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피아 논의, 어떻게 볼 것인가?

[주례토론회] 관피아 논의의 문제와 관료제 개혁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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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관피아, 왜 부각되었는가?

□ 박근혜 대통령, “국가개조를 위해 관피아 등 적폐 척결해야”

○ 5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사과문
- “국가를 개조해 원칙이 바로 서고 비정상이 정상화돼 안심하고 잘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동안 이 나라에 쌓인 부정부패, 비정상, 무원칙, 무능, 무책임 등 적폐를 척결해야 한다.”
- “정부 조직을 개편해 각 부처의 책임 소재를 더 명확히 하고, 인사혁신을 통해 공직자의 전문성과 역량을 강화하며, ‘관피아(관료+마피아)’를 제도적으로 막아 규제자와 피규제자와의 부정한 유착관계를 끊겠다.”

○ 6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의 6ㆍ4 지방선거에 대한 평가
- “정부는 이번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면서 국가개조에 매진할 것”
- “그동안 쌓여온 비정상과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공직혁신, 안전혁신을 통해 반듯한 나라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정부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

□ “관피아”라는 용어의 등장

○ 관피아라는 용어는 세월호 참사 직후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더니, 얼마 후 이 사고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여 “국가 시스템 개조” 주장과 함께 제기됨
- 4. 23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 세월호 참사 계기로 ‘해양 마피아(해피아)’ 논란이 이는 것과 관련, 부실ㆍ비리를 부추길 소지가 큰 ‘관료 낙하산’ 금지 법안 추진
- 단순 인적교체론 안 돼 … 국가개조 차원 시스템 개편을 (중앙일보, 4.23)1

- 세월호 사태 후 정부 내부에서 국가 시스템을 개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참사로 인한 내수 위축 등 경제적 충격은 물론 각종 사회적 파장까지 감안할 때 현 국가시스템으로는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매경, 4. 24)
- 세월호 침몰 과정에서 보여준 공무원들의 모습은 무사안일·수동적·책임 모면하기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해 원전 사고와 철도파업, 부실 저축은행 사건의 배경엔 관료들의 전관예우형 재취업을 고리로 한 관피아(관료+마피아)의 유착 커넥션이 있었다. 국가 개조의 초점은 한계에 도달한 관료 조직의 수술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다.
◆ 관피아=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 정부 부처의 관료가 퇴직한 뒤 관련 기업에 전관예우로 재취업하는 유착 관계를 의미한다. 이는 각종 납품 비리나 대형 사고로도 이어지며 부패의 고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마피아로 비유된다. (중앙일보, 4.24)
- 세월호 침몰 참사를 계기로 국가 개조론이 뜨겁다. 이번 사고로 확인된 총체적 부실과 무능을 바로잡으려면 국가 개조 수준으로 대한민국을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관료들 스스로의 배를 채우기 위해 ‘마피아’로 불리며 행정 시스템을 사유화(私有化)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미 ‘관료 마피아와의 전쟁’을 예고한 상태다. 박 대통령은 “해양수산 관료 출신들이 38년째 해운조합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것도 서로 봐주기 식의 비정상적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가 얼마나 확고한 의지를 갖고 ‘관(官)피아’와 전쟁에 나서는지는 국민이 두 눈 똑똑히 뜨고 지켜볼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 4.24)
- 여권 핵심 관계자는 23일 “당장은 사고 수습이 가장 큰 임무지만, 사고 수습과 함께 국가 개조 차원의 대대적 공직사회 인적쇄신과 재발 방지책 마련이 정부 차원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가리는 과정에서 이뤄질 문책성 개각이 관료사회의 병폐인 ‘관피아(관료+마피아)’ 낙하산 관행을 수술하는 신호탄이 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또 범정부 차원의 ‘국가 안전을 위한 국가 개조 그랜드 플랜’ 마련 작업에도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 2014.4.24)2

○ 이제는 거의 매일 언론보도에 나올 정도로 대중화

2. 관피아의 의미와 현실

□ 관피아의 의미

○ 정부가 특정 이익집단과 결탁하는 것
- 관료들의 광범위한 낙하산 인사로 인해 업계에 대한 정부의 감독 및 견제기능이 크게 약화되고, 안전에 대한 정부의 감시ㆍ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음
- 관피아들은 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로비스트로 활동하면서 줄기차게 규제 완화 요구
→ 이런 점에서 관료제 개혁이 반드시 필요

○ 특히 관피아 문제의 핵심은 이해충돌 회피에 있음
- 공직자의 입직ㆍ재직ㆍ퇴직에 이르기까지 공직자의 생애주기 전 과정을 관리할 필요

○ 다만,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의 대응책으로 관피아 척결을 전면에 내세우고 민관유착이 문제라고 얘기하는 배경에 대해서는 되짚어봐야
- 이는 보수언론이 몰아가는대로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 요구를 회피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방편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
- 낙하산 인사가 관피아로 대체되고 있음
- 특히 관피아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제출되는 방안들이 공공부문의 상당 부분을 시장으로 넘기는 국가개조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해야

□ 관피아의 현황

○ 5월 22일 현재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 153명 중에서 ‘관피아’가 전체의 33.3%인 51명
- 여기에 정치권, 대통령 측근 인사들을 포함하면 무려 49%인 75명

○ 산하 및 유관기관으로 넓히면 ‘관피아’의 비율은 더욱 증가
- 해양수산부의 경우 산하 및 유관기관 14곳 중 11개 기관장을 해수부 출신들이 차지
- 산업통상자원부 퇴직관료의 유관기관 재취업 현황을 보면, 2006년부터 올해 초까지 8년 동안 4급 이상 퇴직 공무원 336명 가운데 139명이 61개 산하기관의 주요 보직에 임용
- 국토교통부도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국토부에서 퇴직한 4급 이상 공무원 314명 중 118명이 산하기관이나 유관단체에 취업
- 금융권에서도 마찬가지.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산하 금융 공공기관 13곳과 5대 금융지주, 4개 금융 관련 협회 등 22곳의 기관장 중 절반이 넘는 12명이 금융위, 기재부 관료 출신3

○ 사기업 취업 현황
- 안전행정부가 지난 2013년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9~2013년 사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재취업 심사를 받아 퇴직 이후 직무관련성이 높은 각종 사기업에 취업한 고위 관료는 1263명으로, 전체심사 1362명 중 92.7%가 통과 → 정부는 허술한 법 집행과 관행적인 심사를 통해 관피아를 양성
- 공공기관의 전관예우, 낙하산 인사뿐만 아니라 사기업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퇴직 관료들의 사례는 민관유착 정도가 아니라 일체화하고 있음을 보여줌

3. 관피아 논의의 본질

□ 관피아가 문제 있는 것은 사실

○ 세월호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로 인한 선박ㆍ선사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지적되고 있는 것처럼, 주무부처 관료가 퇴직 이후 산하 및 유관기관에 취업하는 관행이 문제인 것은 사실
- 퇴직 관료들이 민간기업들을 대변하는 조합이나 협회 등에 재취업하여, 공공성의 담지자로서 부여받은 권한을 국민들의 행복과 안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익을 위해 사용하고, 현직 공무원의 의사결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국가의 관리와 감독을 약화시키는 ‘방패’ 구실을 하기 때문
- 특히 생명과 직결되는 선박검사, 소방안전관리, 철도안전점검을 비롯하여 금융 투자자보호 분야 등에서 사업자단체가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요직에 퇴직관료가 자리하게 되면 정부의 감독 및 견제기능이 소홀해질 수밖에 없음
- 이런 과정을 통해 국가가 기업과 자본에 ‘포획’되면서 공공성을 훼손하는 현상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음: 세월호 참사뿐만 아니라 저축은행 사태, 원전부품 비리, 4대강 공사 비리, 동양그룹 사태 등 대형 비리 사건들

□ 세월호 참사 전후, 국가개조론 주창 이후 달라진 것이 있는가? → 국가개조는 없다

○ 정부조직 개편: 해경 해체, 사회부총리 신설, 안행부를 행정자치부로 개편, 국가안전처ㆍ인사혁신처 신설
○ 복지분야: 일을 통한 복지를 사회서비스 확대로 실현해서 고용률 70% 달성
○ 노동통제, 노사관계: 억압적 노사관계 지속, 전교조 법외노조화
○ 글로벌 규범: FTP,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ISA(복수국 간 서비스관련무역협정)
○ 규제개혁: 규제완화 일변도 지속
- 정부는 2월25일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의료 민영화를 포함한 서비스업 규제 완화 의지를 더욱더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등 경주 리조트 사고 직후 1~2개월 동안 규제가 “암덩어리”이자 “쳐부술 원수”라며 규제 완화에 올인
- 올해 말까지 규제의 10%를 없애고, 임기말까지는 20%를 철폐하겠다고 공언
- 3월 말 모든 지상파 방송에서 생중계한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 규제혁파를 국정 핵심과제로 대대적으로 선전
- 규제정보포털(https://www.better.go.kr/)에 7월 8일 현재 규제정비종합계획에 따른 ‘규제개선’ 과제로 852건이 올라와 있고, 이 중 안전 관련 과제가 119건. 기존보다 강화하거나 규제 방식을 대체하는 법령도 있지만, 규제 자체를 완화하는 내용도 다수
- 규제개혁 주무부처인 국무조정실의 입장: “현재 추진 중인 규제 완화에는 안전 관련 내용이 일절 없다,” “계획대로 규제 완화 정책을 펴나갈 것”
- 박근혜 대통령, 5월 1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4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안전의 틀을 바꾸는 예산부터 배정하라”고 지시
- 6월 16일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국무조정실이 보고한 '규제시스템 개혁방안'을 토대로 규제비용총량제 등 정부의 규제개혁 방안을 담은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 입법예고. 개정안의 핵심은 규제비용총량제와 네거티브 규제 방식4 및 규제일몰제 등의 신설이나, 정책브리핑의 제목은 “‘행정규제 완화, 안전규제 강화’…입법예고”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 전후 비교>

○ 공공기관 개혁: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이행압력 가속화
- 정상화의 원인 진단도, 정상화 추진 방안도 모두 정상적이 아님
- 정부가 문제삼는 것은 부채와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이지만, 2013년 감사원 감사 결과와 참여연대에 발송한 기획재정부의 공식 답변에도 520조원에 이르는 부채의 발생원인은 4대강 사업, 보금자리 주택 및 해외자원개발 등 정책사업과 요금통제임. 부채 원인이라는 복리후생비 감축액은 부채의 0.33%에 불과
- 정상화 실행 대책에는 정책실패 인정과 실효성 있는 대책은 없고 사업조정과 자산매각이라는 사실상의 민영화와 기능조정뿐. 오히려 정상화 대책을 반영하여 노사가 합의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않을 경우, 해당 공공기관 임직원의 임금동결, 기관장 해임건의를 하겠다고 협박

□ 관피아 척결, 공직인사 혁신방안은?

○ 관피아와 낙하산 인사의 차이
- 대상이 다르다: 관료(철피아는 예외) vs 주로 정치인(관료는 빠지는 경우가 많음)
- 책임주체가 다르다: 관피아 논의의 경우 퇴직관료들이 전관예우, 민관유착, 부패비리를 저지르도록 용인하고, 감시ㆍ통제하지 못한(않은) 정부의 책임이 은폐됨 vs 정부가 정실인사를 한 것

○ 결국 정부의 “국가개조, 관피아 척결”은 레토릭일 뿐, 기존의 국정운영 기조를 유지ㆍ강화하고 있음
- 국가개조는 그간 정부에서 내걸었던 구호인 개혁, 혁신, 창의, 선진화, 창조, 합리화, 정상화 등의 다른 말일 뿐

4. 정부가 제시한 관피아 근절대책의 본질

□ 박근혜 대통령의 공직사회 개조 선언

○ 4월 29일 국무회의
- ‘세월호 침몰 참사’에 대해 사과하면서 대형 참사 재발을 위한 방안으로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고 밝히고, 안전재난 대응시스템에 대한 국가개조 차원의 대책 마련 지시

○ 5월 19일 대국민담화와 그 후속조치
- 퇴직관료 재취업 관행, 이른바 관피아 척결과 공무원 인사시스템의 개혁으로 요약되는 공직사회 개조를 선언
- 정부는 대통령 대국민 담화의 후속조치를 정부조직법ㆍ공직자윤리법 등의 법령개정안으로 구체화하여 입법예고

□ 관피아 척결 및 인사혁신 방안

○ 첫째, 퇴직 공직자의 취업 제한 대상기관 수를 지금보다 3배 이상 확대
- 취업제한 대상에 영리 사기업체 뿐만 아니라, 비영리분야의 안전감독ㆍ인허가 규제ㆍ조달과 직결된 공직유관단체, 대학 등 학교법인, 종합병원과 관련법인, 일정규모 이상인 사회복지법인이 추가되며, 영리 사기업체의 규모기준이 자본금 10억원 이상ㆍ年 외형거래액 100억원 이상으로 하향 조정되고, 국가ㆍ지자체가 업무위탁하거나 임원 임명ㆍ승인하는 협회도 취업제한 기관에 추가

○ 둘째, 모든 취업심사대상자의 취업제한 기간을 현재의 퇴직 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 재산공개자와 2급 이상 공무원 및 공직유관단체 임원은 업무관련성 판단기준을 소속했던 부서에서 소속기관으로 확대
- 아울러, 고위 공무원에 대해서는 퇴직 후 10년간 취업한 기관 및 기관ㆍ직급 등을 공개하는 취업이력공시제도를 도입

○ 셋째, 취업심사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취업심사대상자의 퇴직전 소속기관, 취업기관ㆍ·직위 등의 취업심사 결과를 공개

○ 넷째, 민간 전문가 진입이 보다 용이하도록 공무원 신규 선발에 있어 5급 공채를 줄이고 민간경력자 채용을 늘려 5대 5수준으로 맞춰가고
- 궁극적으로는 행정고시와 같이 한꺼번에 획일적으로 선발하는 방식이 아니라 직무능력과 전문성에 따라 필요한 직무별로 필요한 시기에 전문가를 뽑는 체제를 만든다
- 이를 위해서 각 부처에서 운영하는 선발위원회 대신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중앙선발시험위원회’를 설치
- 순환보직제 개선 방안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으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부서에 대해 최장 8년간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전문직위군제를 조기에 시행

○ 전형적인 땜질 처방이자, 보여주기 대책
-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그 대응과정에서 나타난 정부의 무능력, 무책임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개조라는 명목으로 포퓰리즘 성격이 짙은 해양경찰청 해체, 국가안전처ㆍ인사혁신처 신설, 관피아 척결 등을 비롯한 국가안전대책을 사고 한 달 만에 급하게 쏟아내는 것이 타당한지 논란
- 실제 이러한 국가개조 방안은 어떠한 사회적 공론화도 거치지 않았음
- 더욱이 정부 출범 초의 정부 조직개편에 버금가는 충격적인 공직개조 방안들이 제시되었지만, 관피아 척결을 위한 근원적 처방도 아닐뿐더러 오히려 공직사회를 신자유주의적으로 개조하는 첫걸음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음

□ 정부의 관피아 척결방안에 대한 비판

○ 정부 인사혁신안의 논리: 5급 공채를 폐지하거나 채용규모를 대폭 줄여서 민간경력자로 대체하면 고시 출신의 엘리트 관료들이 관직을 독점하고, 퇴직 후 산하 및 유관기관에 재취업함으로써 민관유착을 양산하는 관피아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

○ 5급 공채 자리를 7급 공채 출신이나 민간경력자로 대체하더라도 관피아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 누가 고위관료가 되든 전관예우 관행이 남아 있다면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민관유착이 생겨날 수밖에 없기 때문. 결국 이러한 전관예우 관행을 뿌리 뽑는 것이 중요
- 하지만 안전행정부가 입법예고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 전문자격사들이 국무총리 등 고위공직자를 제외한 4급 이상 공직에 있다가 퇴직하는 경우 취업심사를 받지 않고 로펌이나 회계, 세무법인 등에 취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예외조항은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음
- 법 개정이유를 ‘퇴직 공직자와 공직유관기관 간의 유착 관행에 의한 부작용을 혁파하기 위해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기간의 연장, 업무 관련성 범위의 소속 기관으로의 확대 등을 통해 현행의 취업제한 제도를 전면적으로 쇄신하려는 것임’이라고 밝히면서도, 정작 변호사ㆍ회계사ㆍ세무사 등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음
-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로 전관예우 논란5에 휩싸여 낙마한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 등의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행부는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공무원의 로펌 등 취업을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었다”면서 ‘전관예우’ 관행을 방치. 애초부터 관피아 척결이라는 게 일종의 구호일 뿐 실질적으로 의지조차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 민간유착 정도가 아니라 아예 일체화, 기업국가화
-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그 책임을 해피아(해수부+마피아)를 비롯한 관료들에게 전가하였고 이에 호응하여 민간전문가를 중용하라는 목소리가 부쩍 증가
- 이에 편승하여 정부는 민간경력자 채용을 확대한다고 하는데, 이로 인해 자본과의 유착이 오히려 훨씬 강화될 가능성. 중립적인 민간전문가란 존재하지 않고, 대부분 자신들이 속한 분야의 이해관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며,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기 때문
- 이를테면 삼성이나 현대 등 대기업에서 공무원과 연줄을 만들기 위해 파견을 보낼 수도 있으며, 이들 사기업에서 공직으로 옮겨온 사람은 현장에서 갈고 닦은 시장논리를 정부정책결정 과정에 적용할 수 있고, 다시 자신이 복귀할 경우를 염두에 두고 정책을 추진할 수도 있음
- 더욱이 정부의 인사혁신안은 공직자의 사기업체 이직을 규제하는 데에만 초점을 두고 있지만, 민간경력 채용자에게는 이러한 규제가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큼. 현행법상에서도 민간경력자가 공무원으로 일했다가 다시 자신이 일했던 분야로 복귀하는 경우 취업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 결국 민간경력자 채용의 확대는 관피아를 회전문 인사로 대체할 뿐만 아니라 회전문 인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방안6 → 정경유착을 합법화하고 관료국가를 기업국가화

○ 민간경쟁 채용의 문제점
- 과거에도 민간 전문가의 채용을 확대하는 여러 시도들이 있었지만, 기술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유보되었음
- 경력사항이 중요한 민간경력자 채용의 경우 시험 비중은 낮고 서류ㆍ면접 비중이 높아 오히려 객관성이 부족할 수 있으며, 공무원시험만큼 공정성 담보 곤란.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는 이미 특채를 통해 박사급 인력을 더 많이 충원하고 있음
- 이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기득권층의 고위직 진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음. 민간경쟁 채용의 본질은 스펙 쌓기 경쟁에 있기 때문
- 2010년 8월 MB 정부가 발표했던 ‘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방안’의 경우 행정고시를 5급 공채시험으로 이름만 바꾸고 5급 신규공무원 중 외부전문가의 비중을 점차적으로 50%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으나, 현대판 음서제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부정 특채 논란이 불거지면서 유야무야됨. 그런데 이를 다시 추진하겠다는 것임

○ 박근혜 대통령은 민관유착의 연결고리로 관피아를 지목했으나, 정작 관피아를 양산하고 있는 ‘낙하산’ 인사 관행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음
- 공공기관만 보더라도 기재부가 2월 20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공공기관 임원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낙하산 방지대책을 내놓기 하루 전날인 2월 19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공기업인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동서발전의 상임감사에 ‘친박’ 인사가 임명되었음. 낙하산 인사를 투하하면서 낙하산 인사 근절책을 발표한 셈
- 또한 이러한 낙하산 인사 근절책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제외되었음
- 더욱이 관료 낙하산 못지않게 심각한 것이 정치권 낙하산인데, 박근혜 정부는 정치권 낙하산을 근절할 의지도, 대책도 없음. 이는 6월 13일 7개 부처 개각을 단행하면서 7명 중 3명을 대선캠프 출신 인사로 채우고, 친박ㆍ보수인사를 전진배치한 것에서도 드러남. 관련 분야 전문성이라도 내세워 자신들을 방어하는 관피아와는 달리 이들 정치권 낙하산은 전문성마저도 없음. 관피아가 사라지면 그 자리를 ‘정피아’(정치인+마피아)나 ‘교피아’(교수+마피아) 등이 차지할 것임

○ 국가개조는 지금까지 추진해온 공공부문 ‘정상화’ 정책, 규제완화 정책을 더욱 철저하고 급진적으로 펼치겠다는 의지의 표명
- 박근혜 정부는 국가의 무능함과 관피아, 부패와 비리를 비판하고 안전 사회를 요구하는 여론을 흡수하여, 신자유주의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국가개조’의 기회로 삼고 있음. 더욱이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후 지금까지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보여줬던 무책임과 무능력, 정책의 혼선에 대해서는 말을 꺼내지도 않았고, 해명하지도 않았음
- 결국 박근혜식 국가개조는 세월호 참사의 근본원인이라 할 수 있는 규제완화 정책을 비롯한 신자유주의 정책을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오히려 더욱 강화하고, 관피아 척결이라는 명분으로 공공부문의 구조개혁, 우회적 민영화를 도모하는 것임
- 대국민담화에서 대통령이 밝힌 관피아 척결 의지는 공공부문 개혁과 맞닿아 있음. 실제 세월호 참사 이후 경제 현안을 다루는 회의에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5월 26일 개최된 ‘공공기관 정상화 워크숍’이 유일.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중단 없는 공공개혁을 역설함. 국가기관에 대한 불신 정서를 역이용하여 공공부문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을 표명한 것임

5. 관피아 문제의 해법

□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공성이 강화된 제대로 된 관료제이지 관료제 자체의 약화가 아니다

○ 공공기관이나 협회ㆍ단체에 관료 출신을 전면 배제한다면 그 자리는 정치인 등 또 다른 낙하산이 독점할 가능성이 큼
- 그래서 관피아 용어 확산은 우려되는 측면이 있음
- 오히려 관료를 시장으로 대체하는 게 아니라 관료에 대한 민주적 통제 필요

□ 제대로 된 정치

○ 의회가 제 역할을 해야 하는데, 기존 보수정당들이 그러지 못하고 있음
- 정책 역량을 갖춘 시민사회의 민주적인 통제 장치가 필요하며, 관료들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정해주는 정책정당이 요구

□ 노동조합을 통해 정부관료제와 기업 내부에서 관피아 견제

○ 노동조합은 내부 사정을 잘 파악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서 활동하면서 내부고발자 역할을 할 수 있고 해야만 함
- 특히 공무원노조는 스스로가 시민으로서 관료사회 내부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공직사회 개혁과 공공성의 제고를 위해 서로를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이라는 점을 자각해야 함

□ 협회나 민간에 맡긴 모니터링, 점검 권한을 공적 통제 아래에서 실질적으로 관리

○ 국가 사무의 위임ㆍ위탁은 안전을 관리ㆍ감독해야 하는 정부의 기능 후퇴로 나타남
- 현재 국가 사무를 공공기관이나 민간단체에 위임ㆍ위탁할 수 있는 근거를 가진 법령이 310여개에 달함. 특히 해상안전을 비롯, 건설, 식품, 도로, 자동차정비, 원자력 등 안전관련 업무의 대부분이 민간에 맡겨져 있음
- 협회나 민간에 맡긴 모니터링, 점검 권한은 공적 통제 아래에서 실질적으로 관리되어야 함
- 나아가 민간에 위탁되더라도 위탁하는 근거와 요건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공적 논의를 거쳐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함

□ 관피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인 해법

○ 현재 정부가 입법예고한 「공직자윤리법」의 빈틈을 보완해야
- 변호사ㆍ회계사ㆍ세무사 등의 ‘전관예우’ 취업을 차단하는 대책을 비롯하여 전관예우 관행을 척결하는 것에서부터 출발. 그래야 관료들이 공익을 위해 제대로 사용해야 할 정당한 정부규제나 감독 권한을 오ㆍ남용하지 않을 것

○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개편
- 2013년 말 현재 정부에서 운영중인 공직자윤리위원회는 266개에 달하지만, 모두 퇴직 공직자들의 민간기업 재취업 심사 내용과 재취업 결과를 자체 공개하지 않고 있음. 또한 형식적인 심사를 하거나, 심사 자체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
- 따라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취업심사 결과를 투명하게 전부 공개하며, 취업제한 대상기관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도 필요

○ 국가청렴위원회의 부활 등 제도적인 방안

○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이른바 ‘김영란법’) 제정
- 김영란법은 관료들의 저항으로 인해 원안에서 후퇴하여 누더기 입법으로 변하였고, 이조차 법안심사 한번 하지 않은 채 잠자고 있다가 세월호 참사 이후 다시 제정 논의가 되었지만, 강화된 내용에 대한 여당의 반발로 제19대 전반기 국회처리는 무산되었음
- 쉽지는 않겠지만 제대로 된 김영란법을 제정하는 것은 관피아 근절의 교두보가 될 수 있음

각주

1) 중앙일보, “관피아 공화국 개조 … "부처 요동칠 만큼 경쟁 도입을",” 2014.04.24.
2) 중앙일보, “관피아 척결 … 국가개조 그랜드 플랜 만든다,” 2014.04.24.
3) 연합뉴스, “금융권 기관장 '관피아' 천하…감사도 수두룩,” 2014.05.26.
4) 규제비용총량제는 규제를 새로 만들거나 강화할 때 그에 따른 비용에 맞먹는 기존 규제를 폐지ㆍ완화해 규제비용을 일정수준 이하로 관리하는 것이고, 네거티브 규제란 제도나 정책 등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예외적으로 규제를 통해 금지하는 원칙.
5) 대법관 퇴직 후 변호사 개업을 해 1년도 안 되어 수임료를 최대 27억 원이나 챙겼다.
6) 미국에서도 금융위기 당시 헨리 폴슨 재무장관을 비롯한 골드만삭스 인맥들이 공직과 민간 부문을 오가며 구제금융 정책을 총괄하면서 각종 이해충돌 논란을 일으킨 바 있음. 서울신문, ““고시 선발 비중 축소 인사혁신 해법 아니다” 60%,” 201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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