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보면 집에 가고 싶다

[기고-사진전] 이주여성들이 바라본 서울

  비행기 보면 집에 가고 싶다(쑤홍민)

나는 삼십년 가까운 세월을 이 도시, 서울을 떠나 살아본 적이 없다. 익숙한 풍경, 익숙한 사람들, 익숙한 모습들. 나에게 서울은 특별할 것 없는, 그냥 조금 이상한 도시였다. 그러다 나는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서 진행하는 결혼이주여성들과 함께 하는 사진교육을 맡게 되었다.

이주여성들이 바라본 서울, 그게 이 사진 교육의 이름이었다. 내가 평생을 살아온 이 도시가 그녀들에게는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궁금하고, 말하지 못했던 마음들이 사진으로 어떻게 드러날지도 궁금했다.

중국, 필리핀, 베트남, 키르키즈스탄에서 서울로 이주하게 된 그녀들과 함께 10주 정도 사진을 찍고, 보고, 제목을 붙였다. 사진으로 일기를 써 보고, 자기의 집과 동네를 소개하는 사진을 찍기도 하고, 함께 광장 시장과 대학로 등으로 사진을 찍으러 나가기도 했다.

  내 이웃은 청와대에 살고 있다(레티마이투)

  행복한 인생(홍단)

그녀들의 사진도 좋았지만, 그 사진들에 붙인 제목과 글이 더 좋았다. 파란 지붕을 찍은 사진은 '내 이웃은 청와대에 살고 있다'(레티마이투 작품) 라고 하고, 자전거가 세워져 있는 까페를 찍은 사진에는 '와우, 여기가 파리에요. 여자들의 마음은 항상 파리니까요'(방일로나 작품) 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파란 하늘에 날아가는 비행기를 찍은 사진에 붙어있는 '비행기를 보면 집에 가고 싶다'(쑤홍민 작품) 라는 제목을 보면 낯선 곳에서 살면서 집을 그리워하는 그녀의 마음을 엿볼 수도 있다. 시장에서 혼자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 할아버지의 사진에는 '한국에서는 나이 많으면 결혼하기 힘들어요'(호티투완 작품)라는 유머러스한 제목이 붙기도 한다.

우리들끼리만 보기 아까운 사진들이라 7월 9일부터 충정로에 있는 까페 '가배나루'에서 사진전을 열었다. 처음으로 '사진 작가'가 된 그녀들은 크게 인화된 사진을 보고 쑥쓰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이렇게 사진으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한다. 함께 사진을 찍으러 가던 길에 지하철에서 찍은 우리들의 사진에는 '행복한 인생'(홍단 작품)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덧붙이는 말

당분간 사진전은 계속 될 예정이니 이주여성들이 이 도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한 분들은 까페 '가배나루'에 가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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