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한국노총 조합원 달래기’ 논란

“타임오프제에 통상적 노조관리 업무 포함, 또 다른 야합”

한나라당이 8일 낸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을 두고 ‘한국노총 지도부 껴안기’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8일 한나라당은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타임오프제(유급근로시간면제) 대상 업무에 ‘통상적 노조관리 업무’를 포함했다. 통상적 노조관리 업무는 시행령으로 규정하기는 하지만 대상 업무를 포괄적으로 규정해놨기 때문에 임금지급의 범위를 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출처: 10일 자 중앙일보 기사]
이렇게 한나라당 개정안이 전임자임금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가자 중앙일보는 10일 자 보도에서 “한나라당이 정책 파트너인 한국노총의 내분을 수습하기 위해 새 내용을 넣어 ‘껴안기’에 나섰다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그만큼 한국노총 내부 반발이 폭발력이 있다는 얘기다.

강충호 한국노총 대변인은 중앙일보의 노총 껴안기라는 보도를 놓고는 “그런 언론의 보도는 생각해볼 가치도 없다”면서 “법안에 그런 부분을 명시할 것을 요구했다. 합의서 내용을 보더라도 중소기업 노조 유지를 위해 합의서 내용에 표현이 있고 몇 가지 예시가 있다. 그 과정에서 그 부분이 공감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국노총 산하 많은 연맹은 공식 의결구조를 거쳐 ‘합의파기, 재협상, 지도부 사퇴’를 한국노총 지도부에게 요구했다. 특히 장석춘 위원장 출신 연맹인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은 지난 7일 제161차 중앙위원 및 3차 중앙집행위 연석회의에서 '노사정 합의문 거부', '장석춘 위원장 사퇴', '조속한 시일 내 한국노총 임시대의원대회 소집'을 의결했다.

이날 금속노련 회의는 복수노조·전임자임금 관련 합의문에 대한 한국노총 본부의 보고와 향후 투쟁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는 김종각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이 직접 나와 노사정 합의문을 설명했으나 회의 참석자들의 질문과 강력한 비판에 부딪혀 설명을 끝마치지도 못하고 단상에서 내려왔다. 금속노련은 “중앙위원들이 ‘협상 과정과 결과가 모두 실패한 합의이며 한국노총 중앙은 현장 조합원의 정서를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쏟아 놓았다”고 밝혔다.

이렇게 ‘지도부 사퇴, 재협상 요구’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한국노총이 재협상을 추진하지 않는 이유는 한나라당과의 협상에서 나온 개정안에 대한 자신감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법안이 구체화 돼서 통과되면 반발이 어느 정도는 수그러든다는 판단이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노총은 “타임오프제 ‘통상적 노조관리 업무’ 포함은 기대할 바 없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한나라당은 영세사업장을 배려해 ‘통상적 노조관리 업무’ 조항을 삽입한 타임오프제 법안을 발의했다고 하나 그 시커먼 속을 가릴 순 없다”면서 “한나라당과 한국노총 지도부는 모호한 조항을 빌미로 거세게 비난하는 한국노총 조합원들을 속이고 자신들의 정책연대를 유지해 부정한 권력을 누리고자 또 하나의 ‘작은 야합’을 했을 뿐, 전혀 기대할 바는 없다”고 못 박았다. 민주노총은 이어 “‘통상적 노조관리 업무’조항을 삽입하는 대신 그 내용을 정부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함에 따라 정부가 제멋대로 ‘통상적 노조관리 업무’를 제한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라며 “이 정부는 노조활동을 제약하는 것을 넘어 아예 노조말살을 최대 정책과제로 설정한 정부인데 무엇이 달라졌고 무엇을 기대한단 말이냐”고 비난했다.

한국노총 금속노련의 한 관계자도 사견임을 전제로 “한나라당 개정안은 노총 지도부 살리기로 보인다. 반발이 심해 명분을 주려는 것”이라며 “폭발적인 분위기로 나오는 현장의 목소리를 잠재우지 못하고 사퇴요구가 계속 나오면 한국노총 본부를 상대로 한 단사들의 투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내용으로 도와주기 위해 조합원 달래기에 한나라당이 나선 것 같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