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대, '일베' 항의전화에 5.18 강좌 불허

강의 하루 전 “강의실 사용 불가” 통보

“강의 장소가 바뀌어서 강의 주제도 바꾸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한홍구 교수)
“강의 제목은 ‘어쩌다가’입니다. 대구가 어쩌다가 이렇게 됐나. 이 말이죠” (서해성 작가)

11일, 5.18민중항쟁33주년대구경북행사위원회가 주관한 ‘일베에 상처받은 벗들을 위한, 5.18광주항쟁 특별강좌’가 애초 계획된 대구교대 제1 강의동 102호실이 아닌 본관 로비에서 진행됐다.

이날 ‘끝까지 도청에 남은 사람을 기억하자’는 주제로 첫 번째 강연을 맡은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와 서해성 작가는 갑작스런 강연 장소 변경에 애초 계획된 강연 주제를 바꿔 ‘조선의 모스크바’라 불렸던 대구의 근현대사에 대한 강연을 2시간여 동안 진행했다.

[출처: 뉴스민]

대구교대, 강좌 하루 전 “강의실 사용 불가” 통보
일베 회원이라 밝힌 항의전화 수십통 걸려와


강좌 하루 전인 10일, 대구교대는 강좌 주최 측에 ‘시설물 사용 요청에 대한 회신’을 보내 “교내 주차 공간 부족과 대학원생들의 야간 수업 등 내부구성원들의 불편 폭주, 각종 민원이 제기돼 강의실 사용 요청을 허가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앞서, 5월말 무렵 대구교대 학생회는 학생처에 특별강좌 개최 신청을 하고. 학교의 승인을 얻어 특별강좌행사 소식을 알리는 현수막을 교내에 다는 등 홍보 활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행사가 공식적으로 알려진 후 학교로 인터넷 정치커뮤니티 일베(일간베스트) 회원이라고 스스로를 밝힌 수십통의 항의전화가 총장실, 학생처, 사무처, 학생회실 등에 걸려왔다. 때문에 학생처는 학생회에 “항의전화가 많이 걸려온다”며 행사 승인 취소 통보를 했다.

이에, 행사를 주관한 5.18민중항쟁33주년대경행사위는 지난 9일 대구교대 사무국과 대구지방보훈청에 특강 협조공문을 보내고 다시 한번 강의실 사용 요청을 했지만 10일 교대는 공식적으로 강의실 사용 요청 불가 결정을 통보했다.

“예비교사에게 권장되어야 할 강좌…정체불명 집단에 휘둘려 취소해”
대구교대, “외부단체 행사라고 해서 취소한 것”


석연치 않은 이유로 행사 하루 전날 강의실 사용 요청 불가 결정이 나자 5.18민중항쟁33주년대경행사위와 5.18역사왜곡에항의하는대구시민연대 등은 11일 오후 4시 30분 대구교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교대의 특별강좌 강의실 사용 불가 방침에 강하게 항의했다.

김두현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익명의 일베 회원이 대구교대에 항의전화를 건 후 강의실 사용 불가 결정이 내려진 것을 두고 “초등학생에게 역사적 사실과 기록을 가르쳐야 할 예비교사들에게 이런 강좌는 적극 권장 돼야 하나 대구교대는 오히려 정체불명의 집단에 휘둘려 강좌를 취소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 이후 진행된 특별강좌 주최 측과 대구교대 측의 면담 자리에서 최억주 대구교대 학생처장은 “학생들이 주관하는 행사로 알고 허가했지만 학생들은 외부에 명의만 빌려주고 실제 주관은 외부단체에서 한다기에 행사를 취소하게 됐다”며 “5.18민주화운동 관련 행사도 중요하지만 어떤 사안은 되고 어떤 사안은 안 된다는 말이 나올 수 있으니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억주 처장은 “2011년 대구교대에서 6.15공동선언 행사를 했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반박에 “지난해 총장이 바뀐 뒤로는 허가한 적이 없다”고 해명하며 강의실 사용 불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일베로부터 지켜야 할 것은 진보가 아니라 보수”

교대 측이 강의실 사용 불가 입장을 굽히지 않자 주최 측은 본관 로비에서 강연을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했고, 예정된 저녁 7시 강연은 7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서해성 작가는 강연 서두에 “이른바 ‘충’들이 무섭진 않다. 20세기에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일이 바로 식민지 지배와 이에 맞선 투쟁과 독재와 이에 맞선 투쟁, 즉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이다”며 “지극히 보편적인 기준에 따라 이에 대한 이의는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이 두 가지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이른바 뉴라이트와 ‘충’들이 하는 일이다. 그들은 이 땅의 진정한 보수가 아니”라고 급작스런 강연 장소 변경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한홍구 교수도 “우리가 일베로부터 지켜야 할 것은 진보가 아니라 보수”라며 “진짜 보수가 있어야 할 자리를 그들이 차지하게 해서는 안된다. 광주에 대한 그들의 표현은 진보, 보수를 떠나 인간 존엄성의 문제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평화박물관이 기획하고 5.18기념재단이 후원하는 이번 특별강좌는 이날 강연을 포함해 모두 세 차례 예정되어 있다. 18일 예정된 두 번째 강연은 ‘박정희와 광주-나의 일베 전투기’를 주제로 팝아티스트 낸시랭과 강연민씨가 강연자로 나서고, 25일 마지막 강연은 ‘내 마음속의 5월-기억 속의 광주, 예술 속의 광주’를 주제로 1980년 당시 광주 시민군 이었던 홍성담 작가가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기사제휴=뉴스민)

[출처: 뉴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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