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하이스코지회 강경진압에 노동계 반발 확산

민주노총, "경찰폭력은 노정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것"

25일 하이스코 사태 해결을 위해 순천에서 열린 전남동부지역 결의대회에서의 경찰 강경진압에 대해 민주노총과 노동사회단체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서 이후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민주노총 전남동부지구협의회와 전남동부지역 범시민대책위는 26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연행된 조합원 즉각 석방과 공안탄압음모 중단 △부당해고된 120명의 비정규직노동자 원직복직 △현대하이스코의 성실한 대화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전남동부지역 5천여 명의 노동자 투쟁은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원직복직과 민주노조인정, 현대하이스코의 대화 등 정당한 요구를 지지하고자 했던 것"이라며 "25일 투쟁은 전적으로 이 사태를 의도적으로 만들어간 현대하이스코 자본에 있다"고 규탄했다.

경찰공권력에 대해서도 "문제의 본질을 회피한 채 조합원들의 참을수 없는 분노의 표출이 우발적으로 진행됐다는 판단 하에서 대대적인 탄압을 자행한다면, 신뢰는 땅에 떨어질 것이며 자본의 시녀로 전락됐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출처: 민주노총 전남동부지구협의회]

민주노총 광주전남지역본부도 성명을 내고 "결국 경찰은 노동착취, 악질 자본의 방패막이었다"며 △무자비하고 공안적인 폭력사태 즉각 사과 △연행된 노동자 전원 즉각 석방 △부당해고자 원직복직 등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민주노동당도 '강력 대응' 입장

민주노총도 26일 낸 성명서에서 "경찰폭력은 노정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경고하고 "11월 앞두고 있는 비정규직법안 관련 노정관계를 더욱 파국으로 몰아 극한 대결을 부추길 뿐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 민주노총은 "이번 사태를 '민주노총 지도부 총사퇴 이후 강경파 득세에 따른 격렬 시위'쯤으로 몰아 노동자들에 대해 연행과 사법처리를 노골화시키고 있다는 데에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꼭 풀어야 하는 '비정규직'의 문제 를 '강경파'니, '격렬'이니 몰아가는 경찰의 폭력사태야말로 '강경 극렬 진압'일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전라남도당도 "유혈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사측에게 있다"며 "공권력과 사측의 계속되는 자극으로 농성중인 노동자들의 심리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극단적인 상황이 올 수 있음을 분명히 인지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동당 전남도당은 농성중인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 보장과 음식물 공급을 주장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을 전국에 알리며 전 당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25일 순천에서 4천여 명의 병력과 경찰특공대를 동원해 크레인 농성중인 노동자들에 대한 강경진압을 예고하고 진압봉과 방패 및 물대포, 심지어 각목과 돌까지 동원해 집회 참가자들을 강경 진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과정에서 100여 명에게 부상을 입히고 27명을 연행했다.

경찰, "끝까지 추적해 사법처리하겠다"

심지어 상황이 종료된 후에도 부상자들이 이송된 병원을 돌며 연행을 시도하고, 새벽에 집회 차량을 가지러 온 조합원들까지 연행했으며 26일 아침에는 동부지구협의회 사무실에 들이닥쳐 노동조합 간부들에 대한 연행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측은 오히려 "과격 불법시위 가담자를 끝까지 추적해 사법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강택 전남지방경찰청장은 26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불법행위에 대해 끝까지 추적할 것이며, 사진 채증자료 판독이 끝나는대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했다.

[출처: 민주노총 전남동부지구협의회]

사흘째 크레인 농성중인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진압을 경고하고 있는 경찰특공대에 둘러싸여 극도의 피로와 긴장에 놓여 있으며, 식수와 음식물 반입이 철저히 통제돼 건강상태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편 현대하이스코비정규직지회가 25일 공개한 농성자들의 편지와 가족대책위 게시판에 올려진 가족들의 글이 이들의 절박함을 드러내 많은 노동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조합원들이 크레인 고공농성에 돌입하기 전 남긴 편지들

사랑하는 아내에게
당신과 결혼한지 4년이 지나 5년이 다 되어 가는데 그동안 당신에게 남편으로서 미안한 마음뿐이오. 당신과 많은 대화도 없이 이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는 나의 마음을 이해해 주길 바라고 어머님이나 장인장모님께는 잘 말씀드리고 며칠 보이지 않더라도 집안일 잘 챙기고 마음 굳게 먹고 다시 돌아올 때까지... 사랑해요 영원히.(26일이면 당신과 만난지 5년이 되는데 멋진 기념일을 보내고 싶었는데 같이 못보낼 수도 있겠네.)

00엄마 보세요.
말 못하고 와서 정말 미안하다. 정말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으니까. 이 글을 보면 너무나도 많이 울겠지. 울지마라. 00엄마에게 하고픈 말은 하나뿐이다. 절대로 울지마라. 지금 내가 하는 일은 정말 나만을 생각해서 그런게 아니야.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씨 당신과 나의 분신 00이를 위한 일이야. 그저 2,3일 출장갔다고 생각해라. 나 야근도 많이 했잖아. 모든게 잘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아니 확신한다. 그러니 걱정말고 조금만 기다려줘. 00이가 아빠 어디갔냐고 물어보면 회사갔다고 그래. 00엄마, 정말 사랑한다.

가슴이 답답하고 다리가 떨려온다.
심장은 두근거리며 도무지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는다. 여러가지 해야할 일들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타고온 자전거는 어떻게 할까? 내일 닭모이를 사다주기로 했는데 끝내 어머니가 사러 가셔야겠구나. 이런 잡다한 생각들이 나를 가로막는다. 언젠가는 가야할 길이 있다지만 막상 몇시간 앞으로 다가오니 잘해낼 수 있을까로 시작하여 며칠이나 견딜수 있을까로 잡념은 커져간다. 나약한 나를 비추어 여러 동지의 결의를 부러워한다. 그리고 든든함을 느낀다. 동지가 가면 나도 간다. 이제부터는 진짜 나로부터의 결의결사이다. 아자! 이빨 꽉 물고 가자! 승리를 위해!

조합원 가족들이 가족대책위 게시판에 올린 글들

우리가 무슨 일을 할수있을까요?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해야 저들이 우리앞에 나타날까요? 남편은 차디찬 크레인 바닥에 밤새 떨며 저들이 대화에 응해주길 바라고 있는데 이렇게 멍하니 아무것도 할수없는 내자신이 원망스럽습니다. 밤새 눈물만 나더군요. 밤새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억울하기만 합니다. 열심히 기도라도 해야겠어요.그일 외엔 달리 해줄일이 생각 나질 않는군요. 우리모두 희망을 가져봅시다. 신랑들이 무사히 아무일없이 집으로 돌아올수있을것이라 믿어 봅시다. 나쁜 하이스코 꼭손들고 나올겁니다. 사랑합니다. 가대위 우리가족들 모두.

그대를 사랑합니다. 좁은 곳에 갇혀 투쟁하고 있는 나의 님. 동지들과 서로서로 격려하며 밝은 내일을 기다리고 있는 나의 님.. 그런 님을 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이렇게 힘들게 싸우고 있었는데.. 그 심각성을 전 알지 못했어요..매일 투정부리고.. 짜증내고.. 따뜻한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해준 제 자신이 정말 한심스럽습니다.. 같은 곳에서 투쟁을 하지 못하는게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지만.. 그 마음 다스려 당신을 지지합니다.. 비정규직의 현실을 딛고 성공하는 그날까지.. 우리 님과 동지여러분들 몸건강히 잘 싸울수 있도록 해달라고.. 매일매일 기도하며 응원하겠습니다.

우리 그만 울어요. 어제 모두 고생 하셨어요. 모두 남편들을 위해 발동동 구르는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더군요. 안에 있는 사람이나 밖에 있는사람이나 마음은 다 한가지라 생각됩니다. 다치신 분들 병원에서나마 편히 치료를 받아야 할텐데 저들이 우릴 그냥두지 않는군요. 꼭 하이스코에서 돈받고 하는일처럼 보여지네요. 그들이 이렇게 극악무도한 인간들인지 정말 몰랐습니다. 하지만 우리 같이 힘을내요.전 이제 그만울려고 이를 악물어봅니다. 우리 남편을 믿기에 기다리렵니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최인희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