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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빈곤이냐, 남미식 빈곤이냐
[한미FTA저지특별기획](22) - 한미FTA와 빈곤
‘지킬과 하이드’의 얼굴 : ‘동반성장전략’

지난 3월 31일 퇴임한 박승 전 한은총재는 “양극화는 경제실패의 결과가 아니라 성공의 결과”이며, “구조조정 과정이 필연적으로 수반되면서 나타난 것”이라고 강조한 바가 있다. 즉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은 구조조정이 활발하다는 뜻이며 경제 성공의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양극화를 해결하는 방법은 구조조정을 조속히 완결하는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구조조정과정에서 소외되는 부문과 계층에 대해서는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이러한 언급은 참여정부에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동반성장 전략’이라고 주장되어 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형용모순의 개념으로 참여정부의 정체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우리 속담으로 얘기하면 ‘병주고 약주기’ 전략이다. ‘지킬과 하이드’의 두 얼굴을 하나의 몸통위에 가진 셈이다.

한미FTA를 추진하는 정부의 논리는 이의 연장선에 있다. 한덕수 부총리는 “한미FTA는 참여정부의 동반성장 전략이 구체적으로 발현된 것”이라며 “시장경제의 대표주자인 미국 경제와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며, 양극화 대응을 본격화해 시장경제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사회통합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른바 고용과 소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미FTA 체결을 통해서 달성하고, 피해가 예상되는 업종이나 분야에 대해선 범정부적 지원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천명한다.

16일에는 농업분야의 예상되는 피해에 대한 지원대책의 방향을 발표했다. 한․미FTA체결을 통해서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은 1단계 구조조정에 이은 2단계 구조조정의 신속한 추진과 완료로 양극화를 해소한다는 말이다. 그 핵심영역은 노사관계, 농업, 금융과 서비스 분야이다.

빈곤과 양극화의 트라이앵글 : 멕시코, 미국, 한국

하지만 박승 전 총재가 이전에 한국경제는 ‘고용없는 성장’시대에 접어들었다고 고백한 것처럼 한미FTA 체결로 미국과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여, 사회경제시스템이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선진화되면 양극화는 해소되는가? 더 정확히 얘기하면 현재 나날이 증가하는 빈곤은 감소하고 해결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부정적이다. 아니 소득은 분명히 증가한다. 다만 노동자 전체의 소득이 아니라 일부 노동자와 기업․자본의 소득이다.

지난 5월 8일자 뉴욕타임즈에는 미국 사회 빈곤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기사가 실렸다. 주택가격 및 의료비용은 급증하는 반면 최저임금 및 각종 보험혜택은 줄어들면서 저소득층 미국인 수천만명이 과거보다 더 흔들리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2004년의 경우 미국인 약 3천700만 명이 연방정부가 규정한 빈곤선 이하의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이보다 더 많은 5천400만 명이 빈곤선(연수입 1만9천157달러)과 빈곤선의 2배인 3만8천314달러 사이의 연수입을 올리며 불안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극빈층으로 추락할 가능성은 호황시기라고 알려진 1990년대에 두배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미국 사회에서 빈곤층의 비율은 2000년 11.3%에서 2005년 12.7%난 차지해 5년 사이에 17%나 늘었다. 이러한 현상은 80년대까지의 경제불황 시기가 아니라 ‘신경제’라고 알려진 경제호황시대에 일어난 일이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정부의 빈곤관련 예산 지출도 급격히 늘어 2005년에는 1조달러를 넘어서서 연방예산지출의 50%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다. 이라크 전쟁에 투여되는 국방예산의 증가와 더불어 쌍둥이 적자라고 알려지는 미국재정 적자의 핵심을 차지하는 셈이다. 한미FTA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수치조작으로 도마에 오른바 있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사회 빈곤심화의 원인으로 무역자유화를 들고 있다.

‘FTA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멕시코도 마찬가지이다. GDP대비 노동수익률이 1980년대 40%에서 1994년에는 30.9%로, 2000년에는 18.7%로 떨어졌다. 제조업 고용과 임금은 1993년에서 1999년에 이르는 동안 각각 2%, 22.4%나 떨어졌으며, 최저임금도 23.2%나 하락하였다. 최저임금 이하로 일하는 노동자도 전체 노동자의 19%에 이른다. 더군다나 NAFTA체결로 없어질 것으로 여겨졌던 아동노동은 지속되고 있다.

교육, 보건, 환경 등 사회적 서비스는 노무현 정부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후퇴일로를 겪고 있다. 빈곤층 인구비율은 40%를 넘고 있다. 반면에 자본이 가져간 이윤은 1982년 48%에서 1994년 57.1%, 2000년 68.1%로 급성장했다.

경제성장이 양극화 해소와 빈곤을 해결하리라는 거짓 주장은 미국과 멕시코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에서도 이미 충분히 증명되었다.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외형적으로 1998년 경제후퇴를 기점으로 한국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하였으나, 빈곤층은 계속 늘어나 정부보고서에서도 이미 716만명에 달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경제성장의 몫 분배모형’이라는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1996-2003년까지 한국 경제성장의 몫은 주로 비빈곤층에게 돌아가고 빈곤층의 몫은 오히려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는 99년 9.5%, 2000년 8.5%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고, 2001년 3.8%, 2002년 7.0%, 2003년 3.1%, 2004년 4.6% 등의 성장률을 보였다. 하지만 이에 비례하여 빈곤가구율도 마찬가지로 늘어났다. 중위소득 40%미만을 빈곤층으로 보았을 때 빈곤가구율은 1999년 7.09%, 2000년 11.29%, 2003년 15.06%로 지속적으로 증가추세를 보였다고 한다. 또한 경제성장의 몫은 기업이 주로 챙겼음을 아울러 보여주었다.

개인부문의 연평균 가처분소득 증가율을 보면, 80~89년 7.9%였지만 90~97년 6.0%, 2000~2004년 0.8%로 나타난 것에 비해 비해 기업부문의 연평균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80~89년 7.9%, 90~97년 4.8%, 2000~2004년 58.3%를 보인다고 한다. 특히 IMF 위기이후 4대 구조조정의 정책 시행 이후 기업소득의 증가가 눈에 띈다. 이미 한국 사회는 충분히 ‘기업하기 좋은 나라’이다.

멕시코, 미국, 한국은 OECD에 가입한 나라에서 소득불평등에서 1,2,3위를 나란히 차지하고 있다. 한미FTA가 체결되면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소득불평등과 빈곤이 심화되는 ‘트라이앵글’이 완성되는 셈이다.

불난 집에 부채질이 아니라 기름을 붇는 격

한미FTA의 최대 쟁점은 노사관계, 농업, 금융, 서비스 분야이다. 근데 이 분야는 노무현 정부가 알아서(?) 유연화조치와 자유화, 시장화 전략을 추진하는 중이다. 경제자유구역, 혁신도시, 기업도시, 제주국제자유도시 등 지역개발전략이 그러하며, 노사관계로드맵 선진화, 자본시장통합법의 시행, 의료산업 선진화 전략 등이 그것이다. 한미FTA 추진은 정부와 자본이 추진하고 있는 이러한 전략에 날개를 달아주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외부 쇼크’를 통해서 이 분야의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추진, 완료하겠다는 의미라고도 할 수 있다. 정부가 한․미FTA 협상에서 공공서비스 영역은 제외될 것이라거나, 현 한국사회 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없을 것이라고 표명하고 있지만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에 다름아니다.

빈곤심화, 고착화의 원인은 이른바 ‘글로벌 스탠다드’추진에 따른 불안정성의 확대와 국부의 유출, 노동시장유연화로 인한 불안정노동의 확대, 금융자산을 소유한 계층으로의 부의 집중과 이로부터 배제된 계층의 형성에 의한 것이다. 그리고 이는 사회복지제도의 미비와 특정계층의 배제(사회보험에서 광범위한 사각지대 형성)등과 동전의 앞뒷면처럼 맞물리면서 더욱 확대되어 나간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처럼 복지제도와 수준이 저열한 국가에서는 불안정노동층의 불만과 저항을 잠재우거나 관리하기 위한 ‘당근’이 주어진다. 노동시장유연화가 진행될 수록 정부의 사회복지 지출도 양적으로 늘어난다.

그렇다면 자명하다. 한미FTA가 체결이 되면 잘 되어봐야 미국사회처럼 빈곤의 고착화, 확대,심화를 반복할 것이며, 더 나아가서는 멕시코나 남미처럼 빈곤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노동자 민중에게 한미FTA는 미국식 빈곤화의 길을 것이냐? 아니면 남미식 빈곤화의 길을 것이냐? 라는 잘못된 선택을 강요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강동진(편집위원) | 등록일 : 2006.05.16
     
퍼가도될까요?  2006.05.27 16:26
좋은 글이라서 네이버 오픈백과에 올려 널리 알리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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