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대통령직속기구화 "공안정국 창출 신호탄"

"마사지걸 발언 등 불온한 인권의식, 견제 받지 않겠다는 것이냐"

  국가인권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편재하겠다는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반대하는 인권시민사회단체의 기자회견이 인수위 앞에서 열렸다./ 이정원 기자

국가인권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변경하겠다는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이 발표되자 인권사회단체에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37개 인권사회단체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는 23일 삼청동 인수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후퇴시키는 인수위의 국가인권위 대통령 직속안을 거부한다"고 "꼭 독립된 국가인권위원회여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인권위의 대통령 직속기구화는 인권위의 기능을 약화, 축소시키려는 의도가 내재돼 있다"며 "이는 앞으로 진행될 우리 사회의 인권후퇴를 알리는 첫 신호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또 "마사지걸, 장애인 낙태 발언 등에서 당선자의 일그러지고 불온한 인권의식의 단면을 보여주었다"며 "이런 소신을 거침없이 실현하기 위해서는 순종적인 인권위가 필요한 것이며, 이를 시발로 아무런 비판과 견제 없이 국정을 운영하기 위한 공안정국의 창출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수위의 인권위 대통령직속기구화에 관한 1분 발언에서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인권을 지배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한상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국가인권위원회를 북한인권전담기구로 만들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며 "인권에 대한 철학은 없고 오로지 경제 살리기에만 혈안이 되어있다"는 쓴소리를 냈다.

한편 임재홍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삼권분리 원칙에 위배된다는 인수위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법학학자들은 이를 반박하는 의견서를 인수위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는 이와 별도로 이날 오전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47명의 법학교수들이 서명한 '인권위 대통령 직속 기구화 추진 반대 의견서'를 발표했다.

  기자회견에 참석자들이 착잡한 표정으로 기자회견문을 듣고있다./ 이정원 기자

  이정원 기자

민주주의법학연구회는 의견서에서 "인수위가 인권위의 독립위원회 지위에 대해 헌법의 권력분립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인권위의 지위와 권한에 대한 협소한 헌법 해석"이라며 "인권위는 조사와 권고조치에 한정돼 직접적 구속력, 강제력을 갖고 있지 못하므로 권력분립원리에 근거한 해석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한나라당 원내대표의원의 대표발의로 21일 국회에 제출되자 우려의 목소리들이 떠져나오고 있다.

민주노총은 같은 날(23일) 기자회견을 갖고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은 신자유주의 시장논리에 따라 개편된 것"이라며 "기업활동에 이익만 준다면 모든 규제를 풀어 인권, 환경, 문화, 공공성은 무시하거나 약화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 철회를 촉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방송통신위원회설립법은 정부조직법과 별개로 심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2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방송통신위원회 설립법과 정부조직법은 별개"라며 "매우 전문적인 분야임을 감안해 방송통신위원회 설립법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산업자원위원회 등 전문상임위원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가 심의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대입3단계 자율화 방안의 첫 단계로 수능등급제 개선방안이 어제(22일) 발표되자 관련 교육단체의 반발도 떠져나왔다. 학벌없는사회 등 교육단체는 인수위의 대입자율화안은 "교육재앙정책이며 특혜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 밖에 농촌진흥청과 민주화운동명예회복위원회 폐지 역시 시민사회의 저항이 예상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