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교육운동

[기고] 교육운동진영, 노동자 민중의 투쟁에 적극 결합해야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추진될 것이다. 첫째,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실질적인 완결과 안착화를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무엇보다 박근혜가 이명박과 같은 새누리당 후보이기 때문이며, 한국사회 보수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새누리당의 교육정책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18대 대선공약에서 이전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거나 부분적으로 그것을 유지하는 입장을 취했으며, 심지어 이명박 정부에서 완결하지 못했던 정책들을 마무리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다음 몇 가지 사례로도 확인된다.

우선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고교다양화 정책’이라는 미명하에 자율형사립고를 전면도입하면서 확대한 ‘고교서열화 정책’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계급적 성격과도 연동된다. 한국사회 보수 기득권층은 교육을 부를 대물림하는 수단으로 안착화시키고자 노력하였고, 이는 대학서열체제도 모자라 고교서열체제로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의 아들 국제중 입학논란에서 드러났듯이, 국제중, 국제고, 특목고, 자사고 등은 가진자의 자녀들의 상위권 대학진학을 위한 필수적인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이른바 명문대생의 30%는 상위계층 자녀라는 통계도 나올 정도이며, 그 상당수가 이른바 특목고, 자사고 출신인 것으로도 확인되고 있다.

다음 박근혜 정부는 사학자본의 지배력을 유지온존하거나 부분적으로 확대할 것이다. 한국사회 교육문제의 중심에는 교육기관에 대한 사적 소유 및 지배구조라는 고질적인 원인이 존재한다. 대학등록금이 비싼 이유도, 사학재단 비리가 사라지지 않는 것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한편 신자유주의 교육시장화는 교육 그 자체를 상품화하려하고 동시에 교육기관에 대한 자본의 지배력을 확장한다. 대학의 기업화·시장화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런데 박근혜 당선자의 교육정책 중 대학분야 공약을 보면 전체 대학의 80%에 육박하는 사립대학의 문제점에 대한 언급이 없다. 단지 이전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대학의 특성화·다양화를 지원하고 대학의 취업지원 시스템을 대폭 확충’한다는 언급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런데 이 특성화와 다양화가 의미하는 것은 결국 대학서열체제는 어쩔 수 없으니 대학별로 자구책을 구하라는 것이며, ‘대학 재정지원을 과감하게 확대’하겠다는 공약은 ‘취업률 등을 잣대로 재정지원에 차등을 두어 대학구조조정을 과감하게 하겠다’는 의지의 다른 표현이다. 오히려 ‘대학별 취업지원시스템 구축 지원 대폭 확충’이라는 표현에서처럼 ‘대학별 경쟁’을 더욱 가속화하고 치열하게 유도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최근 사립학교법 개정을 둘러싼 논란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1월 28일 교육과학기술부가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면서 마치 사학의 족벌적인 운영을 규제하는 것처럼 사태를 호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핵심 독소조항을 건드리지 않았다.
그동안 새누리당과 사학법인연합회·보수성향의 개신교계 등은 ‘사유 재산인 사립학교는 국가가 간섭하는 게 옳지 않으니 사학법인의 자율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고,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자 모두 같은 입장을 견지해 왔다는 점에서 사학의 국공립화는 고사하고 사학의 민주적 운영조차 당분간 어려울 것을 보인다.

마지막으로 박근혜 교육정책 입안자들의 입장과 태도의 문제이다. 박근혜 당선자가 아무리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리는 교육으로 변화’를 외쳤어도, ‘대입부담의 대폭 감소, 대입혼란 방지’를 약속했어도 이것은 수사에 그칠 가능성 높다. 왜냐하면 교육정책 입안자들이 이전 이명박 정부의 경쟁교육정책의 주역들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곽병선으로 그는 2008년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선임위원으로 ‘2009개정교육과정’의 실무를 맡았던 인물이다.

‘2009 개정교육과정’은 그 악명높은 ‘집중이수제’를 탄생시켰으나 학교현장의 반발과 그 자체의 비교육적인 성격 때문에 시행 2년 만에 체육, 음악, 미술이 제외되는 등 수정을 당해야 했다. 또 ‘자율수업 조정제도’의 경우에도 교육운동단체들의 예견처럼 입시 주요과목인 영,수,국의 수업 시간만 늘어나는 부작용을 겪고 있다. 이런 인물이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을 입안하는 인수와 간사로 활약했다는 점에서 향후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온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 지속 심화될 것임은 너무도 자명하다.

둘째, 대중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대증요법의 성격을 갖는 정책들이 추진될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새누리당 후보 박근혜의 당선에서 눈여겨 볼 점은 보수를 자처하는 자들도 복지를 자신의 핵심공약으로 제출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그것이 정치적 수사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하나, 중요한 것은 보수를 자처한 세력이 복지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으면 안된다는 정세적 규정하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즉, 지금은 보수가 복지는 빨갱이나 주장하는 것이라던 자신들의 논리를 스스로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무엇이 보수로 하여금 복지를 말하게 만들었는가? 무엇보다 경제위기로 노동자 민중의 삶이 위기에 내몰리고 있음을 들지 않을 수 없다. 노동자 민중의 삶에서 교육비용의 부담은 이명박 정부 내내 줄지 않았다. 그리고 이는 한국경제 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될 정도이다. 일부 지표에서 교육비 지출이 준 것으로 나타나기도 하였으나 이는 아이들 교육비마저 줄여할 만큼 삶이 어려워 졌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때문에 지배계급의 입장에서는 어떤 수준으로든 대중의 불만이 체제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데 이때 복지라는 카드만큼 유효한 것은 없다.

이 복지라는 카드는 지배계급이 주는 선의의 선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계급의 출현 이후 인류 역사에서 단 한번도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의 저항과 투쟁이 없는데 선의, 즉 양보적인 조치를 취한 적이 없다. 우리가 복지라고 말할 때 모델로 삼는 서구유럽의 복지모델도 실상 노동자 민중의 지난한 투쟁의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씨가 일제고사 부분 폐지나 반값등록금 실현을 공약으로 내건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만일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줄기차게 전개된 교사, 학부모, 학생들의 일제고사 반대투쟁이 없었다면, 그리고 반값등록금 공약이행을 촉구하는 대학들의 투쟁이 없었다면 이런 공약은 제출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대중요법의 한계는 너무나 분명하다. 박근혜 교육정책은 복지적 요소가 뒤섞여 있어,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재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애초 이 복지예산에 대한 대선 공약자체가 계산착오 혹은 사기성에 가까워 재원마련이 불가능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문제는 이번에 통과된 2013년 예산안에서도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복지예산 중 기초생활보장 대상자의 의료비 보조 예산을 2천8백여억 원이나 줄였고,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호봉제 예산 8백8억 원도 전액 삭감됐다. 뿐만 아니다. 보육원 아동들의 식비는 1420원에서 100원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아동의 한 끼 식비로 권고한 3천5백 원의 절반도 안된다. 반면 건설자본을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약 3천7백억 원 증가해 복지예산보다도 훨씬 많이 늘었다. 전체적으로 한국의 복지지출은 GDP 대비 10퍼센트도 안 돼, OECD 평균(20퍼센트)에도 한참 못 미치는 최하위 수준임을 고려하면 부자 증세 없는 복지의 한계는 너무나 명확하다.

또한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은 실효성이 없거나 오히려 부작용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당선자의 교육공약에는 대중의 불만을 투영시킨 것들이 존재한다. 예를들어 박근혜 당선자는 대선에서 중1 자유학기제, 대입제도 간소화, 교과서 내실화 등을 내건 바 있다. 그러나 이들 공약 대부분은 중도에 좌초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초중등교육을 근본적으로 왜곡하고 있는 대학서열체제와 입시경쟁교육은 전혀 손을 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공약에선 자유학기제를 도입해 ‘소질·능력·적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개인 맞춤형 진로 컨설팅을 제공’하겠다고 하였지만, 변질된 중등교육과정에서 이는 ‘빛 좋은 개살구’ 혹은 ‘그림의 떡’이 될 공산이 크다. 실제로 보수적인 교원단체조차 일선 학교 현장의 준비가 아직 안 돼 있는 데다 학력 저하까지 우려되는 만큼 현재로선 시기상조라고 우려를 표하고 있는 지경이다.

대입제도의 간소화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2013년 수능이 두개로 분리되어 진행되면서 나타날 혼란으로 인한 대중의 불만을 잠재워야 하고, 다음 복잡한 대입제도를 통해 이른바 성적우수학생 선발을 통해 대학의 서열을 유지하면서 돈벌이를 해왔던 사학자본들의 반발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른바 교과서 내실화 정책도 많은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예측된다. 박근혜 씨의 교육공약에 따르면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교과서 완결 학습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한다. 한마디로 대학입시를 포함한 주요 시험을 모두 교과서 안에서 내면 된다는 발상이다. 그런데 현실에 대학서열체제 상위권대학들이 수시에서 교과서 밖의 문제를 내거나 수능자체가 교과서 수준을 벗어나는 문제출제로 이른바 선발의 변별력을 유지하는 현실을 바꾸지 않는 한 실효성이 없다. 오히려 역으로 교과서의 학습량을 더욱 늘리거나 난이도가 높아진 교과서로 학생들이 사교육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실제로 2012년 정부가 발표한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으로 인해 2013년부터 수학교과서가 ‘스토리텔링’ 형태로 바뀌고 시험유형도 변하게 된다. 결국 ‘사고력수학’이라는 새로운 시장 탄생에 교육기업들은 우위 선점을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 일환으로 TV광고까지 진행하고 있는 지경이다.

한편 박근혜 정부는 교과서 개정 등으로 교육과정에 대한 보수진영의 개입을 확장하고자 할 것이다. 실제로 최근 교육과학기술부는 장관이 교과서 검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고 요구에 따라 교과서 내용을 수정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여기에 뉴라이트 교과서를 만들던 인사가 인수위 핵심인사로 등용되었다. 이로써 그동안 ‘특정 집단의 역사 인식을 강요하는 교과서’에 대한 교육운동진영의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는 셈이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교육과정을 통제하여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때문에 이를 둘러싼 대립과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운동의 과제

박근혜 정부 하에서 교육운동은 무엇을 할 것인가? 첫째,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맞선 중단 없는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지난 이명박 정부하에서 교육주체들은 끊임없이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비판하며 투쟁했다. 그 결과 박근혜 씨의 대선 공약의 일부 내용은 교육주체들의 투쟁의 요구를 부분적으로 반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조건을 형성하였다. 때문에 우리는 한 측면에서는 그 교육공약의 성실한 이행을 촉구하고 압박하는 투쟁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OECD 상위 수준의 학급당 학생수 감축, 교원업무 정상화, 대입제도 간소화, 초등학교 일제고사 폐지, 고교 무상교육, 대학반값등록금, 고등교육재정확대 등이 그것이다. 동시에 우리는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에 이어 지속적으로 추진할 신자유주의 교육정책들에 맞선 싸움을 전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제고사 중단, 학교폭력 생기부 기록반대, 농산어촌학교 통폐합반대, 교원평가반대, 국공립대민영화반대, 교육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의 투쟁을 중단 없이 전개해야 한다.

둘째, 교육주체들의 단결을 강화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은 교육운동에게 남다른 교훈을 주고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부문별 이해에만 국한된 운동방식의 지양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교육운동은 유아교육, 중등교육, 대학교육 등으로 각자의 영역에서 따로 놀고, 자신들의 현안에만 매몰되어온 측면이 존재한다. 또 막상 자신들의 현안문제가 해결되면 다른 주체의 투쟁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저열한 운동방식도 존재했다. 한편 교육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 또한 시급하다. 무엇보다 학교현장에서는 교사와 비교사라는 구분을 넘어 교육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을 이루어야 하며, 반목하고 갈등하는 교사와 학부모, 교사와 학생이 아니라 대학서열체제와 입시경쟁교육을 함께 허물기 위한 동반자적 관계로 재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부모를 교육이라는 상품의 소비자로 규정해온 관성을 깨야 하며, 학생 또한 훈육과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인격적인 존재로 존중되는 학교문화, 사회문화의 형성을 위한 교육주체들 상호간의 관계재정립을 위한 실천이 요구된다.

셋째, 교육운동 주체들이 노동자 민중운동과의 결합을 강화해야한다. 기존의 교육운동의 가장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교육주체를 교사-학생-학부모로만 이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에는 교사 외에도 많은 교육노동자들의 존재한다. 때문에 이제는 교사-비교사노동자-학생-학부모로 설정이 바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만족할 수 없다. 교육을 만인의 보편적인 권리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민중이 교육을 바꾸는 투쟁에 함께해야 한다. 물론 현실의 노동자 민중 상당수는 교육을 여전히 개인의 문제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갈수록 심화하는 교육불평등은 이제 사태의 근본원인인 대학서열체제, 교육기관의 사적 소유, 지배구조 자체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거대한 대중적 분노로 전화되기 위해서, 다시 말해 도화선에 불을 붙이기 위해서는 교육주체들이 노동자 민중의 투쟁에 보다 적극적으로 결합하면서 교육문제의 본질을 폭로하고 대중행동을 조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자유주의 정치세력의 뒷꽁무니를 쫓아다니던 잘못된 실천과 단절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대중적인 운동의 창출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을 요구한다. 즉, ‘교육혁명’을 대중 자신의 요구와 행동으로 조직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운동을 창출해야 한다. 이미 한국교육의 근본적인 해법은 제출되었고, 지난 18대 대선에서는 통합진보당, 진보정의당, 김소연, 김순자 후보는 ‘교육혁명공동행동’의 정책제안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다. 심지어 민주통합당까지 그 내용의 일부를 수용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교육혁명의 청사진을 보다 대중적으로 알려내고 대중의 참여를 조직하기 위한 지형은 일정하게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남은 것은 그것을 노동자 민중의 요구로 만들기 위해 교육운동진영이 노동자 민중투쟁에 더욱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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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 이명박 ,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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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가 넘 좋아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