개정안을 마련하여 오는10월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이날 토론회는 정보통신부가 지난 6월 30일 인터넷실명제와 관련한 구체적인 정책 마련을 위해 발족한 ‘익명성에의한역기능연구반’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진행되었다.

진보네트워크 등은 성명서에서 “‘익명성에의한역기능연구반’의 연구결과는 단지 대정부, 대사업자, 대이용자들에 대한 권고안만 밝히고 있다”며 “사이버폭력의 원인 그리고 대책이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는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정보통신부가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기 위하여 구색맞추기식으로 연구반을 운영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익명성에의한역기능연구반’은 2개월간의 연구를 통해 △'인터넷가처분제도'를 도입할 것 △분쟁이 된 부분을 판단할 수 있는 가칭 ‘사이버가처분평가단’ 설치 △사회적 책임 선언과 최선의 대책을 공동 적용하는 ‘인터넷기업행동강령’ 제정 등을 권고했다.

“익명성 문제 아니다” 거듭 강조

이에 맞춰 국무조정실은 지난 3일부터 11일까지 중학생부터 만 75세까지 인터넷 이용자 1600여명을 대상으로 전화 및 인터넷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국무조정실은 “사이버폭력이 '심하다'는 응답이 온라인 조사에서는 88%, 전화 73.4%로 나타났다”며 “인터넷 실명제 도입의 사이버폭력 근절 효과에 대해 '효과적'이라는 응답은 온라인 75.6%, 전화 74.1%인 반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온라인 10.7%, 전화 9.0%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또한 “인터넷 사용 증가에 따른 사이버폭력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으로 최근 정부에서 추진 중인 '인터넷실명제'등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조사됐다”며 “법적·제도적 개선대책을 조속히 마련·시행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가 인터넷실명제 도입을 위해 적극적 여론 유치에 나선 것.

진보네트워크 등은 성명서에서 “정부가 강제적으로 실명제를 도입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와 통신비밀의 자유를 심각히 침해할 수 있는 반인권적 제도”라고 명명하고 “정부가 사이버폭력과 인권침해의 주요 원인을 익명성으로만 한정해서 보는 것은 잘못된 처사”라고 거듭 지적했다.

또한 “대부분의 포털사이트들이 회원가입 시 실명인증절차를 거치는 등 이미 인터넷 공간은 익명성을 상실해가고 있다”며 “인터넷 공간에서의 사이버폭력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익명성이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사무국장은 “현재 인터넷기업이며, 시민단체며, 인터넷실명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연구반의 연구 결과를 그대로 수렴하여 인터넷실명제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실체 없이 존재하던 ‘인터넷실명제’에 대한 그 구체적 정책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정보·인권단체는 정부의 입법안 추진 움직임을 살피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공동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