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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 세계 에너지 위기 정세와 무관?
[기고] 에너지 전쟁과 한미FTA
최근 유가가 급속도로 뛰고 있으며, 에너지 고갈과 이에 따른 수급 문제에 대한 두려움이 현실화되고 있는 시점이다.

“주요국의 에너지 자원 확보 경쟁은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을 이룬데다 에너지 자원이 중동과 러시아 등 지역적으로 편재되고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것이 주된 요인이다. 이처럼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강대국간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군사력도 하나의 수단으로 동원될 소지가 있다.”

“중동의 불안으로 자원부국인 러시아의 위상이 매우 높아졌다. 러시아는 천연가스 매장량이 세계 1위로 26%를 차지하며, 6.1%로 석유 매장량 6위의 국가이다. 과거에는 핵무기로 세계를 지배했다면 이제는 에너지 자원이 무기이다.” 지난 3월 산자부 자원실장과 러시아 상무관의 발언이다. 에너지에 대한 위기감이 충분히 느껴지는 내용이다.

물 역시 마찬가지이다. 세계 31개국이 물 부족 사태에 직면하였고, 10억이 넘는 사람들이 깨끗한 물로부터 소외받고 있으며 30억 명의 인구가 하수시설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위기 사태에 대해 심각할 정도로 무지하다. 유가가 급등하고, 천연가스 확보를 위한 치열한 전장이 지속되며, 물을 둘러싼 위기적 징후가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음에도 한국사회는 천하태평인 듯이 보인다. 더욱이 물과 에너지를 더욱 심각한 위기로 빠뜨리고야 말 한미FTA가 추진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한국은 석유 사용량 세계 6위이며 수입량으로는 세계 4위이지만 자주개발 수준은 3%에 불과하다. 중동에 대한 원유의존도가 80%를 넘어서고 있으며, 천연가스는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실로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한 경쟁의 최선두를 달리고 있다 할 것이다. 물이야 자급자족하고 있다고 안위할 수 있지만 한국사회 공급위주의 개발정책은 국토를 유린하면서 수자원을 철저히 오염시켜왔다.

현재 전 세계는 에너지 안보와 주권, 에너지를 둘러싼 전쟁을 불사하고도 남을 만한 정세이다. 유럽 각국은 자국의 에너지 산업을 지키기 위해 에너지 산업 사유화와 개방이라는 유로 디렉티브에 전면적으로 역행하는 재국유화 조치를 속속 시행하고 있다. 개방과 사유화를 선도하는 미국조차도 에너지와 국가기간산업에 대해 외국인 투자 지분을 제한하는 엑슨-폴라리오법을 가동 중에 있다.

중남미 좌파 정권은 미국과 서구 사회에 헐값으로 넘기던 에너지 공급 구조를 깨고 중남미의 연대를 통한 자립, 에너지 빈국에 대한 지원과 상호협력을 통해 새로운 대안 모색의 길을 가고 있다. 그러나 오로지 한국 사회만이 FTA와 같은 경제적 정치적 식민지화를 위한 자발적 개방의 길을 가고 있을 따름이다.

한국사회가 공기업 사유화를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반해 에너지 기업의 재국유화 혹은 국가차원의 관리 전략이 지배적이다. 러시아는 국영 석유기업 로스네프트를 통해 러시아 최대 석유 사기업인 유코스의 주요 생산부문을 인수하였고, 천연가스 국영 기업인 가즈프롬 역시 사기업을 인수하였다. 심지어 국영 무기 회사 로소보로넥스포트를 통해 자동차 산업에까지 개입하였으며, 항공 산업으로 진출하기에 이르렀다. 푸틴은 항공기 제조업체 이르쿠트의 알렉세이 표도로프 회장을 신설될 항공지주회사 유나이티드 에어크래프트 대표로 지명했다.

그런데 이 유나이티드 에어크레프트는 산하에 7개 항공기 및 부품 제조업체를 거느리는 지주회사이다. 회사 지분의 75% 역시 국가 소유로 항공제조 산업이 사실상 정부 통제 아래 놓이게 되었다. 항공운항 분야에서도 국영 항공사 아에로플로트를 통해 장악력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하한 러시아 유코스와 가스프롬 등 국유화 조치로 인해 빚어진 에너지 사태는 유럽 전역을 긴장하게 하였다. 사실 푸틴이 우크라이나로 통하는 가스관을 봉쇄하고 천연가스 가격을 2배 이상 올리겠다고 한 것은 친미로 돌아서는 구소련 국가에 대한 일종의 응징이라 할 수 있다. 이 사태로 인해 더욱 긴장한 것이 바로 유럽이다. 2020년이면 유럽 에너지 소비 중 러시아 천연가스 비중이 62%에 이를 전망으로, 유럽은 서러시아의 천연가스에 철저히 의존하고 있으며, 유럽 전역은 마치 거미줄과 같이 천연가스 배관망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지역이다. 올 1월 29일 열렸던 스위스 다보스 세계 경제 포럼에서도 에너지 문제는 핵심 사안이었다.

급기야 3월에는 프랑스와 스페인, 폴란드가 자국의 에너지기업에 대한 외국 기업의 인수합병을 시도하여 국가가 개입하는 사태가 이어졌다. 물론 EU 집행위원회는 개방에 역행하는 이들 국가에 경고장을 보냈고, 신자유주의의 첨병 국가인 영국은 “속좁은 애국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조소를 보내었다. 그러나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영국조차도 러시아의 가즈프롬이 영국의 센트리카를 인수하고자 하자, 국가가 개입하는 새로운 법안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원래 EU는 2007년까지 가스와 전력 시장을 완전 자유화하고자 하였다. 이것이 소위 EU 디렉티브이다. 그런데 2월에 독일 최대 전력회사인 EON이 스페인 에너지 기업인 엔데사에 대한 공개매수를 시도하자, 스페인은 “자국 에너지산업 관련 기업에 대해 10% 이상의 주식을 매입하는 경우 모든 과정을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였고 이로 인해 사실상 EON의 엔데사 매입은 중지되었다. 연이어 3월, 이탈리아의 전력회사 에넬이 프랑스의 수에즈를 인수 합병하려 하였다. 이에 프랑스 총리가 직접 나서서 프랑스의 가스공사인 GDF 를 통해 수에즈를 합병하고 말았다.

이러한 정세에서 EU 집행위원회는 25개 회원국들 중 에너지 산업 개방이 지연되고 있는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그리스 등 17개 회원국에 28개의 위반사례에 대해 일제히 경고 서한을 보낸 바 있다. 그런데도 유럽연합 에너지 장관들은 3월 14일 전기와 가스 등 에너지 시장에서 보호무역 장벽을 없애기 위해 에너지 규제권한을 부여해달라는 EU 집행위원회의 제안을 거부하였다.

영국 에너지장관인 말콤 윅스는 브뤼셀에서 열린 3월 14일 에너지 장관 회의에서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개별 회원국이 스스로의 에너지 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프랑스 역시 유럽 차원의 에너지 규제기구 신설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발표하였다. 이에 EU 집행위원장은 개별 회원국의 독점을 허물고 경쟁 보장을 위해 범유럽 차원의 에너지 규제 기구를 설립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 에너지 안보 공동대응 전략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에너지 장관들은 새 EU의 에너지 정책이 회원국 주권을 존중해야 하며, 각국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공동성명서를 채택하여 EU 집행위원회의 제안을 거절하였다. (국민일보 3월 15일자 기사 참조)

더욱이 중남미의 에너지 동맹은 더욱 흥미롭다.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좌파 정권들은 자체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과 가격을 통제하는 페트로수르 계획을 입안하였다. 볼리비아는 미국과 서구 자본주의에 종속되어 헐값에 에너지를 넘기던 관행을 깨고 향후 5년 안에 에너지 독립을 이루겠다는 계획을 2월 4일 전격적으로 발표하였으며 남미의 1,2위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국인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 그리고 주요한 소비국인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등 4개국은 에너지 연대를 강화해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베네수엘라와 브라질 아르헨티나를 잇는 천연가스관을 건설할 예정이며,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는 미국의 정유시설까지도 폐쇄할 의사를 밝히면서 오히려 중남미 개발도상국들에게 원유를 시장가격 이하로 공급하는 에너지동맹 즉 페트로 카리브를 가동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듯 에너지를 둘러싼 국제적 정세는 역동적이며 위험하다. 그러나 한국사회만이 이러한 에너지 위기 정세와 전혀 무관하다. 발전 산업의 분할 매각에 반대하였던 노동자들을 꺾고 분할을 감행하였지만, 그 결과는 잦은 고장과 대규모 정전사태의 발생이었다. 가스 직도입은 현재 가스의 안정적인 공급 자체를 불길하게 만들고 있다. 사유화의 중단을 요구하는 정당한 요구를 묵살한 채 이제는 결국 한미 FTA를 통해 에너지 산업을 내어주겠다고 한다.
송유나(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 등록일 : 2006.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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