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산업자본 증거, 일본 관보 뒤져 찾아내

숨겨진 론스타의 산업자본 아수(雅秀)엔터프라이즈 발견...ISD 소송에도 유리

외환은행 먹튀 논란을 일으킨 론스타(LSF-KEB Holdings, SCA)가 외환은행 인수 당시부터 현재까지 은행을 소유할 자격이 없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라는 점을 증명하는 새로운 자료가 일본관보를 통해 드러났다.

금융당국이 국회에서 제기된 관련 의혹 조사를 직무유기하는 동안 론스타 먹튀 문제를 끊임없이 추적해온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일본관보를 샅샅이 뒤진 끝에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낸 것이다.


이번 자료는 론스타가 지난해 11월말 제기한 ISD(투자자국가소송제) 소송에도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4일 오전 박원석 진보정의당 의원과 참여연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국회 기자회견장(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론스타가 그동안 일본에 꽁꽁 숨겨 두었던 또 다른 거대 계열사인 아수(雅秀)엔터프라이즈의 존재를 공개했다.

이들은 “론스타가 2002년부터 보유한 계열사인 아수엔터프라이즈의 자산이 2011년 12월 말 기준 1조 5,994억 원에 달하고, 앞선 2004년 12월 말 기준으로도 7,280억 원 이상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론스타가 당시 보유한 비금융회사 솔라레 호텔 체인(2011년 말, 6,029억 원)과 PGM Holdings, KK(2004년 말, 1조 1,500억 원)의 자산을 합치면, 산업자본의 총 자산이 2조 원을 상회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은행법은 동일인 중 비금융부문이 자본합계 25%나 자산총액 2조 원을 넘을 경우,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로 분류하고 있다. 또한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으며, 의결권은 4% 이내로 제한된다. 따라서 아수엔터프라이즈의 발견은 론스타의 비금융부문 자산 총액이 2조 원을 넘는다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

아수엔터프라이즈는 일본의 중요 문화제의 하나인 목흑아서원 관리회사로 외환은행 인수 1년 전인 2002년 9월 론스타재팬이 아수엔터프라이즈를 약 773억 엔(약 7,700억 원)에 인수했다. 아수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1월까지 론스타의 계열사였다. 2003년 9월 26일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이전부터 2012년 1월 27일 외환은행을 매각한 전 기간 동안 아수엔터프라이즈가 론스타의 숨겨진 계열사였다는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 론스타가 꽁꽁 숨겨둔 마지막 대규모 계열사인 아수엔터프라이스를 찾아내 대차대조표 중 일부를 확인했다”며 “아수엔터프라이즈는 목흑아서원이라는 문화재 겸 예식장 관리 운영 회사라 금융자본일 수가 없다. 산업자본의 중요한 고리”라고 설명했다.

전성인 교수는 “그동안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고 있던 전체 기간 동안 산업자본이었느냐를 밝히는 데는 약간 부족함이 있었다”며 “론스타는 자산 4조 원대인 일본의 골프장 관리회사인 PGM Holdings 때문에 비금융주력자 시비를 회피할 수 없게 되자 2011년 12월초에 이 회사를 매각했지만, 단일한 비금융회사이며, 론스타가 지속적으로 보유중인 아수엔터프라이즈의 발견은 이런 문제점을 결정적으로 보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수엔터프라이즈의 발견은 참여연대가 진행 중인 외환은행 주주대표소소 및 주주총회 무효/부전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으로 전망된다.

김성진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부위원장(변호사)은 “론스타는 자신이 산업자본인데도 산업자본임을 감추고 외환은행을 인수했다”며 “주주대표 소송에서 론스타가 애초에 산업자본이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데 추가 입증자료로 중요하게 사용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권영국 민변 변호사는 “대선이 끝난 직후 검찰은 금융감독 당국의 직무유기를 모두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리고 면죄부를 줬다”며 “검찰은 론스타의 산업자본 관련 여러 의혹제기를 수사할 직무상 의무가 있는데도 시민사회 단체의 몇몇 개인이 수사 기관 역할을 대행하는 서글픈 현실에 있다”고 검찰을 비난했다.

박원석 의원은 “론스타는 지난 10년간 산업자본이었으며, 외환은행을 소유할 자격도, ISD를 제기할 자격도 없다”며 “금융당국이 비금융주력자 해당여부를 심사조차 하지 않아 오늘과 같은 사태에 직면하게 된 만큼 국회가 나서서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원석 의원은 “론스타가 제기한 ISD소송에서 승소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사실을 정부가 인정하는 것”이라며 “박근혜 새 정부는 지금이라도 론스타가 산업자본이었고, 외환은행 지분 보유에서부터 그간의 배당, 매각까지 모든 법률적 행위가 무효임을 선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