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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86개, 정부는 10개...누가 맞을까?
같은 조사, 다른 결과...FTA 비합치 자치조례 숫자가 다른 이유를 묻는다
최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국정 현안들에 밀려 한미FTA가 정책아젠다 TOP 메뉴에서 조차 빠져 있는 상황. <국정브리핑>에서도 한미FTA 기사가 가뭄에 콩나듯 여유 만만의 모습이다. 어차피 협상은 흘러가는 대세이고, 다른 현안들이 있으니 스리슬쩍 빠져보자는 전술인가?

재밌다. <국정브리핑>에서 이번에는 숫자 놀이를 하는 거 같다. 'FTA와 상충되는 지자체 조례 10개 불과'..근데, 아무리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지방자치 조례가 한 두 조항도 아닌데 비합치 조례가 어떻게 10개라는 것일까?

지난 9일 민주노동당에서는 지방자치 조례와 한미FTA 협정에 있어서의 비합치 조례 건수를 조사, 발표했다. 이는 지난 8월 재정경제부와 행정자치부가 각 지방자치단체에 발송한 ‘한미FTA 협상 기본원칙 비합치 자치 법규 조사 지침’에 따른 자치단체 별 정부 보고 사항의 내용에 기반, 민주노동당에서 자체 조사한 결과였다. 조사 결과 '충분한 조사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파악된 비합치 조례 건수가 86건'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10일. 재정경제부와 행정자치부도 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정부 발표 결과는 10개. 하루사이에 같은 내용의 자치조례를 검토했는데 민주노동당은 86개, 정부는 10개란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숫자가 달라졌을까.

비합치 조례..FTA 원칙에 맞지 않는 조례를 말 한다

<국정브리핑>의 친절한 설명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비합치 조례’의 의미는 내국민 대우, 시장접근 제한금지, 현지주재 의무부과 금지, 이행요건 부과금지, 고위경영층 국적의무 부과금지 등 정부가 말하는 FTA 원칙에 맞지 않는 조례를 말한다. 결국 FTA 가 체결되면 그 원칙에 배치되기 때문에 수정, 폐기 돼야 하는 조항들이라는 것이다.

<국정브리핑>은 “조사된 비합치 조례에 따르면 부산과 대전, 경기, 강원, 충남 등에서 학교급식 지원 시 국내 농산물과 수산물, 축산물을 우선 사용토록 하는 조항, 외국인의 시장 접근에 대한 규제를 금지하는 조항이 FTA 원칙과 상충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서울특별시 도시철도공사와 전남 개발공사의 임원에 외국인을 제외하는 조례의 경우 고위 경영자나 이사회에 국적에 대한 제한을 금지하는 원칙에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 “제주도의 경우 지역개발사업자 선정 시 지역주민을 고용하고 지역 업체를 선정토록 한 조례가 FTA의 내국민대우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정부가 거명한 지역 수 만 해도 10곳 이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비합치 조례가 10개라고 말한다. 바로 정부의 이런 행태를 빗대 옛날 어르신들은 ‘눈가리고 아웅한다’라는 속담을 만들어 내신 것이리라.

민주노동당의 발표와 <국정브리핑>의 보도를 보기에 앞서 제주특별자치도 사례를 보자. 지난 2일 한미FTA저지제주도민운동본부와 안동우 민주노동당 시의원은 제주도청에 질의해서 답변으로 받은, ‘한미 FTA에 따른 지역 조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내용을 공개했다.

제주도청에서는 제주도민들의 의지로 만들어진 친환경급식조례의 핵심적 내용인 ‘우리농산물 사용’ 명문화 역시 수정 또는 삭제가 불가피한 대상으로 지목함과 더불어 지역 자치조례 중 14건이 FTA 6대 원칙에 부합하지 않거나 사실상 조례 내용을 변경해야 하는 비합치 조례로 꼽았다. ‘개’수로 따지면 제주도에서만도 14'개'이다.

경기는 28개, 광주와 제주는 각각 14개에 달하고, 서울도 4개가 있다고 보고 했다. 다른 예로 경기지역 고양시의 경우 친환경상품구매 촉진 조례 등 을 포함 20여 건, 이천시의 경우 학교급식비 지원에 관한 조례 등 7건, 구리시의 경우 시금고 운영에 관한 조례 3건 등이 한미 FTA와 불합치하는 조례로 지적된 바 있다.

또한 민주노동당은 비합치 조례 발표에 앞서, 조사 내용에 대한 각 지방자치 단체 별 이해수준과 해석이 달라 같은 내용인 ‘국내산 농산물’을 명기한 기초자치단체 조례들도 경기 지역은 비합치 사례로, 울산과 충남, 전남 등의 지역에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하는 등 자치 단체별로 자의적인 해석이 난무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심지어 전남의 경우는 정부 지침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몇 달 동안 손을 놓고 집행 자체를 미뤘던 사례도 들었다. 이는 말 그대로 민주노동당에서 발표한 86건이라는 조사 결과 또한 정밀한 조사 결과는 아니라는 전제이고, 한미FTA 체결 된다면 더 많은 비합치 조례들이 등장할 수 있음을 주지하는 경고이기도 하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FTA 6대 원칙(최혜국 대우, 내국민대우, 시장접근 제한 금지, 현지주재 의무 금지, 이행요건 부과금지, 고위경영자/이사회 국적의무 부과금지)을 고려했을 때 민주노동당이나 현 정부가 과도한 해석으로 비합치 조례 숫자를 부풀렸다고 보기는 힘들다.

양 측 모두 자치단체 별로 조사한 결과를 모아 분석한 것이고 그 결과의 발표가 달라진 것이기 때문이다. 여차 저차 해도 결국, 전국적으로 FTA원칙과 비합치 되는 조례 개수는 10개 이상은 된다는 점이다.

상위 분류 개념이 ‘~개'로 둔갑한 배경... 숫자 줄이기에 급급한 정부

이번 조사를 진행했던 민주노동당 지방자치위원회 오현아 국장은 “정부 조사 결과가 10개에 불과할 리가 없다”고 확언한다.

예를 들어 학교급식 지원시 국내 농산물을 명시한 부산, 제주, 충남 등 기초자치단체들이 상당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정프리핑>이 제시한 표를 보면 충남, 울산, 전남 등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점을 들었다. 오현아 국장은 “조사 자체도 허술했을 뿐만 아니라, 골라낸 건수만 그것도 10개로 공통적으로 ‘분류’한 것이지,‘건수’나 '개수'를 의미한 게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FTA 6대 원칙처럼, 공통적으로 분류될 대 분류가 10개 항목으로 뽑아 놓은 것이지, 세부적인 조사 결과의 '개수'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자, 이쯤에서 <국정브리핑>에 참고자료로 올린 표를 자세히 보자. 앞의 숫자는 분명 10개. 그러나 세부 내용과 해당 지자체 숫자만 봐도 30 곳이 넘는다. 정부가 ‘비합치 조례가 10개’라고 제목을 뽑은 것은 각 지자체 별로 비합치 조례 건수가 10개이라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뛰어넘어 대 분류상으로 개념일 뿐이다.

사실 실제 각 지자체에서의 비합치 조례 건수를 총합적으로 계산한다면 각 지자체 별 비합치 조례 개수가 총계로 정리 돼, 계산돼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대분류 개념을 '개수'로 통칭, '10개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분류상의 숫자 축소는 '나름대로 애쓴 노력’으로 애교로 봐 줄 수 있도 있겠다. 문제는 이 분류 조차도 제대로 구분돼 있지 않고, 그 해당 지차제에 대한 조사 내용 또한 신빙성이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농축산물 직판장 설치와 관련된 조례에 경남과 거제만이 적혀 있지만 경기도에도 있고, 이천에도 명시돼 있는 조례이다. 해당 지자체의 이름 조차 명기 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학교급식’ 지원과 관련한 자치 조례도 마찬가지다. 부산, 제주 등은 포함돼 있지만 ‘울산’의 경우는 지방자치 단체로 포함돼 있지 않다. 표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누락 됐거나, 아예 조사 자체가 제대로 안됐거나, 부랴 부랴 준비하느라 표에 들어가지 못한 지역이 수두룩 하다는 얘기다.

심지어 정부의 10개 분류에도 포함되지 않는 비합치 조례들은 어떻게 봐야 하는걸까. 정부의 시험대인 제주특별자치도의 ‘인재육성기금’ 조례의 경우 정부의 10'개' 분류 상에 포함될 조항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에서는 ‘인재육성 기금’의 경우 지원대상을 제주도내 주소지를 둔 자로 한정하는 조항으로, 정부가 주창하는 FTA 6대 원칙인 ‘내국민 대우’에 위배 될 조항임이 분명하다.

고로 정부는 비합치 조례 숫자를 줄이기 위해 애써 대 분류상으로 섞어 놓으며 해당 지자체의 비합치 조례들을 벤다이어 그램 처럼 묶어 놓았고, 그나마도 10개 분류 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셈하기를 포기하거나 명기하지 않음으로 ‘10개에 불과’하다며 애써 축소시켜 놓은 셈이다.

정부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국민들을 대상으로 이런 식의 축소 발표, 숫자 놀이를 하고 있을 때인가. 벌써 한미FTA 5차 협상을 앞두고 있고 전방위적인 협상 공격이 가속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전수 조사를 통해 비합치 조례가 될 가능성의 자치 조례들을 찾아내고 준비, 대응해야 함에도 그 성의 없는 행태는 변함이 없다.

물론 한미FTA 협상 자체를 중단한다면 이런 수고를 덜기는 하겠지만, 현재 상황에서 대세론을 주장하고 있는 정부라면 최소한 국민을 속이는데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내실 있게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정부 때문에 국민이 더욱 불안 해 질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오현아 국장의 말을 빌어 마무리 할까 한다.

10개에 불과할 리가 없다. 학교급식 조례의 경우도 울산은 빠져 있고 지방 공기업 임원 전정과 관련해서도 서울 전남만 명기 돼 있지만 사실은 더 있다. 결국 정부가 10개라고 해 놓은 내용과 결과를 보면 누락된 지자체들을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고, 이는 조사를 제대로 안한 것에 대한 반증이라 할 수 있다.

정부가 이들 비합치 조치에 대해 한미 FTA 협상에서 유보안에 반영해 현행 제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라 하지만, 지금도 배치되는 것이 조항이 뭔지 100% 확실하게 조사 조차 않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위법’을 지키겠다고 한들, 지켜질지 만무 하고, 실제로 한미FTA 협상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도대체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는가.

정부가 ‘유보안’으로 지키겠다 하지만 이미 FTA 체결과 동시 원칙에 위배되는 조례들이 수두룩하고, 정부의 공염불 같은 말로 지방 자치 조례를 안심하고 맡겨 둘 순 없다.

아, 마지막이 하나 더 있다. 그래도 정부가 내는 공식 홍보지가 매번 이렇게 기사에 오타내서 쓰겠나. 요즘은 딱히 바빠 보이지도 않은데...대내외적 신뢰도를 생각해 마지막 최종 검토 때 오타 점검은 꼭 확인하길 바란다. 표 바로 밑에 "서울특별시 도시철도공사와 전남 개발공사의 임원에 외국인을 제외한느 조례의 경우..." 수정 바람.
걱정 7호 | 등록일 : 2006.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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