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시간강사, 법인화...언제까지 따로 할 것인가

[기고] 반값 등록금 넘어 “등록금없는 세상만들기”로 나가자

반값 등록금은 실현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올해 상반기 특히 6월 내내 반값 등록금 관련 기사가 방송과 신문지면을 도배하다시피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매년 3월이면 등록금문제가 잠시 이슈가 되곤 했지만, 올해처럼 사회적인 쟁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부 시민단체와 학생단체들은 등록금인하나 적립금환수 등은 무리한 요구이며 대중적 정서에 맞지 않는 것이라면서 등록금 후불제나 등록금심의위원회 법제화가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2011년 현재 거리로 나선 대중들의 직접행동은 이러한 허망한 기우를 한순간에 날려버렸다.

  6월10일 반값등록금 집회의 모습

연일 등록금인하를 요구하는 촛불시위가 계속되자, 민주당은 물론 한나라당도 대안마련에 고심하게 되었고, 처음에는 촛불집회에 대해 불법 엄단 운운하던 경찰도 지난 6월 13일 ‘무조건 금지 통보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상황이 이처럼 변한 것은 무엇보다 대학생들과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기 때문이다. 대중의 직접행동만이 부조리한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역사의 진리를 다시 확인한 것이다.

촛불집회가 연일 계속되고 대중의 참여가 확대되고 저항이 거세지니 보수언론들의 태도도 확 바뀌었다. 연일 사립대학의 부정과 비리가 폭로되는가 하면, 그 결과 적립금과 대학운영에 대한 감사도 착수한다고 한다. 천문학적 적립금을 쌓아두고 있는 사립대학들에 대한 사회적 지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그 적립금을 활용하여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대학교육에 대한 국가재정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고등교육에 투자하는 재정이 가장 낮다. 한국은 2009년 기준 GDP 대비 0.6% 수준(31위)으로 OECD 평균인 1.0%에 크게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연구에 의하면 고등교육 재정지원이 OECD 국가 평균수준으로만 되어도 반값등록금은 가능하다고 한다.

또 ‘한국대학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등록금 총액을 기준으로 고지서상 명목 등록금을 반값으로 줄이려면 5조7000억 원 가량이 필요한데, 2009년 국회 예산처 자료를 근거로 소득세와 법인세 인하, 사실상 사문화한 종합부동산세 등 ‘부자감세’를 철회해 16조 원 가량의 세수를 추가 확보하고, 2011년 4대강 사업 예산 9조5000억 원 등 무분별한 토건과 개발사업 예산의 일부를 절감하면 고등교육 예산을 다른 복지예산에서 끌어오지 않아도 ‘반값 등록금’을 실현할 수 있다고 한다.

작년 경찰청 통계로만 생활고와 등록금마련 고통을 비관하며 2백 여명의 대학생들이 자살했다고 한다.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대학생들이 죽어야 한단 말인가? 정부와 대학당국들은 더 이상 재원마련 방안 따위의 숫자놀음으로 국민들을 현혹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국가재정지원을 확대하고, 사립대학의 적립금을 즉각 환수하라. 그리고 더 이상 대학운영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행위를 중단시켜라. 이것만으로도 반값 등록금은 실현 가능하다.

꼼수만 부리는 MB

등록금 촛불이 더욱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한나라당은 6월 23일 2014년까지 총 6조8000억 원의 재정과 1조5000억 원의 장학금을 투입해 등록금을 30% 이상 인하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한나라당은 1차 단계인 2012년에는 1조5000억 원의 재정과 5000억 원의 교내장학금 확충 등을 통해 총 2조원을 투입해 올해 등록금 수준보다 15% 가량 인하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하폭은 2006년 공약 때보다 큰 폭으로 상승한 등록금 인상분에도 턱없이 못 미친다. 등록금 지원 대상을 소득 하위 10% 가정으로 한정한 것도 기존 저소득층 장학금 지원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결국 한나라당의 방안은 반값 등록금 공약을 사실상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장학금 재원은 국고 2000억 원, 대학 재정 5000억 원으로 조성하고, 고등교육 재정의 규모(현재 국내총생산 대비 0.6%)를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1.1%)까지 올리겠다는 약속도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대다수 사립대들은 부정적이다. 즉 "2년간 등록금 인하를 위한 지원을 하더라도 다음 정권에서 끊기면 갑자기 대학은 등록금을 20~30% 올려야 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며 내년에 등록금 부담을 15% 이상 낮추기 위해 대학이 장학금 5000억 원을 투입한다는 방안에 부담스런 속내를 숨지지 않았다.

당연히 반발이 나왔다. 일예로 '등록금 넷'은 “등록금을 동결한 대학에 대해 고작 1조 2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고지서상 등록금을 10% 인하한다는 방침은 국민들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욱 문제는 이조차도 이뤄질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내년부터 등록금 인하를 위해 필요한 정부의 예산 확보 작업이 올 가을 이후로 넘기게 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내년도 대학생의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한 필요한 추가 예산을 기획재정부와 협의한 뒤 추후 요청할 방침이라고 7월 1일 밝혔다. 교과부 관계자는 “기재부와 협의가 이뤄진 이후인 8월 초에 내년도 예산안을 수정 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그동안 대학의 선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등록금 인하를 위한 예산 책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혀 와 예산 확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와중에 반값 등록금’ 투쟁을 주도해온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은 지난 6월 29일 열린 ‘제4차 대규모 국민촛불대회’를 끝으로, 매일 개최하던 촛불집회를 매주 금요일 1회씩 열겠다고 30일 밝혔다. 한 달간 서울 도심을 뜨겁게 달군 대규모 등록금 촛불집회는 사실상 종료된 것과 다름없다.


반값 등록금이라는 프레임을 넘어서 등록금 없는 세상을

어떤 이들은 반값 등록금을 내걸고 정부로부터 일정한 양보를 얻어냈으니 큰 성과가 아니냐며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주장하는 것은 지나치게 급진적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한국사회는 고등학생의 80%이상이 대학을 진학하는 사회이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이를 두고 과잉교육이라니, 학력주의의 산물이라며 대학을 안가도 대학 간 사람하고 임금격차가 없게 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열을 낸다. 그러나 이들은 자본주의사회에서 대학의 위상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또 지식의 차이가 어떻게 계급불평등을 고착화시키는지 그 심각성을 간과하고 있다.

한국은 물론이고 전세계적으로 대학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급격히 양적인 팽창을 해왔다. 이는 산업구조의 변화, 정보 통신 우주 산업 등 생산력의 비약적인 발전에 따른 사회변화의 산물이자 기업의 요구의 결과였다. 즉, 70~80년대에는 중등과정 즉 고등학교 실업계 교육과정을 통해 산업인력을 공급받았다면, 80년대 후반 이후에는 전문대이상의 과정을 통해서 산업인력이 공급되는 다시 말해 직업교육이 고등학교라는 중등과정에서 대학이라는 고등교육과정으로 이전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학은 급격한 팽창을 하였는데, 이를 쉽게 비교하면 과거 70~80년대에는 주산 부기만 잘해도 은행직원이 될 수 있었지만 90년대 이후 지금은 전산업무능력, 어학능력, 그리고 금융이론을 배우지 않으면 즉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불가능한 세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산력발전에 따라 더 많은 지식을 노동자들에게 요구하였고, 그 결과 대학교육은 보편교육이자 대중교육이 되었다. 그러나 대학교육에 대한 그 어떤 사회적 규범이나 책임 없이 대학교육의 76%이상을 사립대학들이 담당하면서, 대학은 그야말로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하였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개인들에게 전가되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대학에서 생산되는 지식과 정부 지적생산물들이 실상 인류전체의 것임에도 그것을 부를 창출하는 도구로 만들기 위한 기업들의 욕망이 대학에 대한 기업의 지배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사례에서도 충분히 확인된바 있으며, 이제 한국에서도 본격화되고 있다. 중앙대와 성균관대처럼 개별기업이 대학을 직접 소유 지배하는가 하면, 국립대법인화와 같은 방식으로 대학을 시장화 기업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만인을 위해 존재하고 가공되고 공유되어야 할 지식과 정보 그리고 과학적인 연구 성과들이 기업의 이윤을 위해 독점되면서 사회공동체 구성원 전체의 삶의 질이 근본적으로 위협받게 된 것이다.

최근 번역된 제니퍼 위시번의 [대학 주식회사]를 보면 그 생생한 사례들을 볼 수 있다. 일예로 납세자들이 낸 세금 460만 달러가 지원되어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발견한 연구 성과물을 다른 학자들과 공유하지 않고, 대학교수가 설립한 회사에 기술을 넘기는 등의 사례들이 수없이 확인되고 있다. 한국사회 또한 이대로 가면 미국처럼 대학의 시장화 기업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하나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대학교육의 최종적인 수혜자는 바로 기업과 국가라는 점이다.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의 노동력을 구매하여 이윤을 얻고 있는 기업들, 그리고 사회적으로 필요한 공공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국가와 사회가 진짜 수혜자들이다. 게다가 고등학생의 80% 이상이 대학을 간다면 이제 대학교육은 대중교육이자 보편교육으로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맞다.

법인화반대투쟁, 비정규교수투쟁과 결합해 대학서열체제를 무너뜨리는 운동으로

지금 서울대법인화는 물론이고 인천대법인화도 추진 중이다. 그런데 서울대법인화법을 폐기해야 한다는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인천대법인화에 매달리고 있다. 그런데도 교육운동진영 일각에서는 이런 작태를 벌이는 민주당과 연대에 목을 매며, 정권교체 운운한다.

그 과정에서 광화문 촛불만 꺼진 것이 아니라 서울대학생들의 본관 점거농성도 6월 26일 스스로 해지하였다. 명분은 대국회 대정부 투쟁으로 전환한다는 것인데 아직까지 그 전망은 불투명해 보인다. 그리고 그동안 등록금인하투쟁, 법인화반대 투쟁 각각 따로 놀았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한편 대학 내 비정규직문제도 매우 심각하다. 대학수업의 절반이상을 담보하는 강사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으며, 조교들과 대학 내 시설 청소노동자들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교육의 질적 제고를 논할 수 있으며, 과연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말 할 수 있겠는가?

어떤 이들은 등록금문제와 국립대법인화 그리고 비정규직교수문제가 서로 무슨 상관이 있냐고 묻는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 모두는 연결되어 있고 결국 대학이 시장과 기업의 논리로 작동할 것이냐, 아니면 대학교육이 국민들의 보편적인 권리로 사회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등록금과 법인화를 보자. 그동안 국립대 등록금은 사립대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졌다. 그런데 법인화로 국립대 등록금도 계속 오른다면 이는 결국 전체 등록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즉, 지금 반값등록금이라는 성과를 얻는다고 해도 국립대법인화가 되면 결국 또다시 등록금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또 대학서열체제가 엄존하는 현실에서 국립대법인화는 서울대 등 특정대학에 대한 재원집중으로 이어져 결국 대학 간 불균등을 심화시키게 될 것이다.


등록금과 비정규교수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대학당국들이 등록금인상의 주된 근거로 드는 것인 물가인상과 인건비이다. 그런데 비정규교수노조나 교수노조에서 주장하는 ‘연구강의교수제’나 ‘국가교수제’가 도입되어 교수의 인건비를 국가가 지원 혹은 일부 담보한다면 등록금인상을 할 상당한 이유가 사라진다. 즉 비정규교수의 고용안정이 곧 등록금인하와 연결된다.

한편 범국민교육연대와 입시폐지대학평준화국민운동본부를 중심으로 공교육실현을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해 ‘교육혁명 연구위원회’가 구성되어 활동 중이며, 대학서열체제를 타파하고 대학개혁의 방향과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공립대네트워크방안’과 ‘교양대학’안을 중심으로 활발한 토론 및 연구 활동을 벌이고 있다.

등록금투쟁 따로, 법인화투쟁 따로, 대학비정규직투쟁 따로 했던 지금까지의 고립분산적이고 각개약진하는 상황을 넘어야 한다. 그리고 등록금인하라는 경제주의적 요구를 넘어서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한 교육주체들의 단결과 공동행동이 요구된다. 바로 지금부터, 반값 등록금을 넘어 “등록금 없는 세상 만들기”를 위한 대장정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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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 시간강사 , 국립대법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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