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통

[윤성현의 들풀의 편지](7) 낮일도 허리힘으로, 밤일도 허리힘으로

낮일도 허리힘으로 하고 밤일도 허리힘으로 합니다. 그만큼 허리는 일을 많이 합니다.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허리는 자신이 맡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윗몸의 무게를 받들고 있어야 하니, 목과 어깨가 머리의 무게 때문에 힘들어 하는 것과 같습니다. 내장을 둘러싸는 갈비뼈가 있는 등과는 달리 목과 허리에는 갈비뼈가 없는데 이 또한 일을 하기 위한 까닭입니다.

머리를 돌려 일하기 위해서, 몸통을 돌려 일하기 위해서 목과 허리에는 갈비뼈가 없습니다. 또 목은 팔과 연결되고 허리는 다리와 연결이 되어 손발을 놀려 일을 많이 하는 경우에도 힘이 듭니다. 새끼를 뱄을 때 배가 불어나는 것을 허용하기 위해서 네발짐승의 허리에 갈비뼈가 없게 되었다고 합니다만 직립보행을 하는 인류에게 요통은 중력만큼이나 떼기가 쉽지 않은 질병입니다.

요통이나 허리, 목 디스크 질환의 가장 흔한 원인은 환부에 가해지는 무게이기 때문에 무거운 것을 많이 드는 경우에도 그렇지만 그냥 오래 서있거나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요통의 원인이 됩니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면 당연히 허리가 힘들어 하겠지요. ‘술은 어떤가?’하고 묻는데 마시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야 이해가 되지만 술 자체보다는 술자리를 허리힘으로 버텨야한다는 것과 술이 비만을 유발한다는 점 때문에 좀 참으라고 하기도 합니다.

마른 사람에게도 요통은 흔한데 직업적으로 하는 일이나 기타 외적인 원인을 제외하면 골수(骨髓)가 허하기 때문입니다. 뇌수, 척수, 골수가 다 한가지인데 결국은 신장(腎臟)에서 저장하는 정(精)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성의 피가 임신 전에는 월경 혈(血)이 되고 임신을 하면 핏덩이(같은 아이)가 되고 출산을 하면 젖이 됩니다. 우리가 섭취하는 수분도 여름에는 땀으로 많이 되고 겨울에는 오줌으로 많이 됩니다. 또 피땀을 흘린다고 할 때 피가 땀이 되고 땀이 피가 되듯이 우리 몸에서도 물질은 상호전화(相互轉化)합니다.

허리의 상태는 신장의 기능상태가 밖으로 드러난 것인데 신장이 허리춤에 붙어있기 때문입니다. 가슴에는 심장이, 등에는 폐장이, 배에는 비장이, 옆구리에는 간장이 자신의 기능을 잘 드러내는 것 또한 자리한 곳에서 기능하기 때문입니다. 여성은 혈(血)을 많이 쓰고 남성은 정(精)을 많이 쓰는 밤일로도 허리가 잘 아플 수 있지만 뜻을 굽히지 않고 신념을 지켜가는 사람도 허리가 더 아플 수 있습니다.

신장은 정(精)을 간직할 뿐만 아니라 지조(志操)가 신장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생각하여 (意思) 뜻을 세우는 일은 비장이 하지만 세운 뜻을 지켜나가는 일은 신장의 몫입니다. 비타500 한 박스에 허리를 굽히는 사람도 있지만 목숨을 내줄지언정 허리를 굽히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촛불이 초 없이는 밝혀질 수 없듯이 의지(意志)도 오장(五臟)이 버텨주지 않고서는 지켜질 수 없습니다. 마음만으로는 품은 뜻을 다 간직할 수 없을 때 몸을 쉬어가는 것은 어떨까요? 마음을 쉬면서 몸을 보하는 것은 어떨까요?

정상적인 척추 형태는 옆에서 봤을 때 S-라인을 이룹니다. 젖먹이 때 목을 가누면서 경추가 앞으로 볼록하게 휘어지고 앉기 시작하면서 요추도 곡선을 이루게 됩니다. 허리나 목이 아프거나 디스크 질환까지 가는 경우 정상적인 S-라인이 없어지고 우산대처럼 일자 목, 일자 허리가 많습니다. 척추 뼈에 물을 한 방울을 떨어뜨린다고 가정했을 때 정상적인 척추라면 물방울이 구불구불 흘러내리면서 밑에서는 조금만 남을 것입니다. 하지만 일자로 바뀌면 거침없이 떨어져버리고 맙니다.

목뼈나 허리뼈가 일자로 되어 각 마디가 무게를 나눠가지지 못하는 이유는 장요근과 같은 근육이 약해졌기 때문이지만 한의학에서는 이를 음(陰)이 허(虛)하다고 말합니다, 음양(陰陽)은 강유(剛柔)로 나뉘는데 부드러운 음(陰)은 없고 굳센 양(陽)만 남기 때문입니다. 마치 마른 나뭇가지가 탄력을 잃고 뻣뻣해지는 것과 같습니다.

요통이나 허리 디스크에는 지황, 산수유, 산약, 복령, 택사, 목단피, 당귀, 모과, 속단, 녹용, 부자, 계피를 위주로 하여 간신(肝腎)의 정혈(精血)을 보합니다. 젊은이, 불면증, 발바닥이 뜨거우면 보양(補陽)하는 부자, 계피를 빼기도 하지만 허리 아래는 차고 습한 땅기운을 많이 받기 때문에 원방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꼬박 석 달을 연기처럼 굴뚝에 올라가 산 000이 목과 허리 디스크로 밤잠을 이룰 수 없다면서 왔습니다. 우울증, 불면증을 치료하는 약과 함께 위의 약을 처방하였습니다. 인근 읍이 고향이라 두 달 가까이 침과 추나를 곁들여 할 수 있었는데 목은 벌써 좋아졌고 허리는 덜 나은 상태입니다. 얼굴에도 윤기가 보이고 호리호리하던 몸매에 살이 5킬로그램 쪄서 보기에도 좋습니다.

나무에 둥지를 튼 새도 낮이면 땅을 밟는데 몇 달을, 열두 달을 고공에 붙박혀 사는 사람들의 심정은 어떨까요? 농성00일차, 투쟁000일차, 땅에서도 하루하루 가는 시간이 힘든데 하늘에서는 시간이 어떻게 갈까요? 굴뚝이 횃불이 되고 철탑이 등불이 되어 어둠을 밝히기는 하겠지만 그들의 가슴은 얼마나 애탈까요? 안부를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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