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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사유화 정세와 에너지 지형에 대한 이해
[한미FTA저지특별기획](15) - 한미FTA와 에너지 사유화
에너지 산업 전반의 시장화 정책은 현재 진행형이다. 노동조합의 특성 상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구조조정, 정부의 발표나 부처의 입장에 휘둘리거나 영향을 받기 쉽지만, 사실 에너지 시장화와 사유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정세는 분명히 역동적이며 현실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향후 에너지 정세를 둘러싼 지형과 정세의 변화에 우리는 특히 주목해야만 한다.

97-98년 IMF 외환위기가 현실적으로 공공부문 사유화 정책을 추동하였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부분의 초국적자본이나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은 월드뱅크와 각종의 개발은행을 통해 제 3세계 혹은 종속적 자본주의 국가의 개발을 위한 원조를 명목으로 알짜배기 공공부문의 개방화와 사유화를 맞바꿔 왔다.

한국 역시 김대중정권 이전부터 개발을 위한 원조의 형태로 공공부문 개방화의 요구가 존재했으며, 이것이 민영화라는 국가 정책으로 가시화된 바 있다. 노태우정권에서 금융 부분이 민간으로 이전되고, 김영삼정권에서부터 점진적으로 열렸던 공공부문의 개방화는 IMF 외환위기를 맞아 공세적으로 열리게 되었다.

IMF는 외환위기 해결을 위한 구제 금융을 빌미로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제시했고 이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핵심에는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공공부문 사유화가 존재했다. 그러나 2002년 이후 한국 사회 사유화 드라이브는 주춤하였다. 이는 노동자들의 투쟁과 사회공공성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확장되었던 것에 기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유화를 둘러싼 공방의 정치적 이니셔티브가 결코 노동자 민중에게로 이전된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유화를 위해 도입되었던 한 방식, 즉 분할 사유화 정책이 특히 에너지와 같은 네트워크 산업의 특성 상 적합하지 않았던 것이 그 첫 번째의 이유이다. 당시 김대중 정부 시절, 급박한 사유화를 추진하기 위해 정부는 영국과 호주의 사유화 방식을 그대로 모방하여 전력, 철도, 가스 등에 분할 사유화 방식을 적용하였다. 이에 따라 2001년 발전 5개사와 한수원이 분사되었고, 2004년 1월로 철도는 시설공단과 철도 공사로 분화되었다. 그러나 결국 남동 발전 매각, 배전 분할, 가스 분할 정책은 중단되었다.

그 동안 우리 운동 진영 내에서도 전력, 발전, 가스, 철도 등 각종의 사유화 정책에 대한 깊이 있는 정책 연구가 수행되었고 이를 통해 결국 네트워크 산업의 분할 매각 방식이 유효하지 않아 중단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판명된 바 없지 않다.

또한 두 번째 이유는 공공부문을 둘러싼 정치적 경제적 지형이다. 발전 매각이 회자되던 시기 엔론사의 파산이 국제적 에너지 시장의 위축을 불러왔으며, 가스 역시 공급자 중심시장에서 수요자 중심 시장으로 끊임없이 이전되고 전환되는 복잡한 정세에서 장기 도입 계약을 공기업이 아닌 사기업에 맡긴다는 사실에 대한 가스 시장 내적 반발이 존재했다. 또한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해 유럽 등 가스 수입국들은 에너지 안보와 주권을 중심으로 지형이 전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당시를 돌아보면 가스와 발전의 경우 경영권 매각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부담이 한 편에서 존재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으로는 주식시장이 확장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방식의 민영화에 대한 각종의 검토가 역시 이루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철도의 경우 선공화화와 이를 통해 수익성 창출을 위한 내부 구조조정과 상업화 논리의 관철이 철도 산업 구조조정의 목표였으며, 노동조합의 지속적인 저항이 존재하지만 정부 정책은 어느 정도 관철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철도가 발전, 배전, 가스와 같이 분할 사유화 방식을 취하고 있었지만 선 공사화의 길을 선택한 것은 공사의 부채 문제 때문이다. 다른 공사에 비해 건설부채가 많을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그 부채를 정부 차원에서 한 번 털고, 다음으로 내부의 피 말리는 구조조정을 통해 털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철도 부채 해결이 노무현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에서 흘러나온 정세가 무엇을 의미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만하다.

최근 화두로 떠오르는 물 산업, 정확히 표현해 상수도 산업의 민간위탁과 민영화는 부채 문제와 수익성 창출 등의 측면에서 철도 산업과 유사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으나, 167개 지자체로 분산되어 있는 조건에서 오히려 역으로 분할 형태가 아닌 7-8개 공기업으로 재구조화를 위한 구조조정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점도 생각해볼 만하다.

다음으로 공공부문에 대한 정치적 판단에서 노동조합의 조직화와 투쟁력은 주요한 변수가 된다. 분명 2002년 3개 노조의 파업은 공공부문 매입자의 입장에서 분명 매입을 회피하고 꺼리는 근거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한국통신과 담배인삼공사가 노동조합의 저항이 부재하고 조직력이 해체된 상황에서 완전 사유화되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그러기에 현재 정부와 자본은 노동조합의 조직력을 와해하고 해체하기 위한 각종의 이데올로기 공세와 구조조정 방식을 취하고 있다.

현재의 구조조정 방식은 단지 정리해고, 외주화 식의 양적인 구조조정 방식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양적 구조조정 방식은 우회하면서 노동자간 단결을 해체하고 노동조합의 임금과 단체 협상의 권리 자체를 해산하기 위한 질적 구조조정의 성격으로 전화해 있다고 볼 것이다.

성과급제, 연봉제뿐만이 아니라 현장에 도입되는 각종의 제도들은 향후 노동조합의 물적 존재 근거를 해체하기 위한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2007년 복수노조 도입에 따른 오픈샵 도입, 전임자 임금 문제, 해고자 문제 등은 2006년 단협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다.

특히 한미FTA 등 각종의 무역협정은 이러한 정세를 강제한다. 이들 협상에 미국 등 초국적자본이 핵심적으로 제기하는 것이 자율적 노사관계의 해체이며, 또한 공공부문의 직접 매각이라는 방식보다 소위 서비스 일반에서 에너지를 포괄적으로 다루면서 협상의 의제로 선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양상의 한미FTA가 체결되면, 자국 내 제한 조항과 근거 조항은 아무 의미 없는 휴지조각이 될 뿐이다.

미국 중심의 GATT 체제는 소위 관세를 중심으로 한 무역협정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다자간 협상이라는 MAI를 중심으로 유럽 등 미국 중심의 시장 석권에 반발하는 무역 협정을 재구조화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는 2000년 시애틀의 민중투쟁으로 제한된 바 있으며, 다자간 무역협상이 가지는 협상의 걸림돌에 대한 판단이 양자 간 무역협정으로의 전격적 전환으로 귀결되었던 것이다.

한국 역시 동남아와 남미를 중심으로 양자 간 무역협정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 양자 간 무역협정은 양국 간의 경제 통합을 의미한다. 더욱이 미국이 힘의 주도권을 가진 상황에서 이는 결국 경제 식민지로의 종속, 즉 식민지 조약을 의미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양자 간 협상에서 일국 내 제한 조항은 내국민 대우, 최혜국 대우라는 조건 속에서 아무런 효력도 의미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에너지를 볼 때 외국인 지분 제한 조건, 환경을 비롯한 규제 조항 등은 오히려 불평등한 처분이라는 이름으로 단번에 휴지조각이 된다. 에너지 산업의 사유화 정책은 매각이냐, 주식 상장이냐의 사유화 방식에 대한 논란 이전에 포괄적 서비스 협상 속에서 두루뭉실하지만, 그 만큼 전면적인 개방화의 핵심 대상으로 전락되어 있다. 환경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미 미국은 자동차 산업 등과 관련하여 자국 내 배기가스 규제 기준을 국제 수준 이하로 강제해놓았으며, 이에 따라 한국은 동일한 혹은 더욱 열악한 수준의 기준으로 전락당하게 될 것이다.

에너지의 경우 이미 에너지 산업 전반의 수직계열화 및 통폐합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가스 산업이 사유화되거나 분할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이미 GS, SK, 포스코가 직도입권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것이 가스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은 지대하다. 당장의 가스 산업 분할이 지연된다 할지라도 계속되는 장기 도입 물량에 따른 공방과 이해 계의 득실에 따른 정치적 격론은 지속될 것이다.

특히 이들 에너지 기업은 석유 산업과 도시가스 산업을 장악하고 있으며, 이미 국내 자본이라는 정체성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있다. 더욱이 이들 사기업은 가스 직도입 확대를 통해 이미 소유하고 있는 민자발전의 확장을 꾀하고 있는 시점이다. 이미 IPP가 10%를 훌쩍 넘은 상황에서 사기업의 가스 직도입 확장에 따른 민자발전 확장은 현재 존재하는 발전 회사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오히려 발전 5개사는 가스 직도입권 허용을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발전회사는 가스 직도입권을 가지면 연료비 절감과 이에 따른 전기료 인하의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 시나리오는 국제적 가스 시장의 현실로 보면 그리 타당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미 5개사 경쟁체제, 이에 따른 경영 평가에 시달리는 발전 회사 입장에서 가스 직도입권을 확보하여 연료비 경쟁에서 우위에 서고자 하는 명분은 지속될 수박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는 한 결국 5개 사간 경쟁, 가스 발전 사기업 간 과잉 설비 경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공사 간 경쟁 즉 공공부문 내 경쟁 모델은 결국 불필요한 경쟁을 낳아 경영 부실로 이어질 것이며, 이러한 후과가 언제나 사기업 즉 초국적 자본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진다는 사실은 역사적 진실이다. 부실 공기업의 헐값 매각의 수혜는 언제나 사기업의 것이었으며, 현재는 그 떡고물을 바라는 쟁쟁한 초국적 에너지 기업이 도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스와 발전, 그리고 원자력 산업이 공공부문 내 경쟁이라는 허구적 신자유주의 논리를 극복하고 에너지 산업의 공공성을 사수하고 에너지 산업의 재편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해당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민중적 에너지 정책의 수립을 위한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송유나(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 등록일 : 2006.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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