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비롯한 대기업 총수들을 대거 특별사면하기로한 데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대기업 총수들과 정치인들이 대거 포함된 정부의 이번 사면조치에는 집시법 및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구속된 이른바 '양심수'들은 단 한명도 포함되지 않아 인권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 39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는 12일 권력형 비리의 당사자들인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특별사면에 반대하며, 양심적 병역거부 및 국가보안법 위반 등 양심수들에 대한 사면을 촉구했다.
"한나라당, 노무현 정권 때는 사면권 남용 비판하더니"
연석회의는 이날 오전 청와대 인근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에 대통령의 사면권을 규정한 참 뜻은 시대상황에 동떨어지거나,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침해하는 실정법 체계에서 부득이하게 처벌받은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하라는데 있다"며 "기본권을 유린하는 국가보안법, 집시법 등 반인권 악법과 수사권 남용, 편향된 판결에 의해 억울하게 구속된 500여 명의 양심수들이 옥고를 치루고 있고, 이들을 사면하는 것이야말로 사면권의 본뜻을 살리는 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횡령과 조세 포탈 혐의 등 비리혐의로 형을 받은 정.재계 인사들이 이날 발표된 사면 대상에 대거 포함된 것에 대해 "부패한 정치인과 경제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특별사면은 역대 정권 때마다 문제가 되어왔다"며 "노무현 정권 당시 사면권 남용을 누구보다 강력히 비판했던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몇 개월 만에, 국민과의 약속을 손바닥처럼 뒤집어 버렸다"고 정부여당을 비판했다.
연석회의는 특히 사면대상에 포함된 재벌 총수들에 대해 "하나같이 탈세를 밥 먹듯이 저질렀고 수천 억 원의 회사공금을 횡령했으며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정치권에 거액의 뇌물을 바쳤던 자들"이라고 비판한 뒤 "심지어 조직폭력배를 동원해서 청부폭력을 휘두른 한화그룹 김승연도 포함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법을 엄정하게 적용한다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아 마땅한 파렴치범들"이라며 "하지만 수차례의 범죄 경력에도 불구하고, 평균 감옥살이 기간은 3개월도 안되며 집행유예 판결문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사면대상에 올랐다"고 이날 발표된 사면조치를 맹비난했다.
"대기업 총수 사면, 국민화합은 커녕 위화감만 증폭시킬 뿐"
연석회의는 또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가 예의 '국민화합'과 '경제 살리기'를 이번 사면조치의 이유로 밝힌 데 대해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사면은 법의 형평성에도 어긋나기 때문에 선량한 국민들의 준법의욕을 떨어뜨리며, '국민화합'에 기여하기는커녕 위화감만 증폭시킬 뿐"이라며 "'경제살리기'가 목적이라면 정경유착과 밀실경영으로 법질서를 훼손한 이들을 엄벌하고, 기업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연석회의는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사면'과는 상반되게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 등에 대해서는 초강경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군사독재 시절을 방불케 하는 이명박 정부의 공안탄압은 촛불시위 탄압을 넘어 자유민주주의의 근간마저 허물어뜨리고 있다"며 "소수 특권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절망에 빠진 다수 국민들의 인권을 짓밟는 '법과 질서'는 결코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이들은 "지지율 10%대를 맴돌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화합'을 원한다면 지지하지 않는 90%의 국민을 포용해야 한다"며 "부당한 '법과 원칙'을 강제하며 국민들의 인권을 탄압할게 아니라 법위에 군림해온 재벌총수 등 권력형 범죄자들부터 엄벌하고 억울하게 구속된 양심수들을 모두 석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