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15일 총파업 연기 “현장의 피로도 축적”

한나라당의 의사일정 거부로 15일 열릴 예정이었던 국회 본회의가 열리지 못함에 따라 민주노총도 15일로 예정되어 있던 총파업 일정을 연기했다.

민주노총은 14일 산별대표자회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을 총파업 지침 8호를 통해 제출했다. 민주노총은 “한나라당의 사학법 재개악 파동으로 인해 국회 상황이 매우 유동적”이라며 15일 총파업 돌입 지침을 연기했다. 민주노총은 다음주 19일부터 22일까지 국회 앞에서 연맹 별 전 간부 상경투쟁을 진행하며 노사관계로드맵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 시 “전 조직이 참가하는 총파업 투쟁 및 전국 동시다발 집회투쟁을 전개한다”라고 밝혔다.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국회 앞에서 단식투쟁을 이어갈 예정이다.

총파업 연기 이유에 대해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총파업을 상정한 것은 노사관계로드맵이 국회 본회의에 직권 상정되는 것을 막는 것이 목적 이었다”라며 “계속되어 왔던 총파업으로 현장의 피로도가 축적되어 있는 상황에서 본회의 상정일 외에 총파업을 진행하는 것은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한 달 동안 8차례의 총파업을 진행한 바 있다.


국회 일정 쫒는 투쟁 언제까지

하지만 비정규 개악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노사관계로드맵의 국회 상임위 통과 등 중요한 노동 사안들을 정부와 국회가 공세적으로 처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지금의 상황을 역전할 공세적 투쟁을 만들지 못한 채 또 다시 의사일정을 따라가는 투쟁을 반복하고 있다는 내부적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 달 새 8번의 총파업으로 현장에 축적되어 있는 피로도를 인정하면서도 새로운 국면이 필요함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현실적으로 의사일정하고 상관없이 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우문숙 대변인은 “좀 더 공세적인 투쟁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총파업이라는 것이 주체적 역량과 힘을 고려해 진행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뭔가 새로운 국면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며 “현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서 필요한 새로운 투쟁은 내년에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서고 나서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싸움에 졌지만 불씨를 남기는 투쟁을”

지난 12일부터 3박 4일 동안 국회 앞에서 집단 단식농성을 진행했던 공공연맹은 이번 주에 진행한 투쟁에 대해 좀 더 공세적인 투쟁을 만들어 내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적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우 공공연맹 사무처장은 “냉정하게 얘기하면 힘의 균형이 깨져 우리가 열세에 있는 상황이며, 싸움에서 진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반격의 기회를 계속 놓치면서, 투쟁이 고조되는 것이 아니라 지리멸렬하게 끌려가는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라고 현 상황을 평가하고, “지금의 투쟁은 다시 싸울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는 투쟁”이라며 “노사관계로드맵이 최악의 내용을 담고 있는 상황에서 마지막 근거를 확보하기 위한 물러설 수 없는 투쟁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결국 국회 일정에 쫓아가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지만 새로운 투쟁을 위해 불씨를 남기는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있는 동력 없는 동력 다 끌어내 가자“

이에 대해 정용건 사무금융연맹 위원장은 국회 따라가기 투쟁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현재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공세적인 투쟁이 필요하다라는 의견에 대해 정용건 위원장은 “공세적 투쟁은 파업 하나 만으로 이뤄질 수 없는 것인데, 총연맹이 추진한 노사정대표자회의 전술도 실패하고 국회전술도 실패한 상황에서 다시금 조합원을 묶어내는데 명확한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라며 “현실적으로는 있는 동력 없는 동력 다 끌어내서 투쟁을 끌고 가야하며 이를 내년 투쟁의 동력으로 확장시켜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법 개악에 맞선 민주노총의 싸움은 12월 국회 본회의 성사가 불투명해짐에 따라 새 지도부 선출 이후에나 새롭게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