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 이야기 또 다른 영화 <탐욕의 제국>

홍리경 감독 23일까지 후원자 모아 시사회 준비

<또 하나의 약속>에 이어 삼성반도체 공장의 숨겨진 진실을 다룬 다큐멘터리 <탐욕의 제국> 개봉지원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독립영화 제작집단 ‘푸른영상’은 3월 개봉을 예정으로 후원자를 모으고 있다.

  삼성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왼쪽), 홍리경 감독(오른쪽) [출처: 울산저널]

<탐욕의 제국>은 삼성에 의해 병을 얻은 이들과 억울한 죽음을 외면하는 한국 사회의 이야기를 담았다. 홍리경 감독이 만드는 92분짜리 다큐멘터리로 독립다큐멘터리 제작집단 ‘푸른영상’에서 제작한다.

“믿어져요? 내가 장애인이 됐어요. 가만히 있으면 화가 많이 나. 화가 나서 미쳐”

한혜경씨는 1995년 삼성전자 LCD 기흥 공장에 입사해 6년간 모듈 공정에서 일하다 퇴사했다. 28살이 되던 해, 소뇌부 뇌종양 진단을 받고 수술했지만 후유증으로 시력, 언어, 보행 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재활치료와 함께 회사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 중이다.

“일이 너무 힘들어 우울증이 생겼어요. 일이 많아도 돈을 많이 주니까 계속 다녔죠”

이윤정씨는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1997~2003년까지 6년간 고온 테스트 업무를 진행했다. 2010년 악성 뇌종양 수술을 했지만 종양을 다 제거하지 못해 1년 시한부 선고를 받고 투병생활을 시작했다. 선고 받은 시한부 인생 1년을 넘기고 희망을 찾을 때쯤, 새로운 종양이 발견돼 2012년 5월 숨졌다.

박민정씨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삼성반도체에 들어가 6년 일했고 퇴사 후 유방암 발병 사실을 알았다. 대수술 끝에 건강을 회복 중이며, 최근에는 반도체 전자산업의 여성 건강을 고민하는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몸에 멍이 자주 들었고요. 먹으면 토했어요. 아주 피로하고 어지럽고, 그래서 큰 병원에 갔더니 백혈병이래요”

2003년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 입사, 2년여 간 생산직 노동자로 일했던 황유미씨는 2005년 심한 어지럼증으로 찾은 병원에서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골수이식 뒤 항암치료를 지속하던 그는 2007년 아버지가 몰던 택시 뒷좌석에서 23살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는 딸의 죽음 원인을 밝히기 위해 무작정 언론사, 인권시민단체들을 찾아간다. 이를 계기로 반도체 노동자의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 결성됐고 또 다른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제보가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1심에서 산재승인을 인정받았지만 근로복지공단과 삼성의 항소로 2심을 진행중이다.

[출처: 울산저널]

정애정씨는 삼성반도체 기흥 공장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급성골수성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민웅 씨의 부인이다. 사내커플이던 두 사람은 2001년 결혼해 2005년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 홀로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정애정씨는 남편의 죽음을 규명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2007년 급성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 씨 사례가 2014년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산업재해를 제보한 삼성의 노동자는 모두 180명이고 그 가운데 66명은 이미 숨졌다.

<탐욕의 제국> 개봉지원 프로젝트에 모인 후원금은 선전물 인쇄, 상영본 제작, 시사회 대관 등 개봉비용으로 사용된다. 오는 23일까지 3천만원 모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 후원자는 213명으로 8백여 만원이 모금됐다. 후원자 이름은 영화 마지막에 공개하고, 액수에 따라 시사회 초대권과 DVD를 지급, 삼성직업병을 다룬 책 <먼지 없는 방>, <사람 냄새>를 보내준다.

푸른영상은 1991년 결성한 다큐멘터리 제작집단이다. 1988년 길거리에 내몰린 상계동 주민들의 모습을 담은 김동원 감독의 <상계동 올림픽>을 시작으로 변영주 감독의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문정현 감독의 <할매꽃>, 정일건 감독의 <대추리에 살다>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덧붙이는 말

용석록 기자는 울산저널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울산저널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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