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총파업, 1천만 명 참가...“긴축은 실패했다”

유럽 23개국 40개 노총 시위...파업 열기 남유럽에 국한

4년 여간 지속된 유럽 경제위기와 가혹한 긴축조치에 대해 유럽 민중들의 투쟁이 한 분기점을 이뤘다. 유럽 각국 노동자들은 이제 국경을 넘어 함께 싸우기 시작했다. 수백 개의 도시에서 수백만 명의 노동자가 파업을 벌였고 함께 거리로 나섰다. 스페인 노총에 따르면 스페인에서만 전국 800만 명이 파업과 시위행동에 나섰다. 포르투갈, 이탈리아와 벨기에 그리고 그리스 노동조합들은 파업에 돌입했다.

14일(현지 시간) 유럽연합과 정부들의 반사회적 삭감정책에 맞선 파업과 시위행동에 유럽 23개국 40개 노총 수백만 명이 참여했다. 유럽노동조합총연맹(ETUC)은 “긴축정책 반대, 일자리와 연대를 위한 전 유럽 행동과 연대의 날” 시위가 유럽 노동조합운동의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동은 포르투갈 노총이 유럽총파업을 제안하며 시작됐다.

베르나데떼 세골(Bernadette Ségol) 유럽노총 사무총장은 “긴축정책은 실패했다. 그것은 경기침체와 실업을 유발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남유럽은 사회적 비상사태이고 모두가 긴축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긴축은 실패했다”고 강조했다.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의 실업률은 25%를 넘어섰다. 유로존에서는 8명 중 1명이 일자리가 없다.

이날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에서 시위가 대중적으로 확산됐고 수많은 군중이 유럽 정부의 긴축에 공동으로 맞서며 분노를 토했다. 프랑스에서도 수만 명이 긴축정책에 반대해 거리에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이외에 독일과 북유럽 국가의 연대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북유럽의 많은 지역에서 시위가 발의됐지만 대중적인 동력이 형성되지 못했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1천 명이, 유럽중앙은행 본사가 있는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약 100명이 시위에 함께 했다. 그리스 파업규모는 오히려 약화됐다.

포르투갈: 빈곤을 멈춰라, 역사상 가장 큰 총파업

“파업! 우리를 위해 그대를 위해!”란 구호 아래 포르투갈에서는 역사상 가장 큰 전국 총파업이 벌어졌다. 포르투갈 최대 노총인 노동자총연맹(CGTP)과 함께 수십 개의 독립 노동조합, 친사회주의 노동조합 UGT도 함께 파업을 벌였다.

[출처: http://economia.publico.pt 화면캡처]

버스, 철도, 택시 등 대중교통은 완전히 멈췄고 대도시에서는 청소노동자의 파업으로 쓰레기 수송이 전면 중단됐다. 병원도 응급치료만을 담당했다. 포르투갈 법원공무원의 80%가 파업에 참여했다. 비상사태 외의 지역 전력회사 업무도 중단됐다.

포르투갈 수많은 지역에서 대중 집회가 벌어졌고 리스본 의회 앞 시위는 보다 격렬하게 진행됐다.

[출처: http://economia.publico.pt 화면캡처]

의회 앞 시위는 애초 수천 명의 참여 속에서 평화롭게 진행됐으나 경찰의 제지로 인해 충돌이 빚어졌다. 물리력 사용을 거부하지 않는 청년 그룹은 차단막을 뚫고 들어가 시위를 벌였고 경찰은 이들을 해산하기 위해 경찰견을 투입하는 한편 방패와 곤봉으로 진압했다. 시위대는 경찰에 맞서 돌, 화염병, 폭약과 물감봉지를 던졌다.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고무탄을 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거리에서는 수많은 방화가 잇따랐으며 분위기는 완전히 가열됐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리스본의 좁은 골목에서도 산발적인 충돌이 빚어졌다. 경찰과의 대치 중 최소 5명이 연행됐고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다.

알메니오 카를로스(Arménio Carlos) CGTP 사무총장은 이번 전국 총파업에 대해 “경제와 노동 파괴, 빈곤과 불평등 심화에 맞선 정치적 파업”이라고 정의했다. 위기 시작 후 포르투갈 실업률은 2배 이상 증가해 15.8%를 기록했다.

그러나 포르투갈 정부는 이날 파업에 대해 파업은 정부를 어지럽게 하지 않는다고 밝히는 한편 일하러 간 노동자들을 칭찬했다.

포르투갈의 많은 사람들은 마비된 대중교통으로 인해 집에 머물렀다. 민간 부문 노동자는 매우 늦게 시위에 참여했다.

스페인: 경찰 폭력... 시위대와 대치 격화

14일 파업에 스페인도 멈춰 섰다. 이날 파업은 올해 두 번째 전국 총파업이었다. 정부는 파업 참여자가 적다고 밝혔지만 스페인 노총은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서만 2백만, 전국적으로 8백만 명 이상이 파업과 시위에 참여했으며 노동자의 파업 참여율은 77%에 이른다고 밝혔다. 오전 일찍부터 전국 주요 도시의 공장 진입로가 봉쇄되기도 했다. 기업연합 CEOE는 이날 경제활동이 12% 위축됐다고 밝혔다.

[출처: http://elpais.com/ 화면 캡처]

금속노동 부문에서 폭넓은 참여율을 보였고, 일부 지역 자동차생산 공장에서는 거의 모든 노동자가 파업에 참여했다. 공공운수는 거의 마비됐고 병원은 응급처치만을 담당했다. 수많은 항공편이 취소됐으며 학교, 공장, 회사와 상점도 문을 닫았다.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서도 격렬한 충돌이 빚어졌다. 마드리드에서는 의회 근처 광장에 약 1천 명이 모였고 경찰은 곤봉으로 이들을 해산시키고자 했다. 시위대는 돌과 화염병을 던졌다. 바르셀로나에서 시위대는 바리케이트를 세우고 불을 질렀고 경찰차도 불에 탔다.

거리에 나선 이들은 또한 주택 강제퇴거 반대를 외쳤다. 무르시아에 강제퇴거를 앞둔 한 시민은 은행 앞에서 시위하다 경찰의 폭력에 부상을 입었다.

  11월 14일 스페인 주요 도시 집회 광경 [출처: Marcha Bruselas(브뤼셀 행진) 페이스북]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카탈로니아, 타라고나 등에서 경찰은 해산 명목으로 시위대를 심하게 구타했다. 스페인 전역에서 최소 120명이 연행됐고 74명이 대치 중 중상을 입었다. 발렌시아와 타라고나에서 경찰은 오전부터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진압했으며 이 때문에 10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이가 머리에 심한 부상을 입기도 했다.

마드리드 의회 앞을 점거하고 있던 시위대 중에서는 잠입했던 위장경찰이 폭로되기도 했다. 경찰이 그를 제압하고 구타하려 하자“나는 동료다”고 외쳤고 근처에 있던 또 다른 사복 위장경찰도 제압된 그를 보호하는 바람에 정체가 탄로났다.

스페인 일간지 <엘파이스>의 http://elpais.com/especiales/2012/huelga-general/?autoplay=1에 이날의 다양한 시위 모습이 실려 있다.

이탈리아: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무상교육 위해 수출항 입구, 철도와 도로 교차로 봉쇄

이탈리아에서도 노동조합 활동가, 일자리가 없는 사람, 대학생이 살인적 긴축에 맞서 대중적인 군중 시위를 전개했다. 수만 명이 이탈리아의 모든 대도시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가장 큰 노동조합 CGIL은 4시간 총파업을 벌였다. 학교와 관공서도 문을 닫았다.

[출처: http://www.guardian.co.uk/ 화면 캡처]

가장 큰 규모의 시위는 로마에서 일어났다. 로마에서는 게릴라전과 비슷한 시위가 벌어졌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중고등학생과 대학생은 돌, 빈병, 화염병을 경찰에 던졌다. 피사에서 대학생들은 대학 총장실을 점거했다. 마일란트, 플로렌스, 투린에서도 시위가 일어났다.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가스를 분사하며 해산을 시도했다. 외신은 마일란트는 사상실 마비됐고 중고등학생들이 거리 교차로를 봉쇄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에서 학생들은 또한 철도를 점거하고 수출항 입구를 봉쇄했다. 투린에서 경찰은 학생을 야구방망이로 가격했다. 볼로냐에서는 1만 명이 행진했다. 은행 유리창에는 “너희는 우리 빚으로 돈을 번다”고 적혔다.

몬티 총리는 재임 1주년이었던 이틀 전에도 강한 저항에 직면했다. 수 만의 중고등학생, 대학생과 실업자 그리고 좌파 정당 지지자들은 도심 광장에 모여 반정부 시위를 진행했다.

그리스: 연대 강화

그리스에서는 점심경 약 3시간 파업과 함께 다양한 도시에서 집회와 시위가 벌어졌다.

공산주의적 노동전선(PAME)은 이번에는 별도의 집회를 진행하지 않고 다양한 지역 시위에 연대했다. “투쟁의 경험과 반노동자적 긴축조치에 맞선 투쟁 강화에 대해 토론할 수 있도록” 연대하자고 PAME는 밝혔다.

좌파연맹 시리자와 가까운 “아브토노미 파렘파시(Avtonomi Paremvasi, 자율적 개입)은 이번 시위의 연대의 의미를 강조하면서도 그리스 총파업이 유럽 행동의 날에 적합한 정치적 무게를 가지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3시간으로 축소된 이번 파업은 주요 노총 지도부가 고조되고 있는 사회적 투쟁의 가치를 인식하고자 하는 정책적이며 조직적인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벨기에: “다른 유럽을 위해 싸우자”

유럽연합과 유럽위원회가 위치한 벨기에에서는 브뤼셀에서의 유럽노총과 벨기에 노총의 연대, 남부지역 파업을 중심으로 시위가 일어났다.

약 2천 명이 브뤼셀 시위행진에 참여했고 이들은 유럽위원회 본청에서 시작해 유럽의회로 행진했다. 경찰이 유럽의회로의 진입을 막아서자 시위대는 벨기에 재정부에 집결해 시위했다. 사람들은 건물에 물감봉지를 던졌고, 담벼락에 '노예부처'라고 적었다.

남부 발로니 지역에서는 철도파업과 함께 대부분의 공공운수 노동자가 일을 중단했다. 철도노동자는 13일 저녁부터 24시간 파업을 시작했다. 대도시에서는 수천 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시위대는 독일 대사관을 향해 달걀을 던지기도 했다. 상점과 학교는 평상시처럼 열렸다.

프랑스: “우리는 그리스인이다”

프랑스에서는 약 5천 명이 파리에서 행진시위를 벌였다. 일자리, 유럽 연대, 긴축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긴축은 건강을 해친다”와 함께 점점 더 많은 연대를 위한 호소가 이어졌다. 시위대는 “우리 모두는 그리스인이며 포르투갈인이자 이탈리아, 스페인 사람이다. 다른 유럽을 위해 싸우자”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었다.

파리 시위에는 프랑스 좌파당(Parti de gauche), 공산당(PCF), 반자본주의신당(NPA)와 노동조합 CGT이 참여했다. 베르나르 띠보(Bernard Thibault) CGT 의장은 “모든 유럽 모든 국가의 노동조합이 같은 날 유럽 긴축정책에 맞선 싸움을 성사시켰다”며 “이는 유럽 정부에 대한 강한 신호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우리는 사회적 유럽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시위대는 특히 지난주 프랑스 정부의 기업에 대한 200억 유로 이상의 세금 감면 조치를 비판했다.

이날 시위는 프랑스 올랑드 정부 구성 이후 처음으로 벌어진 CGT와 CFDT 등 주요 노동조합 시위로 평가됐다. 노동조합은 대도시에서 150건의 시위행동을 벌였다. 보르도에서는 5천 명이, 릴에서는 천 명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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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석삼

    감동! 정은희 동지! 참으로 고생이 많으셨음~^^

  • 건설노동자

    우리나라 노동운동도 저들처럼 투쟁의 열기가 샘솟기를 바랍니다.

  • 너무너무 달라요

    독일이나 네덜란드 영국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아이슬란드 스위스등은 그나마 안정적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