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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 없음. 한미FTA는 이미 끝났다
[한미FTA저지특별기획](24) - 서준섭, 협정문 초안 분석
미국 시간 6월 5일, 한미FTA 본협상이 워싱턴에서 시작된다. 이 시기는 2번의 평가전으로 여세를 몰고 있는 월드컵의 토고 예선전을 앞둔 시기이기도 하다. 정부는 19일 협상문 초안 제출에 앞서 개별 부처별로 국회 해당 상임위에 협정문 초안을 보고했다.

초안문의 공개된 내용은 4쪽. 그리고 ‘대외 비공개’라는 명찰을 달고 나온 자료는 28쪽. 150여 쪽에 달하는 전문에 비해 턱없는 분량이지만, 이 28쪽의 내용을 보면 전문의 내용이 별로 궁금해 지지 않는다. 안 봐도 뻔하다는 것이 좀 더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협정문 초안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민중언론 참세상은 서준섭 민주노동당 외교통상 정책연구원을 만났다.

“쟁점이 부각될 수 없는 초안이죠. 이미 분과도 미국의 통상법, 협정문을 그대로 정한 상태이고, 쟁점이 될 부분들은 차후를 고려해 협의제도 남기겠다는 내용을 심어 놓은 초안이거든요. 타결안도 아닌 협상 초안에서 한국 정부의 요구가 이런 수준이라면 협상에서 쟁점이 생길래야 생길게 없는 거죠"

한일FTA 협상 개시를 앞두고 협정 분과를 정하는데도 수개월이 소요됐다. 단 한 번의 예비 협의로 17개의 협상 분과를 합의 해 낸 한국 정부의 협상력을 감탄해서는 안 될 이유에 대해 서준섭 연구원은 차분한 설명을 시작한다.

"협상문 초안에서 정부가 제대로 된 협상을 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관련 관세율 조정, 기간 설정 등 세부적인 내용 뿐이겠죠"

지옥의 지름길을 찾아 너무 기쁜 한국 정부

익히 알려진 대로 FTA(자유무역협정)에 정해진 유형은 없다. 그러니 협정 결과에 따라 비슷한 모형을 나눈다. 서준섭 연구원은 지역무역협정(RTA)의 유형을 크게 6가지로 분류해서 설명했다.

EU유형, EU 아류, EU와 남아프리카형, 일본과 싱가포르의 협정, NAFTA의 유형, WTO 규범까지. 이 6가지 규범 중에 가장 문제가 많은 유형이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유형이다.


일-싱가포르의 EPA는 인력이동, 과학기술, 중소기업, 인력 개발 등의 내용등을 포함하고 있고, EU와 남아프리카가 체결한 TDCA의 경우는 남아프리카의 발전 정도에 따라 상품 관세를 다르게 적용하기로 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적어도 상대 국가의 약한 부분에 대해 기술이전을 비롯해 배려의 내용이나, 협조하겠다는 '책임' 규정의 내용들이 협정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NAFTA 유형에서는 그런 배려나, 상생의 조항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익히 잘 알려진 ‘투자’ 부문의 ‘이행의무부과 금지’ 조항의 경우, 직접 투자에서의 기술 이전 의무를 두거나, 사회적 책임을 규정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이다. 이 조항은 기업의 소송 때문에 국가의 공공 정책마저도 발목 잡힐 수밖에 없게 만드는 대표적 조항으로 NAFTA 유형의 전형적 특성이다. 물론 한국의 협정문 초안에는 이 내용이 들어가 있다.

심지어 NAFTA 유형의 경우는 상품보다 미국에 비해 열세 일 수밖에 없는 투자, 서비스, 지적재산권 등이 협상의 주요 대상이 된다. NAFTA 체결 후 무역량의 규모가 증가하더라도 실제 미국계 자본에 의한 재편과 독점화, 노동의 유연화, 사회 양극화 등이 사회문제로 나타난 멕시코와 캐나다의 공통된 결과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음을 덧붙인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최악의 NAFTA 유형의 FTA 카드를 들고, 절벽으로 향하는 그 길에서 '잘 살 수 있을 거야'라고 자기 주문을 걸고 있는 셈이다.

미국 통상법과 일치하는 협상 분과 구성

지난 달 17일부터 18일 양일간 미국 워싱턴에서 제 2차 비공식 사전준비협의가 진행됐다. 한미 양측은 금번 협의에서 세부협상 분과(Negotiating Group) 구성 방안에 합의하는 등 공식 협상을 위한 기본 틀을 확정했다.

협상 분과는 ∆상품무역(자동차,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 포함) ∆농업 ∆섬유 ∆원산지/통관 ∆무역구제 ∆SPS(sanitary and phytosanitary measures: 위생 및 식물위생조치) ∆TBT(Technical Barriers to Trade : 무역에 대한 기술적 장벽) ∆서비스 ∆금융서비스 ∆통신/전자상거래 ∆투자 ∆정부조달 ∆경쟁 ∆지적재산권 ∆노동 ∆환경 ∆분쟁해결/투명성/총칙 등 총 17개 분과이다.

서준섭 연구원은 한 장의 표로 ‘예상되는 협정 내용’과 분과 구성, 그리고 정부 주장의 거짓말을 지적한다.

“정부가 뭔가를 해냈다고 하며 성과처럼 선전하지만 분과의 실 내용들을 비교해 보면 현 정부가 취한 제스츄어는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의 통상법과 분과 구성이 완전히 똑같거든요. 심지어 환경과 노동 분과의 경우도 클린턴 정부 당시에 미국 내 반대 여론이 급증해서 새롭게 첨가된 분과이지 정부가 노력해서 따 낸 분과가 아닙니다”

  이 비교표의 의회 서신은 지난 2월 2일 미 무역대표부(USTR)가 미 의회에 통보한 서신을 말한다.

“협상 분과 구성이 전체 협상의 40%정도를 차지한다 할까요. 그 만큼 분과 구성이 중요합니다. 분과의 구성은 실질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이기도 하고, 결국 협상 내용을 담는 틀이 되기 때문이죠. 한국 정부가 내 놓은 협상문 초안을 보면 이 협상 분과 유사함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24일 국회에서 개최된 공청회에서 김종훈 수석대표는 “USTR의 통보문서는 FTA패턴에 따라 보고된 형식 보고서로 한국이라 해서 특별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고, “노동, 환경 정도가 협상분과로 처음 들어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서준섭 연구원은 “이미 2003년 NAFTA의 폐해가 급증하면서 미국 내 환경 단체들과 운동진영들이 대거 반발하고 나섰다. 결국 이런 국내 여론 때문에 미 의회가 무역촉진권한을 클린턴 행정부에게 주지 않았던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바로 그 타협안으로 ‘노동’과 ‘환경’에 대한 규정이 첨가되고, 2004년 BIT 신모델에서 부터는 그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미국 통상법에서 새로운 분과로 형성되게 된 것이지 한국의 요구로 형성된 분과가 아님을 지적한다. 그래서 NAFTA에는 없는 분과가 미호주 FTA에는 첨가되어 있는 것이다.

계속된 반문, 한국 정부 협상 의지 있는가

서준섭 연구원은 "협상 분과 결정하는 과정과 내용을 보면 사실 한국 정부가 협상의 의지가 없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분과를 정하는 과정은 양국의 이해를 기반해 진행되기 때문에 쉽게 구성되기가 어렵죠. 사실 협상이란게 그렇 잖아요. 양쪽이 각각의 요구를 강하게 내 보이게 되면 마찰이 생기게 되고, 그 과정에서 밀고 당기면서 합의점들을 만들게 되는 건데, 보통은 수개월에 걸릴 만한 내용들을 미국의 통상법에 근거해 분과를 정했다고 한다면 한국 정부가 협상에서 얻어야 겠다는 협상 목표가 불분명하거나 아님 미국 측과 이해를 같이 한다는 걸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거죠”

다른 예도 있다. 국회 토론회에서 김종훈 수석대표는 분과 결정에 대해 “15-16개 분과로 예상됐었고, 예비협상에서 17개 분야로 확정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무역구제와 관련한 분과는 한국 측이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무역 구제와 관련 협상 분과 또한 이미 미국의 통상법에 명시된 예정된 분과였을 뿐이다.

‘일시입국’ 무엇을 말하는 건가

서준섭 연구원이 정부의 주장을 반박한다.

한국 정부가 한미FTA 추진에 있어서 자신있게 주장하고 있는 비자 문제의 경우는 FTA와 상관없이 진행되어 왔던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협상을 통해 반덤핑 상계/관세를 '합리화'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이미 통상법으로 세부 항목들이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모호한 부분들에 대해 완화된 규정을 만들어 내는 수준 이상의 뭔가를 얻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 예측했다.

특히 협상 초안 Capter, 10 일시입국(Temporary Entry of Business Persons)을 예로 든다. 사실 정부는 한미FTA 협상이 추진되면 한국의 전문직 노동자들이 미국에 가서 일할 수 있을 것, 이라며 ‘간호사’들의 예를 들은 바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일시입국’이라는 규정 자체는 굉장히 축소된 규정이라는 것이다.

"정부 스스로가 양국간의 상품, 서비스 교역 및 투자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기업인 및 전문직 종사자들의 원활한 이동 보장하고 한국의 전문직 종사자들의 미국 진출 확대를 위한 근거 마련하겠다고 말하고 있거든요. 정부가 의지를 갖고 협상문 초안을 만들었다면 ‘일시 입국’이 아닌 ‘인력 이동’에 대한 포괄적 규정으로 요구해야 맞는거죠"

한국의 주요 요구, 요구가 없다 봐도 될 만한 내용

외교통상부는 지난 10일 한미FTA관련한 서면 의견 접수 결과를 공개하며 협상의 기초로 삼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예상되는 미국측의 요구에 비해 상대적인 빈약함을 지적한다.

한․미 FTA 관련 서면 의견 접수 결과(5/10)

가. 미측에 대한 수정/개선 요구사항

1) 상품분야

ㅇ 통관절차 간소화, 화물수수료 및 유지비 폐지
ㅇ 미국 수입농산물 심사절차 단축, 육류성분 식품수입금지 완화
ㅇ 섬유, 의류, 신발류 관세철폐, 원산지 규정에서 우리입장 관철
ㅇ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원산지 인정
ㅇ 반덤핑조치 남용 방지

2) 서비스분야

ㅇ 정부조달품 미국적선 운송 의무 폐지
ㅇ 미국내 공사발주시 국내은행 발행 계약 이행보증서 인정
ㅇ 간호사, 건설기술사 자격증 상호인정

3) 기타 분야
ㅇ 비자면제제도 조속 추진 및 관광객 무사증 입국 추진

한미FTA를 앞두고 각종 협회의 요구안을 수렴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수세적일 뿐만 아니라 내용 또한 구체적이지도 못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업계들이 공청회, 무역장벽보고서와 USTR 보고서 등을 통해 방송 쿼터 축소, 한국방송광고공사 해체, 각종 소유제한 규제 완화, 한국가스공사와 인천국제공항에 대해 민영화 및 우리금융지주의 매각 요구 등의 구체적 내용들을 비교했을 때 그 실력차이는 여실히 드러난다.

예를 들어 한국 기업들이 가장 불만이 많다는 '반덤핑조치'에 대해서도 '무역규제에 대한 철폐'의 요구도 아닌 '남용 방지’라는 후퇴한 요구안 만이 요구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 협상 국면 자체가 얼마나 준비 덜 되고, ‘수세적’인 입장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협상 초안,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면

정부가 공개한 협상 초안문에는 '협상 개시 전'이라는 객관적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최악의 규정'으로 꼽고 있는 투자 항목과 관련한 이행의무 부과 금지 내용을 자진해서 포함시켜 놓고 있다.

한 예로 한국의 협상안과 관련해 “농업의 민감성을 반영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확보하겠다”는 목표와 더불어 상품무역 분야에서의 농산물과 관련해 “농산물 수입가격이 기준 가격 이하로 하락하거나, 수입물량이 일정 수준이상으로 증가하면 관세를 추가 부과하는 ‘농산물 특별긴급관세’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산물 특별긴급관세(SSG)는 수입가격이 기준 가격 이하로 하락하거나, 수입물량이 일정수준 이상으로 증가하면 자동으로 관세 인상하는 내용이다.

특별긴급관세는 농산물에만 적용되는 안전장치라 하지만, 사전에 합의된 발동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자동으로 관세를 추가 부과하는 조치다. 언뜻 듣기에는 좋아 보이지만 신속한 구제 조치라 임에도 불구하고 'WTO 회원국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최혜국 대우 관세율을 넘을 수 없도록' 하고, '일반 긴급관세(Safeguard)'는 수입급증으로 산업피해 발생 시 상대국과의 협의 등 사전절차를 거쳐 구제조치를 발동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WTO 농업협정문의 조항을 차용해 초안에 반영' 한 점이나 이미 '사전 협의 절차' 등의 덫을 스스로가 쳐 놓고 초안을 작성한 점 등을 들며 '협상 타결의 결과일 순 있으되 협상 개시를 앞둔 요구안의 수위로는 아니다'는 평을 덧붙였다.

또한 서준섭 연구원은 “이 규정은 이미 WTO 일반 규정과 미호주FTA에도 있는 조항이다. 한국 정부가 특별히 요구하는 내용이 아니라 일반 합의 내용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상의 걸림돌은 알아서 제거하고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개방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서비스 협상 초안의 경우도 정부는 “한국은 일반 의무 사항에 합치되지 않는 ‘불합치 조치’는 부속서 유보 목록에 명기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네거티브 방식 자체가 실질적인 서비스 시장의 개방을 전제로 한 것이다.

특히 쟁점이 될 분야에는 협상에 대한 협상 전략을 세우기 보다는 ‘추후 협의가 가능한 테이블’을 구성하는 형태로 협상의 쟁점화를 피하려는 노력을 협상 초안문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위생검역(SPS) 관련해 양국간 무역과 연관된 SPS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접촉선(Contact Point)지정, 정보교환 경로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나, 기술장벽(TBT)의 경우도 표준 및 시험검사 제도 운영 관련 상호 협력 하며 TBT 접촉선(Contact Point) 지정해 ‘표준 및 시험검사 관련 정보교환 및 새로운 기술 장벽 발생시 문제해결을 위한 창구 역할 수행’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사실 이런 식의 ‘위원회’ 및 추후 협상 기구를 마련하는 식의 방식은 미호주FTA당시 약값과 관련해 협상의 쟁점이 부각되자 ‘워킹 그룹’이라는 협조 체계를 명문화 했던 사례를 통해 충분히 유추해 볼 수 있다.

"쟁점이 될 만한 부분은 이미 초안을 통해 ‘워킹 그룹’과 같은 협의 기구를 마련해 놓음으로 협상의 쟁점을 피하고, 추후적인 협의를 계속할 수 있는 틀거리를 마련하는 것이죠. 검역, 통관, 기술표준, 경쟁 정책 등 쟁점이 부각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정부 조달의 경우도 양국간 조달청 간 협력 규정을 통해 ‘조달제도 이해 제고 및 조달시장 접근 확대를 위한 조달 담당자, 공급자 교육 등 양국 조달청간 협력을 의무화 한다’는 명문도 초안에 포함되어 있다. 이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서준섭 연구원은 “결론적으로 더 꼼꼼히 살펴보면 더 많은 내용이 있겠지만 협상 분과 결정과 초안 내용 공개를 통해 더욱 명확해 지는 것은 '쟁점을 피하고 조속히 협상을 마무리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라고 지적했다.
라은영 기자 hallola@jinbo.net | 등록일 : 200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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