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장애인 농성 100일...“장애·빈곤 대선공약은 낙제점”

박경석 전장연 대표 “부양의무, 장애등급제 폐지까지 농성 계속할 것”

부양의무제, 장애등급제 폐지를 요구하며 광화문 지하보도에서 시작한 장애인들의 농성이 100일을 넘겼다. 지난 8월 21일, ‘낙인의 사슬, 장애등급제 폐지! 빈곤의 사슬, 부양의무제 폐지!’를 외치며 광화문 지하보도에 농성장을 꾸린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의 무기한 농성이 28일로 100일을 맞이했다.

공동행동의 농성에 지난 100일간 2천여 명의 사람들이 동참했고, 2만여 명의 시민들이 지지의 뜻을 밝히는 서명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는 요원해 보인다.

  광화문 지하보도 농성장

지난 21일에는 부양의무제로 인해 기초생활수급권자에서 탈락한 조손가정이 전기세를 못내 촛불을 켜고 자다 화재사고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0월에는 불과 다섯발자국을 이동하지 못해 화마에 숨진 장애인도 있었다.

농성장을 지키는 이들은 이번 대선을 통해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벼르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어느 후보도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의 완전폐지를 약속하는 후보는 없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는 대선후보들의 빈곤, 장애인 공약을 “60점도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박경석 대표는 29일 오전, YTN 라디오 ‘김갑수의 출발새아침’에 출연해 “정작 핵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고 폐지 대신 기준완화나 검토의 입장을 내는 등 신뢰할 수 없다”고 대선후보들의 빈곤, 장애인 정책을 비판했다.

박경석 대표는 “박근혜 대표는 공약에서 맞춤형 복지를 이야기하는데, 이것이 가난한 사람들의 삶에 맞춰진 복지인지 권력과 예산에 맞춰진 복지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문재인 후보와 민주통합당에 대해서도 “보편적 복지를 운운하지만 부양의무제를 우선 폐지하면서 이야기해야 보편적 복지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라 지적했다.

부양의무제에 대해 박근혜 후보는 ‘현행 제도에서 며느리와 사위를 제외하고 기준소득을 상향조정하는 제도개선’을 문재인 후보는 ‘중증장애인과 독거노인에 대해 우선적으로 폐지하고 이후 단계적으로 폐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박경석 대표는 “당장 지금보다 개선되는 것이지만 완전한 폐지가 아니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8월, 농성을 시작하는 장애인들을 경찰이 막고있다 [출처: 비마이너]

장애등급제에 대해서는 문재인 후보는 “당선된다면 ‘국민명령 1호’로 삼아 첫 국무회의에서 바로 폐지를 논의할 것”이라고 약속한 반면, 박근혜 후보는 ‘법령 재정비 검토’라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서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에 난색을 표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예산의 문제다. 정부는 부양의무제를 폐지할 경우 당장 추가로 들어가는 재원이 5조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경석 대표는 “모두 핑계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박경석 대표는 “OECD 국가 중 한국이 노인자살률과 빈곤률이 가장 높다”고 지적하며 “복지국가를 운운하고 4대강을 살리겠다며 22조 원을 쏟아붓는 나라에서 재원의 문제로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를 유지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일축했다.

박경석 대표는 “대통령선거가 목전에 다가왔지만 대선만 바라보며 박수치고 농성을 끝내지는 않을 것”이라며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가 완전히 폐지될 때까지 농성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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