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서명 앞둔, 김현종 본부장이 꼭 읽기를

[책] 공무원을 위한 한미FTA 협정문 해설(녹색평론사)

정부가 워싱턴 시각으로 30일 오전 10시, 한국 시각으로 30일 밤 11시, 한미FTA 협정문 서명식을 갖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정부를 대표해 서명식에 참석할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에게 꼭 권하고 싶은 '한미FTA 해설서'가 나왔다.

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수륜법률사무소 변호사가 한미FTA 협정문을 법률적으로 해석했다. '법률'이라 하니, 왠지 너무 딱딱하고 어려울 것 같지만, 책 내용은 오히려 '아~ 그런 내용이구나'의 반응이 나올만큼 쉽다. 술술 읽다 보면, 볼펜을 쥐고 밑줄을 긋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만큼 주옥같은 내용들도 가득하다.

한미FTA는 마치 퍼즐게임 같다. 어려운 협정문 안에, 영문과 한글본 차이에 숨겨진 맥락들을 모두 짚어야 한다. 전문가가 아닌 다음에는 글이 아니라, '그림'과 다름 없다. 그렇지만 저자의 안내에 따라 협정문의 조항들과, 판례 사례들 그리고 한국 헌법의 내용들을 조각조각 맞추다보면 한미FTA의 진짜 얼굴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미FTA 핸드북: 공무원을 위한 한미FTA 협정문 해설(녹색평론사)] 저자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해설서를 썼다고 밝혔다. 민원을 담당할, 투자자의 상담을 받게 될, 정부 정책을 입안하게 될 공무원들을 주안점으로 두고 협정문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한미FTA는 IMF 이후 10년간의 변화를 법제화 하는 것으로, 거역할 수 없는 제도로 만드는 것"이라는 한미FTA 협상의 성격 규정에서부터 해설을 시작하지만, [한미FTA 핸드북]은 협정문 해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미FTA 핸드북]의 1부~3부가 협정문에 근거한 해설이라면, 4부는 한미FTA 협정문 내용을 전제로 정부가 내놓은 <비전 2030> 정책을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소수의 이익을 보장받는 '그들의 이익 균형' 보다 이익의 선을 나누며 공동체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방식에 대한 저자, 자신의 미래 지향과 고민들도 풀어 놓았다.

책에 등장하는 '공무원'은 한미FTA 협정으로 인해 파괴될 우리 삶의 '공공 영역' 임과 동시에, '정부 정책', '담당 주체의 활동'이 얼마나 위축될 수 있는가를 반사적으로 보여주는, 호명의 대상인 '공무원' 일 뿐이다.

  [한미FTA 핸드북: 공무원을 위한 한미FTA 협정문 해설(녹색평론사)]
투자자 제일주의.. 공공정책 보다 앞선 '최우선 보호'의 날개를

책의 해설은 '투자자의 재산권'을 최상으로 보장하는 협정문 내용을 확인한다. 이런 한미FTA 협정문과 국내 헌법과 배치되는 내용들 뿐만 아니라, 국내 사법 체계를 뒤흔들 지뢰들을 찾아낸다. 이에 외국의 구체적인 판례 사례들을 들어, 설득력을 더한다.

방대한 분량의 국제 계약서인 한미FTA가, 미국에서는 '행정협정'에 불과하지만, 한국에서는 '헌법' 개정을 야기할 국내법적 효과를 갖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논란과 비극은 시작된다.

'직접 수용'과 '간접 수용'의 개념 도입과, '간접수용'의 개념조차 없는 한국의 법률체계, '재산권'에 대한 다른 인식, 투자자에 대한 광범위한 해석과 배려, 투자자 우선의 '국제중재 회부권' 등 협정문 해설을 근간으로, 한국 법률과의 차이 등이 조목 조목 지적돼 있다.

한 예로 노동사회단체들이 한미FTA 협상 과정에서 반드시 빼야 할 독소조항으로 꼽았던 대표 내용들 중 투자자국가소송제(ISD), 간접수용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

한미FTA 협정문은 11.17조는 '국가는 투자자의 국제중재 회부에 동의하며, 이 동의는 국제투자분쟁 처리센터의 관할권 등에 대한 서면 동의와 같은 효력을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

...중재회부를 위해 '합의서'가 필수 조건으로 이 조항은 한국이 '국제중재기관'의 중재관할권에 포괄적으로 동의한다는 서면 동의조항이다. 이 효과로 투자자는 국가의 서면 동의를 따로 받을 필요 없이 국가 센터의 국제중재에 회부 할 수 있다...

...또한 협정문 11.16조 1항 '투자자는 자신이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피청구국의 회사를 대신하여 국제중재에 회부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미FTA가 확실히 회부 대상에서 제외한 국가 업무는 필수적 안보, 위생검역 조치 뿐이다. 그러나 미-호주FTA 등 여러 FTA는 투자자 조항의 첫 조항의 범위 조항에서 공공서비스를 예외로 두고 있다. 한미FTA는 없는 내용이다.


저자는 "공무원 여러분의 책상 위에는 늘 법령집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한국의 헌법과 법령에 근거해 업무를 처리합니다. 헌법이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조항은 헌법과 법령집은 여러분의 규제 업무에 더 이상의 정당성을 완결적으로 부여하지 못합니다"라고 제언한다. 국내 법령집이 아닌 한미FTA 협정문이 절대 기준이 될 것이라는 예고이다.

나아가, 한미FTA 협정문은 투자자에게 무한의 '국제중재 회부권'이 부여했고, 겹겹의 장치를 통해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권리 실현을 위한 장치들이 마련돼 있지만, 협정문 11.22조 1항을 통해 오히려 국내법을 배제하고 있음을 덧붙인다.

또한 '내국민 대우' 조항의 예 처럼, 언뜻 들어 쉽게 오해하기 쉬운 조항들에 대해서도 설명도 더한다. '내국민 대우'는 투자자를 자국민보다 불리하지 않게 대우하는 것을 의미한다. 투자와 서비스 관련 조항에 어김없이 등장하고, 부속서에도 가장 많이 등장한다. 단순히 '차별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의 헌법일랑 잊으시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투자자의 투자 진입 민원을 한국 법령에 따라 해결하려 마십시오. 투자 진입 민원이 접수되면 한미FTA 부속서에 따라 처리하십시오. 목록에 올라 있는 사업분야가 아닌 한 그들의 투자 진입을 막아서는 안 됩니다.

...만일 외국계 대형 할인 매장이 지방 중소도시에 진출하려할 때, 그 지역 중소상인들을 돕겠다며 무언가를 해 보려고 나서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입니다. 그러다 괜히 국제중재에 회부당해 애꿎은 세금만 더 쓰게 될지 모릅니다.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품은 한국은 이미 덫에 걸렸다. 한미FTA 협정문에는 한미FTA 발효 2년 안에 한국 기업을 통하는 방법으로, 한국 통신과 SK 텔레콤을 제외한 모든 기간 통신사업에 진입하여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게 돼 있다.

물론 '공공질서 유지'라는 다섯 가지의 단서 조건이 있지만, '자의적이거나 정당화 될 수 없는 그런 방식일 것', '투자가 사회의 근본적 이익에 대하여 진정하고 충분히 심각한 위협을 가져오는 경우일 것' 등으로 불분명하고 추상적 단어만이 나열되 있을 뿐이다.

이에 대한 입증책임은 '한국'에 있다. 사실상 공공영역이 광범위한 '투자' 개념 아래서 무방비로 노출되게 된 셈이다. 저자는 비정한 말을 남긴다. "투자자'로 자청하는 모든 사람들이 민원을 요청할 경우 그들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라. 그들이 국내 사법 체계가 아닌 국제중재심판소로 넘겨 갈 경우 헌법, 대통령, 직급 상사 공무원 누구도 적법하게 그것을 해석해 주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헌법은 개정될 수밖에 없다

전 법무부 장관이었던 천정배 의원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모든 참가자들이 한미FTA로 인해 헌법 119조가 무력화 되고, 헌법 전반의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미FTA 협정이 국내 사법 체계의 붕괴를 예고하며, 대법원의 판결 이후에도 불복하고 '국제중재 재판소'로 날아갈 '투자자'에 대한, 이후 한국 사회가 받을 충격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남겼다.

[한미FTA 핸드북]은 좀더 분명하게 한국의 현실에 대한 그림을 완성한다. 법체계가 다른 한국과 미국. 한미FTA 협정문은 투자자의 권리를 최우선으로 보장하며, '재산권'에 대한 해석도 다른 미국의 법체계가 전적으로 반영돼있다. 심지어 '국내법'을 선 배치 해 놓는 꼼수 조차 찾아볼 수가 없다.

결국 30일 한미FTA 협정문이 서명되고, 국회에서 비준된다면, 국내 헌법 조항이 개정되거나, 헌법 재판소의 판례가 변경되지 않는 한 국내법과 충돌하는, 허용될 수 없는 한미FTA의 괴물이 탄생하게 되는 셈이다.

심지어 한미통상장관을 의장으로, 공무원들로 구성된 공동위원회가 한미FTA의 해석권을 가지게 된다. 한국 헌법질서에는 어떠한 '법률'에 대해서도 그 해석권을 정부 공무원이 가질 수 없다. 법원의 헌법적 권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미FTA 협정문은 이 모든 구분을 쉽게 뛰어넘어 버린다.

한미FTA 협정문 서명 하나로 한국의 모든 체계가 바뀌게 된다. 법률적 개념 뿐만 아니라 국가 정책, 입법 내용, 사법체계, 정부의 역할 등 모든 것들 바뀌고, 정부 말 대로 외부의 충격(한미FTA)으로 체질이 바뀌게 되는 셈이다.

중요한 점은 이 충격이 한국 사회의 미래에 긍정적일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러나 한미FTA가 사람들과 나누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일조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이미 IMF 이후 비정규직 확산, 양극화 심화, 자살율 1위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 한미FTA 이후, 더욱 심각해 질 '암흑 같은' 세상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한미FTA새로운 질서를 수용할지 혹은 거부할지 이제 선택해야 한다. 찬성하려면 '지금' 찬성해야 하고, 반대하려면 '지금' 반대해야 한다. 한미FTA는 한번 들어가면 다시 빠져나오기 어려운, 마치 늪과도 같은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시행착오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다수의 불안과 좌절에 둘러싸인 소수의 행복은 그 토대가 지극히 허약합니다. 그래서 더욱 강력한 장치를 부를 것이다. 만일 한미FTA가 발표된다면 '행복한 소수'들은 그 다음 단계로 헌법의 개정을 요구할 것이다. 헌법의 경제민주화 조항과 재산권의 사회적 의무성 조항의 폐지를 요구할 것이다. 그리고 보다 강력한 법질서를 요구할 것이다. 담을 더 높게 쌓으려 할 것이다'라며 한미FTA 발효 이후, 암울한 한국 사회가 아니기 위해 한미FTA 협상이 체결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가 내놓은 개방 중심, 농업을 억압하는 방식의 <비전 2030> 정책의 한계 또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는 셈이다.

최소한 30일 서명을 앞두고 있는 지금. 서명을 대신하게 될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그 주변에서 미소를 날리고 있을 김종훈 수석대표, 민주 변호사 출신으로 기대 만큼 더 큰 실망을 안겨 준 노무현 대통령에게 [한미FTA 핸드북]을 권하고 싶다.

혹시 어느 독자라도 [한미FTA 핸드북]을 읽고, 한미FTA를 찬성했던 자신의 과거가 부끄러워 진다 해도 '무지했던 나를 용서해 달라'며 좌절하지 말기를. 협정문 서명까지는 짧지만 물리적인 시간이 남아있고, 설령 서명이 강행된다 해도 한미FTA는 끝난 싸움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미FTA 핸드북]을 읽으며 한미FTA에 반대하게 됐다면, 더욱 확고하게 다음 단계의 싸움을 준비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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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 한미FTA , 공무원 한미FTA 핸드북 , 송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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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동

    지난 25일 의원님에 FTA설명회에 참석하였던 전남 함평군 해보면청년회장 윤 석동입니다 농민의 한사람으로서 대단히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의원님같이 국회에서도 마음을 가진다면 우리농민들의 생활은 이렇게 어렵지 않을 겁니다 의원님께 고맙다는 말을 다시한번 하면서 우리농민들의 고충을 알아주는 의원님이 계신다니 농민의 한사람으로서 힘이생김니다. 의원님이 하시는일 잘되시길 바라고, 부족한 제가도울일이 있으면 돕겠읍니다 감사합니다, 힘내십시요

  • 강물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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