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련 구속자 석방과 정치사상의 자유 억압하는 국가보안법 철폐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오늘(2일) 오전 11시 서초동 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는다. 검경의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 영장 재청구 방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다.
공대위는 영장심사 판결에서 제출했던 이상의 자료가 더 이상 나올 수 없는 상태에서 영장 재청구를 한다는 것은 정치공세, 언론공세를 통해 공안정국을 조성하겠다는 의도임을 알릴 예정이다.
4일 오후에는 ‘국가보안법 철폐, 촛불운동 탄압 저지, 사회주의 정치활동 쟁취를 위한 대토론회’를 갖는다. 토론회에서는 △사노련 사건과 관련한 국면 해석 △국가보안법 철폐투쟁과 대중운동, 촛불운동과의 결합 방안 △사노련 국가보안법 적용의 부당성에 대한 여러 주장 검토 등을 다룬다.
사노련 회원 7인 체포 다음날 사회노동인권단체 등으로 구성된 공대위는 1일 오후 4차 집행위 회의를 갖고 이같은 대응 계획을 마련했다.
영장실질심사에서 영장이 기각돼 석방된 7인 중 한 명인 양효식 사노련 편집위원장을 공대위 집행위 회의가 있기 바로 전에 사노련 사무실에서 만났다.
▲ 양효식 사노련 편집위원장 |
양효식 편집위원장은 이날 알려진 검경의 영장 재청구 방침에 대해 새로운 근거를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자신했다.
“영장 재청구 방침이 확실시되는데, 그런데 법원에서 지적한 재영장 청구의 새로운 근거를 확보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이미 경찰이 확보한 수준보다 높은, 법원에서 요구한 실질적으로 위협이 되는 근거 내용들이라면 가령 어디를 습격을 한다던가 무장봉기 기획을 했다던가 그런 계획이나 모의가 발견돼야 할 텐데 조작하지 않는 한 없을 테니까. 예상컨대 재청구 하더라도 다시 기각당할 것 같지만 어떤 저의를 갖고 있는 지는 모를 일이다.”
양효식 편집위원장은 지난 수사 과정에서도 특이할 만한 점이나 특별히 부각된 지점이 없었다고 밝혔다.
“특이할 만한 사실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상투적인 수사였다는 것이다. 강령 내용 심문과 확인 정도의 수준이었다. 치밀한 수사가 이뤄진 것 같지는 않다.”
사노련 회원 체포 이후 시민사회와 언론에서는 국가보안법 상 조직사건의 부활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사노련을 옹호하는 논리 중에는 북에 대한 사노련의 태도와 공개적 사회주의 활동을 해왔다는 점이 강조되기도 했다. 양효식 편집위원장은 두 논리 모두 약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노련은 동유럽, 중국 등과 함께 북에 대해서도 노동자 억압체제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 사노련은 출범 당시 발표한 ‘우리의 입장’에서 “말로는 공산당이라 하면서도 실제로는 ‘부르주아적 국유화’를 사회주의로 위장하면서 노동자계급을 억누르고 착취하는 지배자들의 정당인 동유럽.북한.중국의 공산당들”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양효식 편집위원장은 북에 대한 입장 때문에 국가보안법 적용 여부가 가려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회찬 의원 등 진보진영의 일부 인사들이 사노련은 반북 입장이기 때문에 국보법 적용이 어이가 없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아는데, 이는 자칫 북 체제나 정권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으로 판단하는 운동진영은 탄압해도 된다는 논리가 될 수 있어 문제가 있다. 한국사회에서 반북이란 보수 우파들의 태도인데, 그런 보수우파가 이야기하는 반북의 범주에서 사노련이 북 사회주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을 강조하는 것은 유치한 규정이다. 사노련은 알다시피 북 체제에 대해 사회주의 체제가 아니라 명백히 노동차 착취체제로 규정하고 있다. 노동자의 이익을 위해서 북 정권도 타도되어야 할 대상이라고 보지만 사노련이 직접 북에 가서 조직활동을 한다거나 선동을 한다거나 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사노련은 남한 사회 내에서 활동하는 정치조직이기 때문에 반북을 이야기하는 것은 사노련의 정체성에 대한 올바른 규정이 아니다. 사노련은 반자본 반자본가계급 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정확하다.”
양효식 편집위원장은 사노련 조직사건이 최초의 공개적 사회주의 운동에 대한 국보법 적용이긴 하지만 '공개' 여부가 중요 쟁점은 아니라며 말을 이었다.
“공개 여부가 주요 쟁점은 아니다. 비공개 사회주의 정치활동을 할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국보법을 응당 적용할 건지 반문하고 싶다. 사노련 입장에서는 국보법에 저촉 안될 것으로 보고 사회주의 활동을 한 것은 아니다. 국보법의 제약을 받거나 무서워서 정치활동을 축소하거나 제한하지 않겠다는 애초 의지를 갖고 출범했기 때문에 국보법 탄압을 각오하고 있기도 했다.”
사노련이 현실에서 '위협' 안 되는 점 부끄럽지만 인정..
사노련이 실질적인 위협이 되지 못한다는 일각의 논리에 대해서는 일단 인정했다. 양효식 편집위원장은 한국의 사회주의 운동, 진보운동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의회주의나 조합주의에 머물고 있는 한계를 언급했다.
“정권이나 경찰 차원에서도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고 보지는 않겠지만 잠재적인 위협 세력으로 보는 것은 당연하겠다. 사노련이 출범한 지 6개월인데, 3개월 이상은 촛불투쟁에 결합했고, 춧불투쟁 속에서 이 투쟁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촛불13대행동강령을 제시한 바 있다. 정권과 경찰이 그러한 강령 내용이 대중투쟁과 결합할 경우 위험성을 느꼈으리라 본다. 실질적인 위협이 못 된다는 논리가 그렇다면 실질적인 위협이 된다면 국보법을 적용해도 된다는 이야긴가. 법원이 위협을 판단한 건 국가변란에 대한 판단일 텐데, 그런 점에서 위협이되지 않는다는 것은 부끄럽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 과연 남한에서 운동단체 중에 그런 의미의 국가변란의 실질적인 위협이 되는 단체가 어디 있겠나. 민주노동당이냐 진보신당이냐 한국진보연대냐 민주노총이냐. 물리력 측면에서 별 차이가 없는 게 아니냐. 다만 현재 수준에서 의지의 문제는 있다. 위협을 주는 세력이 되기 위해 대중운동을 조직하고 투쟁에 앞장서려는 의지 여부와 단지 의회주의나 조합주의 수준의 머무는 활동에 제한하는 차이는 있는 것 아니겠는가.”
양효식 편집위원장은 ‘국가변란’은 저쪽에서 쓰는 용어이고 뒤집으면 ‘사회변혁’이라며, 사노련이 생각하는 사회변혁의 요점을 말했다.
“사노련은 노동자계급의 대중운동과 대중투쟁을 통해서 현재 자본주의 사회 모순을 넘어 극복하는 방향으로 나가고자 한다. 대부분의 정치조직이나 정당들은 오직 의회를 통해서 집권하겠다는 구상과 국회의원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변혁을 판단한다. 파업과 시위 등 노동자 대중투쟁으로 평의회나 공장위원회 등 노동자조직을 발전시키고 노동자계급의 자주적인 조직을 통해서 대중운동과 대중투쟁을 전개, 사회주의 정치조직 및 정치활동과의 결합으로 노동자계급의 정치권력 장악을 계획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동당 식의 변혁의 상과는 다르다.”
비정규직 투쟁 등 현장 공동투쟁에 집중, 13대촛불행동강령 제시 의미
사노련이 출범한 것은 올해 2월. 사회주의정치연합, 노동해방연대, 울산노동자신문, 노동자해방당건설투쟁단 등 네 개의 조직이 통합해 건설됐다. 네 개의 조직은 ‘우리의입장’과 ‘대중행동강령’에 합의하고 연합체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기존 조직을 서클로 남겨두고 연합체로서의 활동을 위해 노력하는 방향이었으나 논의 과정에서 강령과 노선상의 내용에 거의 일치를 봤다고 한다. 다만 사회주의노동자연합 자체가 최종적인 조직화 과정은 아니며, 사회주의노동자당 건설을 직접적인 목표로 하는만큼 아직은 완결적인 질서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매 시기 정치활동 과정에서 당 건설을 앞당기기 위한 활동을 펼치기 위해 노력함으로서 조직의 위상과 정체성을 키워간다는 맥락이다.
양효식 편집위원장은 사노련이 출범 이후 공들인 사업으로 현장 공투체 활동을 꼽았다.
“무엇보다 사회주의정치선동과 현장에서 공동투쟁 기구를 만들어나가는 것. 현장공투체 활동이라 할 수 있겠다. 사회주의 정치활동은 정치신문 발간으로 표현됐고, 현장에서는 전투적 선진노동자의 결집을 통해서 아래로부터의 조합원 대중운동을 만들어가기 위한 시도를 전개해왔다. 통상 비정규직 투쟁에 많은 결합을 해왔다고 알려졌는데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비정규 장투사업장과 연대하는 데 주력해왔다. 5월 초 촛불시위 시작되면서 조금 늦었지만 5월 중순 이후부터 결합했다.”
촛불시위에서 사노련이 한 활동이 촛불 대중과 얼마나 많은 교감이 있었는지를 물었다. 양효식 편집위원장은 13대촛불행동강령이 갖는 의미를 풀어 말했다.
“광우병대책회의가 의제 확장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오히려 시위에서 자발적으로 나온 의제도 받아안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재협상 의제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사노련은 대중들이 자발적으로 제기한 의제들을 구체화하고 확대하는데 관심을 쏟았다. 경제위기가 시작되는 국면에서 경제위기로부터 대중의 생존권을 방어하고, 이명박 정권에 민생파탄의 책임을 묻는 요구를 확대한다는 거였다. 그래서 13대촛불행동강령을 제출했다. 촛불시위에 나온 시민들의 첫 반응은 낯설고 다가오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공감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물가폭등의 원인, 정유사 몰수 국유화 요구, 비정규직 철폐 요구 등이 시위대 사이에서 같이 외쳐지고, 관심을 갖는 모습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촛불시위가 계속 진행됐으면 좀 더 많은 촛불대중들과 행동강령이 만날 수 있는 계기들이 있었을 텐데 아쉽다. 다만 촛불시위는 앞으로도 어떤 계기를 통해서든 터져나올 것이다. 대중의 고통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경제위기의 촛불을 들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사노련은 대중행동강령을 갖고 있다. 사회주의 최대강령도 필요하겠지만 그것으로 현실 투쟁을 이끄는 직접적인 전술이 되지않는만큼 현실 대중운동과의 간극을 매우는, 즉 사회주의 강령과 대중의 간극을 매우는 전술적 강령으로서 대중행동강령을 제시했다. 13대촛불행동강령은 대중행동강령의 구체적인 전술 개념으로 이해된다.
“대중행동강령 조차도 각각의 소국면 속에서는 그대로 제출되기 보다는 구체화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이번 촛불투쟁처럼 해당 국면에 걸맞게 13대촛불행동강령을 제출한 것이다. 계급 투쟁과 대중운동의 경험을 거치면서 대중행동강령은 더 발전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지금보다 더 완벽한 행동강령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대중행동강령 실현의 비현실성을 지적하는데 대해서는 인정하면서 이야기를 풀었다.
“대중들이 대중행동강령을 비현실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보는데, 일상에서 간극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대중이 투쟁에 나서고 투쟁이 확대되면 대중행동강령을 자연스럽게 자신의 행동지침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촛불투쟁도 좀더 진전되었다면 대중행동강령에 대한 토론과 논쟁이 되었을 것이고, 나아가 자신의 지침으로 채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계속해서 양효식 편집위원장은 대중행동강령을 제출한 취지가 노동조합운동의 전투적 재편 과정과 궤를 같이 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사노련 역시 촛불투쟁을 예상한 것이 아닌지라 촛불을 염두에 두고 대중행동강령을 작성한 것은 아니었다. 현장에서 일상적인 정치활동을 통해서 노동조합이 자신의 강령으로 대중행동강령을 채택하도록 아래로부터의 활동을 펼쳐왔다. 관료화된 노조가 전투적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대중투쟁기관으로 제대로 서는 과정과 궤를 같이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사회주의운동 세력 잠재된 힘 운동진영 누구 못지 않다
사회주의 운동의 실력의 객관성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갔다. 양효식 편집위원장은 한국의 사회주의 운동의 잠재된 가능성을 언급하는 가운데 사회주의노동자당 건설을 통해 실력을 갖추어나갈 것이라고 응대했다.
“사회주의 운동이 실력이 없다라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사노련의 이번 사건을 다루는 보도를 보면 실력도 없는 조직을 왜 잡아가느냐고 그러는데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남한에서 사회주의 세력들은 분산적, 수공업적 활동 때문에 실력이 없어보이는 것이지, 잠재적 실력을 물어본다면 운동진영 내 어떤 세력보다도 실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 현장에서 사회주의자들이 결집되지 못한 탓인데, 결집을 통해 사회주의노동자당으로 조직된다면 잠재된 실력은 지금의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 같은 의회주의 정당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한국에서 사회주의자들의 분산, 수공업적 활동 지적은 잘 극복되지 않는 사회주의 운동 특유의 하나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네 개의 조직이 하나로 모인 사노련의 경우는 분산된 사회주의 운동 세력들의 통큰 결합의 사례를 보였다는 점에서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양효식 편집위원장은 사회주의 운동 세력들이 사회주의 강령을 구체화해서 사회주의정당 건설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노련 사건을 통해서도 절실함이 드러났지만 사회주의 세력들은 사회주의 운동의 전면화를 요구받고 있다. 사회주의 운동의 전면화는 사회주의 세력들이 사회주의 깃발을 명확히 들고 강령으로 대중들을 만나는 것이다. 말하자면 노조나 대중운동 조직에 숨어서 활동할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를 전면에 내걸고 강령으로 구체화해서 대중으로부터 심판받아야 한다. 이처럼 사회주의 전면화 과정은 사회주의 정당 건설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사회주의정당 건설을 목표로 제시한 양효식 편집위원장은 그러나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는 대신, 사회주의정당 건설 세력들이 당 강령의 일치를 보기 위한 노력과 공동 정치투쟁이라는 전제를 충족하는 활동을 강조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노동자의힘, 노동해방실천연대 등 혁명적 사회주의 진영이라 불리우는 조직들이 있는데 이 조직들은 각자의 당 건설 계획을 갖고 있다. 노동자의힘이나 노동해방실천연대의 경우 일정을 선점하고 있는데, 그와 비교할 때 사노련은 일정을 갖고 있지는 않다. 사노련이 일정을 갖지 않는 것이 열심히 투쟁하다보면 당 건설이 될 거라거나, 현장 기반을 꾸준히 넓혀가면 당 건설이 될 거라는 생각 때문은 아니다. 일정을 직접 올리기 전에 전제로 갖춰야 할 것이 있다. 전제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사노련 단독으로 당 건설을 할 것은 아니므로 사회주의 대중정당 건설 세력들이 당 강령의 일치를 보기 위한 목적의식적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사회주의 정치투쟁의 공동대오를 만드는 걸 통해서 잠재 역량을 가동시키고 실재화하는 노력을 현실 대중운동 속에서 펼쳐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전제이다. 그렇다고 몇 년 씩 길게 거친다는 것은 아니고 이번 사노련 사건을 계기로 형성된 사회주의 운동의 관심 기류를 최대한 사회주의 운동의 전면화의 동력으로 끌어내 바로 착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