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비정규직을 모을 수 있을까

철폐연대 비정규직 운동 10년 전망 토론회(2)

“비정규직 운동 10년의 역사는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를 일반화하고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려는 자본과 그것이 아님을 밝히려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과정이었다.

비정규법이 통과되고 일상적인 고용불안정이 시작됐다. 대부분의 비정규직 노조들은 살아남기 어렵고, 살아남아도 기존 노동조합운동 질서에 편입되어 운동적 의미가 초라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정부와 자본은 온전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많은 이들은 비정규직이 잘못된 고용형태임을 알고 있다.”

[출처: 철폐연대]

5가지 불안정노동철폐 운동의 과제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철폐연대)는 27일 ‘비정규직운동 전망 토론회’를 열고 지난 비정규직 운동 10년 평가와 앞으로 10년 동안 비정규직 운동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토론했다.

일상적인 고용불안 상태에서도 남은 투쟁의 불씨는 비정규직이 정상적인 고용형태가 아니라는 동의지반이 있다는 데서 토론회 2부 불안정노동철폐의 과제는 제시됐다.

김혜진 철폐연대 대표는 주 발제에서 “10년을 준비하기 위해 먼저 모든 노동자에게 권리가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투쟁의 과제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더 많은 비정규직 조직화, 조직화한 비정규직의 불안정노동철폐운동의 주체화, 정규직과 비정규직, 비정규직 사이의 위계를 넘는 공동투쟁 조직, 다양한 단위들의 소통과 연결을 통한 반격의 계기 만들기가 필요하다”며 불안정노동철폐운동의 5가지 과제를 제출했다.

김혜진 대표는 투쟁 과제로 △사용사유 제한과 상시업무에서 계속고용의 권리 △자율적 단체구성과, 교섭하고 파업할 권리 △생계비 원칙에 근거한 생활임금 △일하지 않아도 생존할 권리를 위한 투쟁과제를 제안했다.

조직화의 과제는 △제조업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을 공단중심으로 전략조직화 △비공식, 사회서비스 영역 노동자들의 다양한 형태 조직화로 밝혔다.

주체화 과제로는 △노동조합의 조직화와 연대를 자기목적으로 할 수 있도록 조직하고 △권리를 중심으로 사회적 투쟁을 하는 지역연대체 구성을 제안했다.

공동투쟁의 과제론 △직무직급제와 외주화 반대투쟁을 중심으로 정규직-비정규직 공동 투쟁 조직 △원청사용자 책임제도화 투쟁으로부터 동일단협 적용투쟁 △공동투쟁을 전제로 하후상박(下厚上薄, 아랫사람에게 후하고 윗사람에게는 박하게 함) 원칙 세우기 등을 제안했다.

마지막 사회화 과제로 불안정노동철폐를 과제로 하는 조직들의 공동경험을 축적하는 네트워크 구성을 들었다.

‘노조인가, 아닌가’가 아니라 ‘어떤 방식’인가

이날 토론회에서 김혜진 대표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에 대한 많은 고민을 드러냈다. 특히 ‘비공식부문,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을 다양한 형태로 조직하자’고 던진 조직화 과제는 다양한 찬반 토론과 많은 쟁점을 던졌다.

김혜진 대표는 “제조업등과는 달리 사회서비스부문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자본으로서는 이윤율을 높일 수 있는 중요산업이지만 아직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았다”며 “그래서 정부가 나서서 그 분야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을 밟아 왔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혜진 대표는 “사회서비스 영역은 노동자들의 노동에 의존하기 때문에 정부와 자본은 먼저 교육기관을 설립해 노동자들을 상호 경쟁하게 하고 더 낮은 조건과 더 낮은 임금, 더 작은 시간을 일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고 지적하고 “사회적 일자리나 사회적 기업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들의 노동이 마치 정당한 노동이 아니라 정부의 수혜인 것처럼 위장하여 애초부터 일자리를 저임금 일자리로 구조화 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런 일자리들이 고용관계가 은폐되어 있거나 왜곡되고, 노동자들은 누가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할지 알 수 없다는데 있다. 또 서비스산업에서 기간노동력을 구성하다시피하고 있는 청소년 노동자나 자활사업 노동자, 재활용수집 노동자, 가사 노동자 등은 전통적인 노동자의 위치에서 벗어나 있는 비공식 부문 노동자로 개별사업장 단위로는 자신의 노동권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혜진 철폐연대 대표는 “이들 사회서비스 노동자들과 비공식부문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면 기존의 전통적 방식의 노조 조직화 구조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면서 “무엇으로 조직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조직이 가능한가가 중요하다”고 고민을 던졌다.

김혜진 대표는 “노동자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조직되어야 하고, 조직과 투쟁의 경험을 통해 주체화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지금의 노동조합이 이러한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어려운 조건이며 설령 조직을 해도 기존의 조직질서가 이 노동자들의 역동적이고 이질적인 노동구조를 수용하면서 전체 노동운동의 과제로 만들기에는 이미 확립된 기업별 구조가 크게 한계로 작용한다”고 평가했다.

김혜진 대표는 “중요한 것은 ‘노조인가, 아닌가’가 아니라 ‘어떤 방식’이 노동자들을 조직하는데 힘을 모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므로 ‘요양보호사 협회’와 같은 방식이 적극 모색되는 것”이라며 “가능성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요양보호사는 ‘요양보호사 협회’라는 방식으로 조직 되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대해 문제제기도 하고 대정부 투쟁을 벌이기도 한다. 이런 협회 형식을 통해서도 현재의 왜곡된 고용구조를 넘어서서 정부와 자본, 사용자 단체를 상대로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는 투쟁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혜진 대표는 이어 이렇게 조직화된 노동자가 어떻게 신자유주의반대의 주체가 될 것인가라는 고민을 이어갔다. 불안정노동철폐운동이 단지 조합원을 많이 만들어내고, 현장에서 임금과 노동조건을 높이는 투쟁을 하는 것만이 아닌 노동자들을 불안정하게, 빈곤하게 만드는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저항주체를 세우는 운동이라는 설명이다.

김혜진 대표는 “노동조합운동이 노동자들의 분할과 위계화에 저항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조직된 노동자들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하고 임단협을 통한 조직안정화에 집중해 있기 때문”이라며 “이 안에서 민주성과 투쟁성이 아무리 높아져도 자본의 위계관계나 분할, 전반적인 불안정성을 뛰어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혜진 대표는 현재 한계 극복을 위한 대안으로 “‘연대와 조직화’를 자기 과제로 하는 노조와” “권리를 중심으로 사회적 투쟁을 하는 지역연대체 구성”을 제시했다. 김혜진 대표는 “‘연대와 조직화’를 자기 과제로 하는 노동조합의 조직화는 불안정노동철폐운동에서도 매우 중요한 주체화의 한 과정이 된다”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미 ‘조직된 단위의 임단협을 통한 안정화’라는 것이 현실 가능한 요구가 아닐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것에 얽매이지 않고 조직화와 연대를 자기 과제로 할 수 있는 가능성은 대폭 넓어진다”고 밝혔다.

차별이 차이인 것처럼 둔갑시킨 직무급제와 외주화

또 공동투쟁의 과제로 직무직급제와 외주화 반대투쟁, 동일단협 적용투쟁을 제안한 것은 분할과 위계화를 통한 통제전략에 맞서자는 것이다. 김혜진 대표는 “자본구조조정의 핵심지점은 위계화와 분할을 통한 현장통제이며 그 양상은 직무급제와 외주화”라며 “한 사업장 안에서도 서로 다른 고용형태를 가진 이들이 다른 직무를 하기 때문에 그들 간의 차별이 마치 차이인 것으로 둔갑한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노동자의 분할과 위계화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효과를 무너뜨리는 투쟁도 중요하다는 맥락에서 동일단협 적용투쟁을 제안했다. 김혜진 대표는 “복수노조 시대에 자율교섭이 되어서 비정규직이 독립적 조직을 만들더라도 정규직-비정규직 단결을 위한 계획을 만들지 못하면 이중단협이 되고 노동자의 위계와 분할을 여전히 유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대표는 “동일단협 적용투쟁은 매우 험난하고 장기적 과제”라며 “단계적 과제의 첫 걸음으로 ‘원청사용자 책임의 제도화’를 설정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토론에 나선 강동진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지금 노동자운동에 필요한 목표가 ‘불안정노동철폐’라고만 하기에는 조직과 주체, 사회화의 측면을 담아내지 못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며 “10년 후 운동의 목표가 뭔지 충분히 논의해야 하고 5가지 과제를 아우르는 통합적이고 구체적, 명확한 목표제시가 있었으면 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강동진 집행위원장은 “지금 시점에서 우선 짚어야 할 권리는 ‘싸울 권리’”라며 “노동유연화를 통해 노동자끼리 위계, 서열, 분할을 획책하는 것도, 노동운동에서 실리주의 경향이 가장 먼저 포기하는 것도 ‘싸울 권리’”라고 중요성을 언급했다. 또 “생활임금운동은 지역사회 수준에서 기업에 대해 임금, 노동조건, 계약형태 등을 강제하고, 기업단위 노조조직화 지원, 공공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통해 대중의 참여와 지지를 증가 하는데 의의가 있다”면서 “‘생활임금운동’을 특정시기에 국한한 투쟁에서 벗어나 일상적이고 전략적인 수준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동진 집행위원장은 “발제문에 제시한 5가지 투쟁과제도 노동의 문제만이 아닌 지역사회의 문제, 사회공공성의 문제, 권력과 자본을 향한 정치의 문제라는데 동의 한다”면서 “이를 종합하면 ‘연대노조, 평등노조’가 목표여야 하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이어 토론에 나선 김소연 금속노조 기륭전자 분회장은 “비정규직을 비정상으로 보는 것에 노동운동에 패배해서 이제 비정규직을 정상으로 보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의식, 비정규직 운동이 노조운동의 혁신도 투쟁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 비정규직 운동이 기존 노동조합 운동의 질서에 편입되어 운동적 의미가 없다는 평가를 전제로 한 발제는 과잉된 것은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소연 분회장은 또 김혜진 대표의 조직화 방식 제안을 놓고는 “노동조합이 아닌 영역의 조직은 더욱 이익조직화 하거나 정치 조직화 될 우려가 크다”면서 “노동조합이 의미가 있는 것은 노조를 통해 우리가 노동자 계급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기업의 시스템을 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의 조직화 방식을 두고서도 “현장이 없는 노동조합, 노동자협의회가 과연 뿌리가 있는 노동운동이 될 것인가?”라고 묻고는 “현장에 있는 노동자가 조직가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소연 분회장은 전략조직화를 위해 △투쟁 승리를 위한 연대와 지원체계 강화 △중장기적 차원의 현장에 들어간 활동가들의 현장 노동자화, 현장노동자의 조직화 의식화 △미조직, 조직역량 없는 곳에 대한 인프라 구축 △필요하면 동원하는 연대가 아닌 사회정치적 대응태세의 강화를 제안했다.

마지막 발제에 나선 오민규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은 “연대와 조직화를 자기목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당위에 따른 과제 설정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대중 스스로 강력한 필요를 느끼는 과정이 요구된다”면서 “자기조건에서 필요에 따라 가는 모든 방향으로 뻗는 운동이 자연스레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오민규 정책위원은 제시된 공동투쟁의 과제를 놓고는 “현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보기에는 너무 멀어 보인다”면서 “해고반대 등 같이 할 수 있는 것들로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동일단협 적용 투쟁은 간접고용 비정규 투쟁의 가장 높은 수준인데 원청사용자책임 인정 투쟁조차 버거워 하는 현재 상황에서 동일단협 적용 투쟁은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오민규 정책위원은 “계급적 단결을 위해 현장에서 전개할 수 있는 공동투쟁의 핵심과제는 ‘모든 형태의 해고에 맞선 투쟁’이 되어야 할 것”이라며 “해고를 막아낼 수 있다면 거기에서부터 비정규노동자들의 역동성과 상상력이 커나가기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 정책위원은 이어 정규직과 비정규직 공동투쟁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노동강도 완화’, ‘인원충원’ 투쟁 등도 제안했다.

오민규 정책위원은 “10년의 전망을 그리는 조직화 개념은 조직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역할을 분명히 하는 조직화 전략이 나와야 하며, 조직된 비정규직이 자연스레 할 수 있는 조직화 운동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2부 토론회는 3시간 30여분동안 다가올 10년의 비정규직 운동에 대한 밑그림을 토론하는 자리였기에 다양한 문제제기와 쟁점들이 발표자들뿐 만 아니라 참석자들에게서도 나왔다.

특히 조직화 방식을 두고는 발제자가 제안한 영역들이 블루오션이라서 하자는 것이냐, 자본의 불안정 노동양산에 맞서는 부분이냐는 쟁점 속에서, 노조를 우회하거나 노조를 넘는 형태의 조직화에 대해 이견과 우려, 비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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