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지털단지, 70년대 구로공단 모습 그대로?

근로계약서 미작성, 무료노동, 부당해고 등... 근기법 위반 다수

공단밀집지역인 ‘서울디지털단지’ 노동자들이 여전히 근로기준법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남부지역 노동자 권리찾기 사업단 ‘노동자의 미래’(노동자의 미래)는 30일 오전, 서울 관악지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접수된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를 밝혔다.


앞서 노동자의 미래는 지난달 24일부터 ‘노동법을 지켜라’ 캠페인을 진행하고,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에 대한 신고 접수를 받아 왔다.

근기법 위반사례는 크게 근로계약서 미작성, 무료노동 만연, 휴업수당 미지급 및 부당해고 등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금속제조업체인 C사는 채용면접시 월 200만 원을 약속했지만, 실제로 월 160만 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임금체불여부를 증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불법적인 시간외 근로와 ‘무료노동’ 만연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대행회사인 J사의 노동자들은 일주일 평균 3~4회의 야근과, 2주에 1번 철야 작업을 하고 있지만 어떤 직원도 기본급 외 연장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

휴업수당 미지급과 부당해고 사례도 다수 드러났다. 작업량이 적어지는 등 경영상 사정이 발생할 때, 휴업수당을 지급하기는커녕 오히려 노동자를 해고하는 방식이다. 의류업체 A사는 10년간 일해 온 노동자를 일이 없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해고했다. 사업주가 바뀌면서 전원 해고 통보를 받은 노동자들도 있다.

100명 이상의 생산직 노동자가 근무하고 있는 제조업체 N사의 경우, 작업량이 많은 4월에는 모든 노동자에게 밤 10시까지 강제 연장근로를 시켰다. 하지만 작업량이 적어지면서 라인별로 연차휴가일을 지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의 미래는 이 같은 제보 중 6건을 고발, 19건을 청원, 5건을 진정 및 고소한다는 방침이다.

김요한 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공인노무사는 “어느 사업장에서는 관리자가 노동자를 폭행하는 전근대적 범죄마저 있었고, 기계가 고장 난 것이 노동자 탓이라며 수리비를 임금에서 삭감한 업체도 있었다”며 “근로기준법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서울디지털단지의 노동 현실은 과연 지금이 2012년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비판했다.

때문에 이들은 서울디지털단지 전반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근로계약서 서면 교부 정착 △무료노동 근절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내 근로자건강센터 등 3대 요구사항을 제시한 상태다.

또한 3대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서울디지털단지 노사정 선언 및 협약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노(민주노총 서울본부 남부지구협의회), 사(서울디지털단지 사용자협의회), 정(노동부 관악지청, 구로구청, 금천구청)이 ‘근로기준법 준수 협약’ 체결로 3대 과제 실현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해 나가야 한다는 요구다.

구자현 민주노총 남부지구협의회 지회장은 “3000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서명에 동참하면서, 노동자들의 요구가 확인되고 있다”며 “현재 디지털단지의 문제는 사업주와 고용노동부, 지자체 등의 공동 책임이 있는 만큼 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노, 사, 정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자회견단은 “무언가 양보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공단에서 사업하려면 최소 기준만큼은 지켜달라는 것”이라며 “사용자단체와 노동부, 그리고 구로구청과 금천구청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

서울디지털단지 , 노동자의미래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윤지연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