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사탕을 얻으러 다니며 즐거워 하고"

[기고] 라마단 풍경 세 번째, 아이드 풍경

라마단 단식이 끝난 후 아이드 축제의 마지막 날까지 지났습니다.

아이드 축제는 이슬람권의 가장 큰 명절중 하나입니다. 대부분 이슬람인 쿠르드 공동체에서도 가장 중요한 명절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이드 명절 기간 중에서는 도시나 외지로 나가있던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날입니다. 마치 우리의 설이나 추석과 비슷합니다. 3일 동안 친척이나 이웃에게 아이드 축하인사를 전하기 위해 서로 서로를 방문합니다. 이런 방문은 주로 집안의 어른들과 남성 위주로 이뤄지고, 여성이나 딸 혹은 며느리는 집에 남아서 손님을 맞이하는 역할을 합니다. 친척이나 이웃 등을 위주로 방문하다보니 그 사람이 그 사람인지라, 이전 방문지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다음번 방문지에서 다시 만나는 일도 자주 발생합니다.

아이드 기간 중에는 외지에 나가있는 가족들 뿐 아니라 외국에 나가있는 가족들이 모이는 날이기도 합니다. 아이드 인사를 위해서 망명, 취업, 학업 등 여러 이유로 유럽에 나가있던 사람들도 가족과 친지들을 만나기 위해서 고향을 방문합니다.

  아이들이 사탕을 얻으러 다니며 즐거워 한다. [출처: http://www.flickr.com/photos/iioc/2110625290/]
아이들에게도 나름대로 대단히 즐거운 기간이 바로 아이드입니다. 사탕을 마음껏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드가 시작되는 날 아침 일찌감치 아이들은 가방이나 비닐봉지를 들고 집을 나섭니다. 사탕을 수집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날은 모든 집에서 사탕을 준비해놓고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줍니다. 미처 사탕을 준비하지 못한 집에서는 아이들에게 동전을 건네기도 합니다. 달콤한 사탕과 부족한 용돈을 챙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이드인 셈입니다.

아이드 첫 날은 친구집에서 지내느라고 둘째 날과 셋째 날만 집에 있었는데도, 저한테까지 아이들이 끊임없이 몰려와서 넉넉하게 준비해놨던 사탕이 단 이틀 만에 바닥이 나기도 했습니다. 첫날 가장 많은 아이들의 방문을 받습니다. 둘째 날과 셋째 날은 첫날 하루 종일 사탕을 먹고서 질려버려 찾는 아이들이 대폭 줄어듭니다. 그런데도 1킬로그램이나 되는 사탕이 모두 바닥이 났습니다.

아이드가 끝나면 외지에서 찾아왔던 가족들이 다시 일터 혹은 자신의 생활의 터전으로 돌아갑니다. 이때는 모든 대중교통이 동이 나게 마련입니다. 버스는 영세한 회사들이 증차를 하지도 못하는지라 몇 달 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이 기간 중에는 좌석을 구한다는 게 아예 불가능합니다. 불편하고 시간이 오래 걸려서 평소에는 장거리 여행을 위해서는 이용하지 않던 열차 이용률도 대단히 늘어납니다. 요금의 유동성이 큰 비행기는 요금이 두 배가 넘게 뛰어오릅니다.

터키 서부의 대도시에서 동부의 집까지는 버스로 20~30시간여 걸리는 장거리 여행이기에,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어지간해서는 차를 끌고 집에 오지 않지만, 아이드 기간만큼은 예외입니다. 집에는 가야 하는데...20시간씩 운전을 해서라도 꼭 가족을 찾아갈 만큼 가족간의 유대가 유난히 강한게 쿠르드족을 비롯한 중동지역 전체의 정서입니다.

쿠르드족에겐 아이드 외에도 대단히 중요한 명절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네우로즈 인데요...이 날은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인 3월 21일을 축하하는 축제입니다. 네우로즈 축제는 그 기원을 예지디교에 두고 있습니다.

신의 상징으로서 태양을 예배하는 예지디교에 있어서 춘분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입니다. 바로 낮의 길이가 즉 태양이 떠있는 시간이 더 길어지기 시작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유로 예지디교에서 추분날은 특별한 관심을 끌지 못합니다. 낮의 길이가 밤보다 짧아지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종교의 공식 언어로 쿠르드어를 사용하는 예지디교는 쿠르드족의 전통 종교입니다. 그래서 네우로즈는 수천년의 역사를 가진 쿠르드족의 전통 축제입니다.

쿠르드족은 예지디교라는 전통 종교에 기반한 네우로즈와 현재 대부분이 그 신자인 이슬람에 기반한 라마단과 아이드를 두개의 가장 중요한 축제로 기념합니다. 예지디와 이슬람이란 두개의 이질적인 종교가 한 공동체안에서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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