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은 달라도 차별은 같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간접고용”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 국회 앞 ‘현장증언’ 목소리

고용불안, 저임금, 차별 등으로 고통 받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비정규노동체계 폐기를 요구하며 공동행동에 나섰다.

간접고용 사업장 노동자들로 구성돼 있는 ‘2014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 조직위원회(조직위원회)’대표자들은 22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간접고용 사업장 현장 증언에 나섰다. 이 자리에는 인천공항지역지부와 씨앤앰,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등을 비롯해 청소, 경비 노동자 등이 참여했다.


인천공항은 간접고용 노동자의 비율이 87%에 달하는 대표적인 간접고용 사업장이다. 조성덕 인천공항지역지부 지부장은 “현장업무 인력은 비정규직이 100%다. 회사는 단순 업무일 뿐이라고 하지만, 비정규직들이 파업을 하면 정규직이 업무를 대체할 수 없어 공항 업무에 차질이 생긴다”며 “단순 업무인데 필수유지업무로 지정하며 파업을 못하게 막고 있다. 심지어 회사는 노조지도부만 고용승계를 거부하며 노조를 말살하려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케이블 방송 씨앤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벌써 110여 일간 씨앤앰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한국 법인 앞에서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다. 김영수 씨앤앰 비정규직지부 지부장은 “벌써 109명의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해고를 당했다. 해고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원청과 대주주인 MBK는 회사 직원이 아니라며 어떤 반응도 없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파업을 해도 회사는 대체인력을 투입해 파업을 무력화시킨다. 헌법상 단체행동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간접고용 노동자들도 올해 초 노조를 결성했지만 회사는 조합원 일감 뺏기 등으로 노동자 생존권까지 위협하고 있다. 경상현 LG유플러스지부 지부장은 “원청과 협력업체는 노조를 깨기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경고파업 3일 했는데, 원청은 자체적으로 기사를 뽑아 노조 집행부와 조합원을 표적 삼아 일감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난 7일, 입주민의 막말에 시달리다 분신을 시도한 신현대 아파트 경비 노동자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김선기 서울일반노조 대협국장은 “최근 신현대 아파트분회 조합원들이 언론 노출을 꺼린다. 입주민들이 분회 간부 4명에 대해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분신한 이 모 조합원에게 막말을 한 입주민은 아직까지 사과나 전화 한통 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 버스중앙차로 승강장을 청소하는 23명의 직원은 최근 전원 해고 통보를 받았다.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고 열악한 노동환경을 서울시에 문제제기하면서부터다. 유경원 서울시중앙버스차로분회 분회장은 “15명의 노동자들이 밤 11시부터 아침 7시까지 684개의 버스중앙차로 승강장을 청소한다. 하지만 140만원 남짓한 기본급 외에는 야간근무수당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서울시청에 문제를 제기했더니 1개월 후에 직원 24명을 전원 해고했다. 서울시와 업체가 비정규직을 노예 다루듯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민주노총 소속 간접고용 투쟁 사업장은 지자체와 대학, 병원 등 청소 및 경비노동자 등을 비롯해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삼성전자서비스 등 민간 대기업에 다수 분포돼 있다.

기자회견단은 “거대 기업이 주도적으로 간접고용을 비롯한 비정규직을 양산해왔고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는 방안으로 간접고용을 늘려왔다”며 “우리 사회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고용형태, 고용불안, 저임금, 차별의 핵심인 간접고용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조직위원회는 오는 25일 오후 5시, 서울 세종로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2014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한다. 이날 집회에는 약 5천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단위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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