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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거리투쟁'에 나서자
[연속기획① - 한미FTA 저지 운동, 진단과 과제](1)
한미FTA 2차 본협상이 7월 10-1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다. 한미FTA 협상을 선언한 지 4개월째, 그동안 정부는 협상 추진에 속도를 붙여왔고, 민중운동은 범국본을 중심으로 협상 저지를 위한 다양한 실천을 벌여왔다. 한미FTA 2차본협상에서 통합협정문 작성이 마무리되고 9월로 예정된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전체 그림이 그려진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민중언론 참세상은 2차 본협상을 앞둔 시점, 지금까지의 한미FTA 저지 투쟁 과정을 진단하고, 한미FTA 저지 운동이 갖는 의미와 운동과제를 정리하기 위해 연속기획을 준비했다.
[연속기획① - 한미FTA 저지 운동, 진단과 과제]은 모두 일곱 차례에 나누어 게재하고, 7월 말 [연속기획②]에서는 '한미FTA와 개성공단'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 편집자 주


7월, 한미FTA 저지 싸움의 달

7월은 노무현정권과 민중이 거리에서 한 판 붙는 달이다. 7월 10일-14일로 예정된 2차 협상기간, 노무현정권은 협상 장소를 신라호텔로 잡았다. 범국본은 3일 회의를 갖고 신라호텔 협상 저지와 청와대 앞 투쟁을 통해 한미FTA 협상을 저지한다는 전술을 결정했다.

범국본 전술단위에 따르면 전술 결정에 크고 작은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가령 집회 장소를 협상장 봉쇄를 중심으로 할 건지, 시청이나 청와대를 중심으로 할 건지 따위가 그러하다. 한미FTA 저지에 대한 입장 차이와 저지 전술 방법을 둘러싼 논란으로 보인다. 대체로 시민운동 진영에서는 국민적인 저항을 근거로 평화적인 방법으로 대규모 세력을 결집하자는 의견인 반면, 민중운동 진영에서는 한미FTA 협상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범국본은 10-14일 사이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는 것으로 큰 가닥을 잡았다.

범국민운동본부 7월 10-14일 전술 일정

7월 10일(월)
오전 9시 30분 : 2차 본 협상 저지 대표자 시국선언, 장충체육관 앞
오전 11부터 14일 오후 3시까지 : 한미FTA 협상 중단을 위한 논스톱 릴레이 문화행동, 광화문 KT 앞(예정)
오후 : 한미FTA 저지 결의대회, 신라호텔(협상장) 근처
7월 11일(화)
오전 : 한미FTA 저지 국제연대 기자회견, 신라호텔(협상장) 근처
오전 11시부터 저녁 9시 30분까지 : 한미FTA 관련 국제회의 및 대응 간담회, 대방동 여성플라자
오후 7시부터(1박2일) : 한미FTA 저지 총궐기 투쟁 전야제, 동국대학교(예정)
7월 12일(수) : 한미FTA 저지 국민 총궐기의 날!
오전 : 한미FTA 저지 결의대회, 신라호텔(협상장) 근처
낮 2시 : 한미FTA 저지 2차 범국민대회 부문별 사전 결의대회, 시내 곳곳
낮 4시 : 한미FTA 저지 2차 범국민대회 및 청와대 집결 투쟁, 광화문
7월 13일(목)
오전 10시 : 한미FTA 장례식, 훈련원 공원(예정) 집회 후 신라호텔(협상장)까지 행진
저녁 7시 : 한미FTA 저지 촛불 집회, 광화문 청계광장
7월 14일(금) : 한미FTA 저지 운동단체 총궐기의 날!
오전 9시 30분 : 한미FTA 저지 결의대회, 신라호텔(협상장) 근처
낮 : 대국민 선전전, 시내 곳곳
낮 4시 30분 : 한미FTA 2차 본 협상 저지 투쟁 보고대회, 신라호텔(협상장) 근처

한미FTA 저지 운동이 범국민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만큼 10-14일 2차협상 시기 투쟁을 어떻게 준비하는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노무현정권은 저지 분위기 확산을 어떻게 관리하며 성공적인 2차 본협상을 치를 지에, 거꾸로 한미FTA 협상 저지에 나선 범국본 등 민중운동은 어떤 전술로 2차 본협상을 무산시킬 것인지에 고민을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2차협상에 관심이 집중되는 까닭은 이 싸움의 성패 여부가 2차협상 이후의 협상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범국본에 참여한 운동 주체들이 향후 한미FTA 저지 운동과 연대운동의 전망을 세우는 것과도 밀접한 인과관계를 갖는다. 따라서 2차협상 전후 시기는 한미FTA를 주도적으로 펼치는 노무현정권에 있어서나 이를 저지하기 위해 나선 민중운동에 있어서나 이후 정세의 주도권을 갖기 위해 힘겨루기를 하는 중대한 국면이 아닐 수 없다.

한미 협상단은 2차협상에서 통합협정문을 모두 작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차 협상에서 17개 분과 중 13개 분과에서 통합협정문이 작성되었지만, 농업, 위생검역(SPS), 무역구제, 섬유 분과 등 4개 분과는 입장 차이를 확인하는 수준에서 2차 과제로 남겨 놓았다. 농업분야와 섬유분야의 세이프가드 문제, 투자분야의 임시 세이프가드 문제, 개성공단 문제, 금융분야의 신금융상품과 국경간 거래문제 등이 핵심 쟁점으로 남아있다. 이는 물론 한국 협상단이 밝힌 내용이며, 사실 관계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한편 2차협상을 앞두고 정부 안팎에서는 '준비된 한미FTA' 주장이 나오는 등 다양한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노무현정권이 내년 3월까지 협상을 완료한다는 기존 계획에 특별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노무현정권은 1차협상 결과를 오픈하라는 범국본의 주문과 여론을 묵살하고 있으며, 한미FTA가 '살 길', '유리한 협상 가능' 논리를 강조하는 가운데 공격적인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보면 최초 예정된 일정 대로 정면돌파 한다는 뜻이 분명해 보인다.

7.3 개각도 무늬만 따진다면 한미FTA 추진에 속도를 더할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 이번 개각 역시 코드형 관료의 전진배치로 압축되는데, 새 경제팀의 경제운용도 별반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FTA 협상도 기존 계획대로 가져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더욱이 한미FTA 체결 이후 후속조치를 마련하기 위한 정부 부처 차원의 각종 용역 작업이 추진되고, 자본시장통합법 등 개방 환경을 만들기 위한 작업도 박차를 가하고 있어 여기저기서 한미FTA 체결을 기정사실화 하는 장면이 포착되고 있다.

노무현정권은 '동북아균형론-세계화-노사관계로드맵-평화번영정책'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쳐왔고, 결국 사회적 빈곤의 심화에 따른 양극화 족쇄에 스스로를 가두고 말았다. 정치적 지지기반이 조기 붕괴된 원인은 미완의 민주주의나 불완전한 개혁에 있는 게 아니었다. 인민들은 먹고사는 문제, 노동하는 문제, 생존하는 문제로 노무현정권을 심판했고, 파병, 비정규직 확산, 전략적 유연성 합의, 한미FTA 추진이라는 반동적 정책을 준엄하게 꾸짖은 것이다. 빚을 갚기 위해 고리의 빚을 다시 낸 것, 빚 내서 빚 갚는 어리석음에 대해 수많은 경고와 저항이 있었지만 노무현정권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리고 말았다. 한미FTA는 최악이다. 지배계급 내부에서 뒤늦게나마 신중론과 우선순위변경론 같은 주장을 펼치며 제동을 걸고 있긴 하지만 몰락한 신자유주의정치의 바탕 복구는 여의치 않아 보인다.

노무현정권은 1차 협상 이후 협상 결과를 호의적으로 선전하는데 물량을 쏟아 붓고 있다. 이러다보니 국책연구소의 통계 조작에 이은 국정브리핑의 여론 조작까지 탄로나고 말았다. 그렇지만 사태가 이러한데도 찬반 여론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다. 정부의 찬성 이데올로기 물량 공세와 주류미디어의 한미FTA지지 분위기 띄우기가 만만치 않아서이다. 한편으로는 한미FTA를 반대하는 진영에서 한미FTA 저지의 단일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등 대응 전술에 문제와 연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2차협상 전후한 여론전, 저지 전술 분명히

7월 10-14일 2차협상을 경과하면 '여론'의 성패 역시 가늠이 될 것이다. 한미FTA 저지를 위한 압도적인 반대 여론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미FTA가 갖는 '계급적 본질'이 무엇인지 정확히 하는 일이다. 신중론이나 우선순위변경론 따위는 한미FTA 반대 여론에 일시적으로 기여할 뿐, 상황에 따라서는 한미FTA 반대 여론을 악화시키는 작용을 할 수 있다. 신중론이나 우선순위변경론의 논리 맥락을 쫓아가면, 주장마다의 편차는 있지만 대체로 '국익' 이데올로기를 바탕에 두고, 자유무역협정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신중론이나 우선순위변경론 따위를 말하는 사람들은 오늘날 노무현정권이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을 펼치다 몰락한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 하거나 하지 않으려 한다. 가령 정태인 씨는 며칠전 MBC 100분 토론에 나와서 한미FTA가 한국에게 유리하다면 추진하겠느냐 라는 질문을 받자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한다. 무척 위험하고 고약한 한미FTA 반대가 아닐 수 없다. 한미FTA 반대 진영에는 신중론이나 우선순위변경론을 주장하는 사람이 꽤 많은데 쉽게 지나칠 일이 아니다. 2차협상을 앞두고, 한미FTA를 저지하기 위해 '통큰 단결'을 하자는 주장도 마땅히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한미FTA가 7월 2차협상 하고 끝날 사안이 아닌만큼 이후 압도적인 반대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한미FTA 뿐 아니라 경쟁과 효율을 절대 기준으로 국가간 자본간 이익을 따지는 FTA 자체를 부정하는 여론 형성에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하나 여론의 압도적인 반대를 이끌기 위해서는 한미FTA 협상을 저지하기 위한 강도 높은 대응을 펼치는 일이다. 한미FTA가 나쁘다, 국민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교양은 그 자체로 중요하고 지속적으로 가져가면 된다. 그런데 한미FTA를 저지하기 위한 실천에 있어, 특히 2차협상을 놓고서는 제대로, 정확히, 힘있는 실천을 보여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 나쁘긴 하지만 죽어라 싸워야 할 문제가 아닌 것으로 비쳐지면 곤란하다. 그러므로 한미FTA 2차협상을 전후한 시기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한미FTA 저지에 나선 주체들이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 이는 소수의 선도적인 투쟁이 아니라 한미FTA 협상장을 봉쇄하고, 협상을 무산시켜내는 실질적인 거리투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인간띠잇기나 폴리스라인 앞에서 시간만 채우는 동원투쟁으로는 오히려 한미FTA 저지 여론 확산을 거스를 수도 있다는 점을 살펴야 한다.

한편으로는 여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있다. 지난 시기, 압도적인 반대 여론을 보인 이라크 파병이 좋은 사례다. 70% 이상이, 때에 따라서는 90%가 반대하기도 했지만 칼자루 쥔 사람이 밀어붙이니까 일은 벌어지고 말았다. 반전과 파병반대 목소리가 전국민적으로 모아졌지만 파병을 저지하지는 못했다. 김선일 씨가 죽고, 2차, 3차 파병에 반대하고, 짜이툰 돌아오라고 난리를 쳐도 때는 늦었다. 파병을 집행한 후 노무현정권은 전쟁참여정부로 낙인찍혔고, 개혁정부로서의 정체성에 심각한 혼란을 가져왔지만 지금 시점까지도 '잘못된 것'을 바로 돌려놓지 못하고 있다.

한미FTA는 사안 자체만 놓고 보더라도 파병과는 비교가 안 된다. 한미FTA 2차협상을 앞두고 여론과 정치정세와의 관계를 정말 진실되게 고려할 요량이라면, 파병반대 투쟁이 남긴 교훈을 반드시 되새김질해야 한다. 2차협상을 둘러싼 전술 논의에서 협상장을 봉쇄하고 협상 자체를 무산시키는 것이 갖는 중요성, 그것은 2차협상 이후 반대 여론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미FTA 저지 운동 과제(1) - 노동운동 제2 구조조정 반대 투쟁 준비

한미FTA 2차협상을 저지하는 투쟁은 단지 여론의 지지를 얻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민중운동에 있어 한미FTA 저지 싸움이 갖는 계급투쟁의 의미는 각별하다. 한미FTA 저지 투쟁을 통해 앞으로 어떤 정치적 전망과 과제를 마련할 것인가의 문제와 많은 부분 직결된다.

한미FTA 저지 투쟁은 노동자운동의 맥락에서 볼 때 향후 제2의 전면적인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반대투쟁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시사한다.

노동조합운동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분쇄와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에 혼신의 힘을 쏟았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큰 맥락으로 보면 민주노동당을 성과로 들 수 있겠지만, 민주노동당이 곧 성과의 모두는 아니기 때문이다.

대기업 노동조합운동은 관료주의와 실리에 휩쓸려 비리를 재연하지만 스스로 혁신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민주노조운동 전체가 노무현정부와 자본의 치밀한 현장 관리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 채 정체되어 있다. 금속노동자는 최근 산별전환을 성공적으로 했다고는 하지만 노동조합운동의 정치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발언은 극히 찾아보기 힘들다. 산별이 무엇을 할 것인가, 즉 노동운동의 정치적 과제와 실천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말하자면 산별 전환은 현재 시점에서는 형식적 성과에 불과하다. 공공노동자가 정부를 상대로 사회공공성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역시 정치적 전망과 연관한 의미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한미FTA 협상이 가면 한국 노동자는 미국식 표준을 수용해야 한다. 한국의 노동자는 미국식 표준을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저항이 그랬듯이 한미FTA는 제2의 구조조정 반대와 민영화 반대 투쟁의 가능성이 내포된 계급투쟁 사안이다. 한미FTA가 워낙 사회 전 부문 전 분야를 다루는 것이지만, 노동자의 목숨을 전제로 한 협상이라는 점에서 계급투쟁의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예고한다. 더욱이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반대 투쟁이 생존권 사수의 성격이 컸다면, 한미FTA 협상에 따라 전개될 자본의 공세에 맞서는 노동자의 저항은 그 자체로 정치적 성격을 뚜렷이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NATTA와 FTAA 반대 투쟁에서 잘 확인된 바 있다.

한미FTA 저지 운동 과제(2) - 반세계화운동을 반자본 대중정치운동으로

한미FTA 협상 추진은 어느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즉 노무현 대통령이 용(用)써보겠다고 해서 시작된 게 아니다. 한미FTA에는 오늘날 자본운동의 구체적인 경향과 맥락이 반영되어 있다. 과잉생산 과잉축적의 모순에서 벗어나려는 국가와 자본간 경쟁은 지난 몇 년간 WTO 다자협상으로 이어졌지만 활로를 찾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다자협상의 실패 흐름은 제국주의 국가간 세계 시장질서 재편을 둘러싼 경쟁과 갈등을 더욱 부추겼고, 이는 지역 차원의 블록화 경향과 자유무역협정의 확산으로 이어졌다.

다자협상과 지역블록화와 자유무역협정은 공히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즉 경쟁과 효율에 기초한 이윤 추구를 미덕으로 삼는다. 이는 노동에 있어 유혈 전쟁을 부르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FTA는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자본운동의 마지막 단계로서의 속성을 갖는다. 한국에 있어 한미FTA가 한국 독점자본의 출구를 마련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인 것도 마찬가지 이유이다. 한미FTA를 놓고 한미가 우선이 아니라는 주장, 즉 우선순위변경론이 나오고 있지만, 아세안+3이든 중국이든 일본이든 노동의 유혈을 부르는 FTA의 기본 속성이 다르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 한미FTA 저지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오늘날 자본운동의 유혈 속성과의 싸움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운동의 정치적 측면, 즉 지금까지 김대중, 노무현정권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에 반대해온 반세계화운동의 새로운 도약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한국에서 반세계화운동은 지금까지 지정학적 측면과 언어장벽 등 제약에 따라 국제 동원운동과 상당히 격리된 채 이루어져왔다. 게다가 독자적인 동원력을 갖지 못한 채 노동조합운동과 사회운동에 편승하는 방식으로 재생산되어왔다. 또한 한국의 반세계화운동은 반전운동이나 반제(미)운동과도 밀접한 교감을 형성하지 못했다. 가령 반전운동에 헌신성을 보여온 '다함께'나 반미운동에 열성을 보인 민족운동세력의 실천과도 밀접한 교감을 이루지 못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대안세계화를 제기하는 일각의 주장도 논쟁의 측면에서는 유의미했다 하더라도 실천적으로는 변별점을 보이지 않았다. 한편에서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반대 투쟁이 광의의 반세계화운동이라는 해석도 있었지만, 조금만 엄밀하게 보면 지금까지 한국에서의 반세계화운동은 정치적인 전망을 분명히 하는 운동, 즉 반자본 대중정치의 전망을 갖는 운동으로 발전하지 못한 채 굴절되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시점에서 한미FTA 저지 싸움은 반세계화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예고한다. 경제자유구역 저지, 교육 의료 등 부문별 개방 반대, 민영화 반대 싸움, 또는 한일FTA 반대 싸움 등과는 결과 무게 모두 비교가 안 된다. 주지하듯 한미FTA는 한국 독점자본의 마지막 승부처다. 자유무역협정 대상을 바꾼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지구적 과잉생산, 과잉축적의 모순이 심화되는 과정에 깊숙이 몸담고 있는 한국 독점자본의 마지막 선택 역시 자유무역협정인데, 이를 집행하는 주체들이 단지 미국을 선택했을 뿐이다.

지금 한미FTA 저지 사안을 중심으로 한 반세계화운동은 미국의 기동화 전략에 따른 전략적유연성 합의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반제(미), 반전운동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는다. 또한 한미동맹이라는 정치적 선택으로부터 동북아균형론을 유지하려는 노무현정권과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정치투쟁의 성격을 강하게 띤다. 나아가 자본의 유연화 전략이 한미FTA의 골격을 이룬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저항은 곧 반자본의 성격을 갖는다.

제국주의 운동과 자본운동 모두를 굴복시킬 수 있는 투쟁이 한미FTA 저지 싸움이고, 이는 처음 하는 싸움이 아니라 이미 남미 등에서 확인된 싸움이다. 지난 10여 년간 전개되어온 남미의 FTA 반대 투쟁과 민중무역협정 소식은 한미FTA 저지 싸움에 나선 한국 인민들에게 여로 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미FTA 2차협상 저지 싸움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은 이후 반세계화운동의 정치적 전망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한미FTA 저지 운동 과제(3) - 호혜와 평등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 전망 마련

한미FTA 저지 싸움이 갖는 계급투쟁의 의미 세 번째 지점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 문제와 맞물려 있다.

한미FTA 협상에서 가장 파괴력을 갖는 것이 투자 조항이라면, 가장 정치적인 것이 개성공단 원산지 조항이다. 한국 독점자본이 한국에 더 이상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이상 중국이든 필리핀이든 북이든 가야 하고, 따라서 투자와 개성공단 문제를 직접 다루는 한미FTA 협상은 매력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자본은 투자와 관련한 미국식 스탠다드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한국 독점자본은 자동차, 반도체, 철강, 조선, 전자 등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수지타산하는 가운데 한미FTA 협상을 지지하는 일관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나아가 한국 독점자본은 노무현정권의 대북정책과 동북아균형자론에 기반한 동북아중심정책을 비난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무한다.

노무현정권은 대북정책에 있어 부시행정부와 여러 수준에서 정치적 이해가 엇갈림에도 불구하고 공세적인 대북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같은 경협이지만 철도가 이후를 보며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고, 금강산 관광이 남북 왕래와 교류의 성격이 강하다고 볼 때, 개성공단은 북 노동자를 직접 고용, 운용한다는 점에서 무게 비중이 다르다. 노무현 임기가 끝나는 2007년 말이 개성공단 1단계 개발전략이 마무리되는 시점인지라, 노무현정권 임기말에 다른 것은 몰라도 경협만큼은 반드시 속도를 뺀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 부시행정부가 대북 봉쇄정책 기조를 풀지 않고 위폐, 마약, 금융제재, 인권, 개성공단 노동자 임금 따위 문제를 건드리며 수시로 딴지를 걸어도 경협만큼은 양보 안하고 간다는 입장이다. 북이 미국에 불만을 표시한다고 미사일 소동을 펴고 미국이 난리법석을 떨어도 남북경협에 대해서만큼은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한미FTA 협상에서 개성공단 원산지 규정을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는 입장도 이에 연유한다.

한미FTA는 이미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북을 포함한다. 노무현정권은 북에 SOC 인프라를 깔고, 개성 개발전략을 3단계로 나누어 추진하고, 여기에 5대신경협까지 구체화하고 있다. 물론 남북교류와 남북경협은 모두 자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추진되고 있다. 북으로서는 미국의 봉쇄정책 탓에 2008년까지 3년버티기 모드에 돌입했고, 중국과 한국과의 경제협력 내지는 무역에 의존해야 할 형편이어서 개성공단을 중심으로 한 개방에 적극성을 띠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2002년 7월 조치 이후 지금까지 흐름이 북의 주장대로 사회주의 계획경제 정상화 조치로 가는지, 아니면 시장경제체제로의 급속한 재편으로 가는 지를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미FTA가 북을 향하고 한국 독점자본이 과잉생산 과잉축적의 숨통을 트는 공간으로 개성을 지목하고 있다고 했을 때, 이는 명맥히 노무현정권의 평화번영정책에 내재된 신자유주의 자본운동의 속성이 북으로 전이되는 것을 의미한다.

개성공단의 성공은 한편으로는 남북화해와 협력, 평화체제 수립으로 이어져 분단모순의 극복과 연결되지만, 미 제국주의 및 초국적자본의 동북아지역 질서 재편 구도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긴장의 고삐를 늦출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노무현정권의 평화번영정책의 골격을 이루는 '남북교류-평화체제-남북연합' 구상에 대한 발본적이고 정치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말하자면 한미FTA 저지 싸움을 통해 반자본운동에 탄력을 더하는 가운데 상호 호혜성과 평등 원리에 입각한 남북 평화와 통일 전망을 구체화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다.

1999년 씨애틀 투쟁에서 WTO 각료회의를 어떻게 저지했는지를 상기할 때다. 2차 협상 시기 신라호텔을 봉쇄하는 싸움이 갖는 실천의 의미를 공유하고, 이후 여론전을 의식한 힘있는 싸움을 펼쳐야 한다. 또한 이 싸움 과정에서 미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정권과 초국적자본에 맞서는, 따라서 반제, 반세계화, 반자본 대중정치 전망의 구체화 과제를 일정에 올려야 한다. 7월 투쟁에 나서는 이 땅의 좌익이라면.

[연속기획① : 한미FTA 저지 운동, 진단과 과제]

1회차 - 7월, '거리투쟁'에 나서자
2회차 - 씨애틀의 기억과 세계의 반FTA 운동
3회차 - 한미FTA 정세와 노무현정권
4회차 - 한미FTA 저지 투쟁 어디까지 왔나
5회차 - 한미FTA 저지인가 FTA 저지인가
6회차 - 한미FTA 저지 투쟁, 목표를 분명히
7회차 - 한미FTA 2차본협상, 신라호텔을 봉쇄하라
유영주 기자 | 등록일 : 2006.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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